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교회시대에 교회가 몹시 마음을 쓴것은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와 세례자 요한의 위상을 교우들에게 정확히 알리고 가르치는 일이었다. 4복음은 한결같이 예수의 출현과 활동개시전에 구세주 오실 것을 준비시키고 있다. 그리고 요한을 예언자들 중에서 가장 위대한 예언자로 소개하고 있다. 과연 요한은 자신의 예언자적 생활과 하느님의 심판이 임박했음을 전함으로써 예수보다도 먼저 많은 제자들이 따랐고 그 세력은 꽤나 컸다. 헤로데가 요한을 위험인물로 여겨 체포한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예수의 첫 제자 다섯명은 이들 요한의 제자들중에서 뽑았다. 안드레아, 베드로, 야고버, 요한, 그리고 나타나엘 등이 그들이다. 그로부터 20년후 예수후시대에 에페소에는 알렉산드리아 출신 아폴로라는 박학한 종교지도자가 나타나 세례자 요한의 공동체를 주도하고 있었다(사도18, 24: 고린전3, 4)
사도 시대의 요한 공동체와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차이는 저들은 요한의 세례만 받았다는 사실이고(요한의 세례는 하느님의 최후심판을 준비하는 정결예식이었다), 또 그들은 아직 성령의 은사를 받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스승이었던 요한은 엄격한 영성생활을 하였고 그의 설교는 자못 준엄한 것이었다.
반면에 예수의 설교는 부드럽고 미움을 사랑으로, 잘못을 용서로 화해하는 관용의 설교였다. 그뿐 아니라 예수의 생활은 일상생활에서 크게 벗어나지도 않았다. 세리와 죄인들과도 어울리고 금기의 집에도 드나들었다. 이런저런 사정에서 요한을 예수 그리스도의 준비자로 믿고 있던 사도교회는 이 교리를 요한공동체에 알려야만했다. 이 두 공동체는 세력다툼을 하지 않고 한 성령, 같은 세례를 받음으로써 사도 교회를 이끌어 나갔다. 그간의 사정을 반영하고 사도교회가 자라는 과정을 기록한 것이 오늘의 이야기 대목이다.
세례자 요한은 이미 태어나기전 어머니 태중에서 성모 마리아 태중의 구세주를 알아보고 기쁨을 표시하였다. 예수께서 세례받으러 자기에게 왔을때에 세례를 베풀 사람과 받을 사람이 바뀌었다고 펄쩍뛰면서 자기는 주님의 신들메 시중을 들 자격조차도 없다고 고백하였고 그 때 하늘이 열리며 하느님의 아들임을 선포하는 목소리를 들었다고 증언하기도 하였다. 또 어느 날엔 예수께서 오시는 것을 멀리서 모고 저분이 세상의 죄값을 대신 짊어질 어린 속죄양이라고 제자들에게 증언하였다.
이렇듯 그리스도를 뱃속에서 부터 알아 본 요한이 오늘 이야기에서는 감옥에서 당신이 누구신지 신분을 밝혀달라고 질문하게 하였다.
예수의 소문은 이미 널리 퍼져 있었고 감옥에 있는 자기 귀에까지 들려오고 그분이 하신 일에 사람들이 신비스러운 경탄을 자아 마지 않았다는 말을 들었을때 요한은 당연히「아, 이분이 그분이로구나」하고 납득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는 예수께 당신이「그 오실 분」입니까 하고 물었다. 「그 오실 분」은 키를 잡고 죽정이를 바람에 날리고 도끼를 내리쳐 몹쓸 나무를 찍어버릴 심판자를 가리켰다(말라3, 1: 즈가14, 5이하: 시편118, 26=마르11, 10:다니 7, 13=마르13, 26: 하바2, 3=히브10, 37). 요한이 기다리던「그 오실 분」은 바로 이러한 성격의 인물이었다. 그런데 제자들이 와서 전하는 바로는 예수는 사랑과 용서를 설파하고 이교도의 청으로 그 종을 소생기키고 하는 등 자기의 메시아관과는 영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전하는 마태오와 루가는 이 잘못된 메시아관을 사도시대교회의 교우들에게 올바로 잡아주려고 예수의 입을 빌어 질문에 답한다. 『가서 요한에게 전하라. 소경이 보고 절름발이가 걷고 문둥이가 깨끗하게 되고 귀머거리가 듣고 죽었던자가 살아난다고. 그리고 가난한 자에게 기쁜 소식이 전해지다고』이 때 과연 예수께서는 병마에 시달리는 자들과 몸이 성치 못한자들, 마귀들려 사회의 버림받은 자들을 고쳐주고 있었다.
예수의 대답 말씀은 이사야서의 예언으로서(35, 5~6:61, 1이하) 메시아는 진노의 심판자나 지상왕국을 건설하여 원수들을 쳐부수는 복수자가 아니고 고통받는 자들을 매만져 그 소원을 채워주고 불쌍한 사람들에게 축복을 내리시는 구원자임을 알리는 대목이다.
『그 때에 소경은 눈을 뜨고 귀머거리는 귀가 열리고 절름발이는 사슴처럼 기뻐 뛰며 벙어리도 혀가 풀리어 노래하리라, 사막에 샘이 터지고 황무지에 냇물이 흐르리라. 메마른 곳은 샘터가 되고 늑대가 살던 곳에 갈대와 왕골이 무성하리라. 그 곳에 크고 정결한 길이 훤히 트여「거룩한 길」이라 불리리라』.
예수의 앞으로의 모든 활동은 사상교훈에서 설파하신 진복팔단의 말씀에 걸맞게 가난한 자에게 전해지는 복음을 생동으로 보여주실 것이다. 예수께 대한 메시아기대가 다른 사람은 이러한 예수의 모습이 걸림돌이 되어 예수를 버리고 떠나 갈것이다.
걸림돌은 원어 스캔달론의 번역으로 길가는 사람이 걸려 넘어지는 길바닥에 박힌 돌덩이를 가리키지만 신약성서에서는 믿기에 지장이 되는 방해물을 말한다. 그 방해물은 참일 수 있고 오해일수도 있다. 요한의 경우에는 오해였고 예수께서 그를 찬양한 것으로 보아 오해를 풀고 예수를 더 이상 걸림돌로 생각하지 않았다.
『나 때문에 걸려넘어가지 않는 사람은 참으로 행복하다』요한을 두고 한 말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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