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에 두번째 임신이 되었는데 첫째 아이와는 달리 너무 입덧이 심하여 석달쯤 되어서 인공유산을 시켰습니다. 병원을 가면서도 저는 너무도 당연한 사람처럼『너 때문에 내가 고통을 받으니 네가 없으면 나는 편안해. 너는 아직 세상 구경을 하기전이니까 나는 너를 유산을 시켜도 죄가 되지않으며 또 낳으면 되지』하며 자식을 죽이고서도 미안한 마음은 없었고 수술후 못먹던 밥을 꿀맛처럼 맛있게 먹어치웠으니 주님보시기에 얼마나 안타까우셨을까요. 2년후 10월 25일날 막내가 태어났습니다. 이때는 이미 신앙생활이라는 것이 까마득한 옛날 이야기가 되어버렸습니다. 저는 신자인지조차 모르고 살았고 저희 남편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리고 유행가 가사에 나오는「젊어서 노세」를 불러가며 살고 있었습니다.
이때에 저의 아파트 옆 동네 아빠 회사분이 이사오셨는데 그분 내외는 열심한 신자분이셨습니다. 우리가 신자라는 것을 알고 같은 신자라고 좋아하시며 같이 다니자고 하셨습니다. 저희는 하는 수 없이 이끌려 다니게 됐습니다. 연초가 되어 교무금을 책정할 때 친구분은 십일조 정신에 맞추어 꽤 많은 액수를 내셨습니다. 저희도 그 정도 액수를 낼 수 있었지만 웬지 아깝고 다른 것을 할 욕심에 작은 액수의 교무금을 책정하였습니다. 주일미사 때에 헌금을 준비하다가도『이 천원으로 두부를 사고 콩나물을 사면 저녁찬거리까지는 해결이 되는데…』하는 아까운 마음에 재고재다가 결국은 동전으로 내고 할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습니다. 하고픈것 다하고 그나마 나머지 돈을 주님께 바치는 것조차 아까와서 떨었던 지난날의 나는 막내가 두살이 되어서야 유아영세를 시켰습니다. 그것도 남들이 하니까 따라서한 유아영세였습니다. 세례명은 10월 18일 성인이신 루까로 지었습니다. 이끌려 다니는 신앙에서 조금은 내 스스로 다니는 신앙인이 되어갈 때쯤 저희는 또 다른 아파트로 이사를 했습니다.
이번에는 너무 성당이 멀어 주일미사 거르기를 밥먹듯 했습니다. 조금 열심해 지려던 것이 수포로 돌아가 무의미한 신자생활을 하고 있을때 아파트 구역미사가 있다기에 참석했습니다. 그 후로 반모임에도 열심히 나갔고 멀어만 보이던 성당이 가까와 보였습니다. 영세후 처음으로 평일미사를 봉헌하고 나니 무엇인지 모르지만 마음에 와닿는 것이 있어 귀가 솔깃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때부터 저의 철부지 신앙생활이 눈뜨기 시작했습니다. 주님을 알아뵙고 한걸음 채 내딛기도 전에 저의 막내 루까가 2층 침대에서 떨어져 사경을 헤매는 불행이 닥쳐왔습니다. 엑스레이를 찍어본 결과 가망이 없으니 집으로 데리고 가라면서 뇌속에 피가 터져 고여있기 때문에 수술도 할 수 없다면서 주사도 놓아주질 않았습니다. 저는 죽어도 병원에서 죽을테니 최선의 방법을 해 달라고 졸랐습니다. 중환자실로 옮겨진 우리 루까는 치료를 받았습니다. 치료후 삼일이 지나야 안심할 수 있다는 의사말에 남편과 저는 교대로 30분마다 꼬집어 살아있나를 확인하곤 했습니다. 저는 처음으로 절실하게 기도를 드렸습니다. 『저는 루가를 살려만 주신다면 루까를 당신의 도구로 바치겠습니다』하고. 삼일째 되는날 우리 루까는 눈을 뜨고 사방을 두리번 거리며 울기도 하고 아프다는 투정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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