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막하게만 느껴지던 노동현장이 이제는 어느정도 정까지 느낄수 있는 일터로 변했다는 허범구씨(마태오·28세).
허씨는 농촌에서 도시로 상경, 노동자가 된 경우의 전형적인 인물이다. 이런 이주자들이 대부분 그러하듯 허씨도 저소득 계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근 10여년간을 노동현장에서 용접·도장 등 온갖 류의 노동을 해왔다.
그러나 허씨는 단순히 노동만 해오지는 않았다. 10년간의 노동현장 생활을 통해 고귀한 사명감을 갖게될 만큼 크나큰 내면의 변화를 거쳐왔다.
허씨가 갖게된 사명감은 노동자도 하느님께 충분히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동료 노동자들에게 널리 알리고, 노동자가 노동자라는 신분때문에 무시받지 않도록 변화를 추구하는 것.
허씨의 이같은 사명감은 허씨의 노동현장 생활이 다른 노동자들의 그것과 다르게 만들어 주고 있다.
허씨는 자신이 일하고 있는 노동현장 및 같이 일하는 동료 등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을 관심을 갖고 관찰한다.
그리고 그것이 안간의 존엄성에 위배될 수 있는 것이라고 판단될 때는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인다.
허씨가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들 중 가장 자주 만나는 것은「노동환경」과「잔업」이다.
노동환경이나 잔업은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과 노동자의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데도 불구, 사업주나 노동자, 모두 이를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가 약하다고 지적하는 허씨는『노동자가 기계가 아닌 인간으로서 대접을 받고, 좀 더 인간다운 생활을 하기 위해선 노동환경이 바꿔지고, 잔업을 하지 않아도 정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적정임금이 주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루 10시간 정도 일을 하는 허씨는 작업시간 중 가끔 동료들에게 자신의 주변을 냉철히 고찰하도록 유도하곤 하지만 그렇게 쉽지가 않다고 고백한다.
『많은 노동자들은 생활에 억눌려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타인을 생각하지 못하는 이기심이 많은 것 같다』고 말하는 허씨는『노동현장에서 더욱이 10인 이하의 소규모영세 사업장에서는 자신의 노력이 별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경험을 전해준다.
허씨는 평상시의 노동현장에서는 물론 이런 경우에도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잔업은 하지 않는다고 한다. 잔업은 당장에는 필요한 경비를 주지만 40대 이후에 병원신세를 지게하는 원인이기 때문이다.
허씨는 이같은 자신의 행동때문에 여러 사업장을 전전해야만 했다. 사업주가 못마땅해 하기때문이었다.
허씨가 이런 활동을 하게된 동기는 가톨릭 노동청년회(JOC)에 다니면서부터 였다고 한다.
사실 허씨는 신앙을 갖기 이전 JOC를 먼저 알았고, 여기서 노동의 가치와 삶의 기쁨·신앙을 얻게 되었다. 17살에 서울로 상경한 허씨가 처음으로 하게 된것은 보일러 수선이었는데 일을 시작한지 3개월도 안돼 오른손의 검지중지 약지와 왼손의 검지가 잘리는 큰 산재를 입게 됐다.
사고이후 허씨는 살레시오 수도회에서 운영하는 기숙사에서 생활하게 됐고 이곳에서 JOC를 알게 된 것이다.
『제가 JOC를 통해 얻게된 것은 말로 설명하기 힘들만큼 많습니다. 무엇보다도 신앙을 갖게 됐고, 무의미한 일상의 삶에서 벗어나 노동자로서 또 신앙인으로서, 청년으로서 해나아가야 할 일을 알았습니다』허씨는 JOC를 알게된 기쁨을 이렇게 표현하면서『노동자들에게 JOC를 널리 알리는 것이 노동계의 복음화를 이루는 첩경』이라고 말한다.
허범구씨는 현재 서울남부 JOC회장직을 맡고있다.
<許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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