인간은 하느님을 닮은 존재이고 하느님을 닮아야하는 존재다. 하느님을 닮아야 한다는 것은 인간이 자기의 삶을 통해서 하느님의 영광이 드러나며 자기의 성장 성숙에 도달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인간의 이와 같은 노력은 직업활동을 통해서 잘 드러난다. 각자의 직업활동은 인간에게 있어 자기의 역할과 보람을 확인하는 것으로 그리스도인에게 있어서는 직업활동이 곧 소명을 수행하는 것이 된다.
인간은 자기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 노동할 뿐 아니라 자기의 노동을 통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내는 계기가 된다. 이와 같이 “인간의 생활은 매일 노동으로 이루어지며, 노동에서 인간은 독특한 존엄성을 얻는다”(요한 바오로 2세 노동하는 인간1). 그리스도인에게 있어 직업과 노동은 부르심과 응답의 성소적 의미가 있다.
인간의 행위 중 가장 총체적이며 의미 있는 것은 예배와 노동이라고 보아야 한다. 예배는 인간이 피조물로서 창조주이시고 구원자이신 하느님을 섬기는 일이고 노동은 만물의 영장으로서 인간이 하느님의 위임을 받아 세상을 다스리고 보존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앙인은 예배와 노동을 별개의 것으로 분리시키고 차등해서 평가할 것이 아니다.
노동은 참다운 예배의 다른 하면으로서 가히 생활미사라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들의 모든 일·기도·사도적 활동·결혼생활·가정생활·일상노동·심신의 휴식 등을 성신 안에서 행하며 더구나 생활의 번민을 인내로 참아 이 모든 것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느님 뜻에 드는 영적 제물이 될 것이며 미사 때에 주의 몸과 함께 정성되어 성부께 봉헌될 것이다. 이와 같이 평신도들도 예배를 드리며 어디서나 거룩하게 삶으로써 이 세상을 하느님께 봉헌하는 것이다”(교회헌장 34).
노동의 종류는 농업이나 동물의 사육으로부터 첨단기술의 응용까지 다양하며 육체적이거나 실제적 활동이 있는가 하면 이론과 연구 등의 분야도 있다(노동하는 인간5 참조). 인간의 노동은 현대에 와서 그 종류가 다양하다. 그리고 노동의 의미와 형태도 다원적이며 그 폭이 커졌다.
노동의 이해
1. 인간이 노동하는 것은 창조주이신 하느님의 뜻이다. 하느님의 명으로 인간은 자신과 세상을 다스리고 가꾸고 보존해야 한다.
2. 자연과 세상은 인간을 위해서 있다. 따라서 특정인이 자연을 독점하여 배타적이며 이기적으로 소유하거나 사용해서는 안 된다. 인간의 활동은 모두 상호연관성을 지니고 있으며 인류 공동의 성장과 번영에 이바지하는 것이다.
자연의 훼손이나 오염은 인류에 대한 범죄이며 자연에 대한 인간의 폭력이고 월권이므로 잘못된 노동이라 하겠다.
3. 그리스도인에게 있어서는 예수 그리스도가 시작이고 마침이므로 그리스도 안에 완성되기까지 인내롭게 노력할 뿐이며 인간의 노동과 그 성과는 궁극적으로 잠정적이다. 즉 종말신앙 안에서 조명받고 완수되어야 한다(에페 1,10 참조).
그리스도인의 노동윤리
1. 인간은 누구나 노동의 의무와 권리가 있다. 이는 인간의 기본권으로서 아무도 여기서 제외되지 않는다. 노동은 인간에게 주어진 소명으로 인간이 어떻게 성실히 노력하느냐에 따라서 그가 형성되고 평가받게 마련이다.
2. 인간의 활동은 ‘위격적 활동’이므로 그의 활동의 대가는 본인에게 속한다. 즉 적당한 보수와 인격적 활동이 보장되어야 한다. 책임을 바르게 수행할 수 있도록 모든 조건들을 요구하고 갖추어야 할 권리와 의무가 있다.
첫째, 직업의 선택은 개인의 고유 권한이다. 노예적 강압은 인간의 존엄성과 기본권을 크게 침해하는 것이다.
둘째 노동시간, 노동환경, 안전시설, 위생 복지시설 여가와 휴식 휴가 등은 노동하는 인간들에게 필수적이고 기본적 요건으로 기본권에 속한다.
셋째 정당하고 사회정의에 맞는 보수가 지불되고 노동과정과 결과뿐 아니라 운영에도 능력과 정도에 따라 각자에게 적합한 참여권이 주어져야 한다.
넷째 개별적으로 자기들의 품위와 권리를 지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노동자들은 자기들의 정당한 권리와 자유를 얻거나 지키기 위해서 필요한 방법을 선택할 기본권을 갖는다. 곧 단결권, 단체교섭권 그리고 단체행동권이라고 하는 노동3권을 갖는다.
노동의 영성
인간의 노동활동이 신앙인에게 있어서는 구체적 구원의 길이다. 그러나 실제로 구원의 길이 되기 위해서는 활동자체와 상황과 지향에 있어 그에 상응한 의식과 태도를 갖추어야 한다.
1. 그리스도인은 자기 노동활동이 신앙과 윤리적 측면에서 바르고 참된지를 항상 반성하고 확인해야 한다.
즉 하느님의 소명을 받드는 마음인지 생각한다.
2. 노동에 일하면서 바르고 참된 지향을 가져야 한다. 성공과 실패를 하느님의 뜻에 맡기고 최선을 다하여 바르고 참된 사명감으로 임해야 한다(코린 3장).
3. 매사에 이웃 사랑과 봉사의 의미를 포함시켜야 한다. 특히 현대와 같이 복합적이고 다양하지만 깊은 연관성이 있고 동시에 심한 분업화로 상호 유리되거나 소외 현상이 일어나기 쉬운 조건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책임감을 상실하거나 집단적 이기심에 사로잡히거나 익명의 사회 안으로 전락되지 않도록 힘써야 한다.
4. 일을 할 때 고통이나 어려움이 닥치면 자기와 이웃을 위한 뜻있는 희생과 봉사의 정신으로 인내하여야 한다. 자기 탓이 없나 반성하고 조심하며 노동의 노고를 속죄의 의미로 받아들이고 십자가의 고통에 동참하는 지향을 갖는다.
5. 일의 노예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인간은 노동의 주체이고 주인이다. 이 점은 누구나 서로 인정하고 보호해야 할 특권이다. 정당한 휴식과 휴가, 예배를 위한 배려 등으로 노동의 노예가 아니고 노동의 주인임을 의식하려 노력한다.
산업화된 사회에 있어 자유 자본주의나 집산주의 체제나 사회주의 안에서 인간을 희생하고 사회목표의 도구로 인간을 활용하려는 유혹이 적지 않다. 그러므로 사회의 인간성 회복을 위해서 늘 인간중심의 제도로 환원하고 인격존중을 힘쓰는 가운데 노동을 통한 인간의 품위와 성숙에 도달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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