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가톨릭의 역사는 2세기를 넘어섰다. 가톨릭의 신앙을 고백하는 신앙 공동체가 형성된 1784년을 기점으로한 한국 가톨릭의 역사는 결코 짧다고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한국가톨릭은 이 땅의 사람들에 의해 창설된 가운데 선교사의 협력 없이 스스로 신앙을 선포한 특징을 가지고 있고 신해박해가 일어난 1791년 이후 숱한 박해를 통해 신앙을 확보하게 굳힌 자랑스러운 면도 지녔다.
이러한 신앙을 바탕으로 한국가톨릭교회는 2백주년 행사와 서울 세계성체대회를 치룸으로써 생동하는 교회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최근 발표한 정부의 자료에 의하면 지난 87년 현재 전국신자수는 2백 27만 1천 8백 26명, 본당수는 2천 3백 67개로 집계되었다. 신앙의 성숙도 못지않게 외형면에서도 큰 성장을 거듭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거대한 영역의 종교에 대해 세속의 티끌만한 존재일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할 것인가. 바깥 세속에서 본 가톨릭을 굳이 말하라면 얼마전에 실시한 한국갤럽 조사연구소의 조사보고서(한국인의 종교와 종교의식)의한 부분이 연상될 뿐이다. 물론 가톨릭만을 지칭하는 것은 아니지만, 조사에 응한 믿지않는 사람들의 33·4%가「요즘 종교단체는 따뜻이 대해주지 않는다」고 생각한 대목이 그것이다.
이 비율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45·2%의 사람에 비해 물론 적은 수치이다. 그러나 잃어버린 한 마리의 양을 비유적으로 중시한 성서의 기록을 상기한다면, 종교의 높은 벽을 느끼는 이들에게도 관심을 돌릴 필요가 있다. 이같은 벽은 세속적 사회의 통념으로도 금기시되는 배타성과 같은 것이다. 그러기에 배타성은 종교가 끌어안고 있을 몫은 더욱 아닌것이다.
가톨릭을「중세의 성채」로 느껴질 때가 더러있다. 막스 웨버의 말에서 처럼 카리스마적 공동사회라는 특성 때문인지는 몰라도 실로 쉽사리 접근되지 않는 종교가 가톨릭이 아닌가 싶다. 하느님의 모습으로 창조되
었다는 인간들에게 구중궁궐로 느껴지는 것은 우리들의 속성탓일까. 어떻든 가톨릭은 멀리 보인다.
로마를 여해하는 길에 바티깐에 있는 베드로 대성전을 두어번 들린 적이 있다. 어느해 여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때였다. 대성당 광장회랑에서 깊은 잠에 빠진 한 사제를 우연히 만났다. 더위와 여독에 지친듯 로마칼라의 와이셔츠 바람으로 돌기둥에 기대 아주 편안한 잠을 자고 있었다. 그 외국인 사제 모습은 지금도 잊을수 없다. 너무나 인간적인 사제의 면모를 읽었던 것이다.
종교를 담당한 일선기자의 경험으로 늘 어려움에 부딪친 종교가 가톨릭이었다. 모두가 그러한 것은 아니었으나, 취재원이 될 수 있는 사제들에 대한 접근은 무척이나 어려웠다. 지나치리 만큼 냉랭한 분위기는 어느 취재현장에서나 나타나는 가톨릭 고유의 분위기이기도 했다. 「교회가 하는 일을 세상에 알리기를 꺼리는 탓이거니」하는 지레 짐작도 해봤다. 오른손이 하는 일은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가르침을 실천하는 것으로 말이다.
다른 나라의 가톨릭은 까맣게 모르는 처지이다. 그래서 오늘날 밖에서 보는 일련의 이미지들이 한국 가톨릭 고유의 분위기인지를 판별할 능력도 사실상 없다. 이것이 만약 한국가톨릭만의 할 것이다. 또 초기교회의 박해시대로 부터 잠재해온 폐쇄성향의 한국 가톨릭 유습이라 할지라도 청산되어야 할 문제로 지적하고 싶다.
어느 개신교계 월간지가 실시한 조사(개신교의 가톨릭 인식도)에 따르면 목회자의 42.1%가 가톨릭을「사회참여가 많은곳」으로 지적하고 있다. 평신도의 경우는 37.5%가「예배분위기가 엄숙한 곳」으로 보면서 그다음 19.6%는「봉사·구제가 많은 곳」으로 이해했다. 개신교계 여론조사에서 사회참여와 봉사·구제에 높은 점수를 주었다는 사실은 가톨릭이 시대의 아픔을 함께 했다는 긍정적 측면인 것이다.
한국가톨릭은 창설 3세기에 접어들었다. 적과 동지를 편가르지 않고 가슴을 열어 모두를 사랑할줄 하는 성숙한 종료로 이땅에 남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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