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순살의 나이에도 젊은이 못지 않는 열성과 힘으로 아직도 파출부 일을 하고 있는 화효분(글라라ㆍ서울 시흥본당)씨.
3남 3녀의 자녀중 2명이 맹인으로 태어나 그들과 함께 평생 가슴앓이를 해 왔지만 언제나 웃음을 잃지 않고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다.
『53세때 처음 여성의 집에서 파출부 일을 시작했지요. 파출부를 하면서 아이들 3명을 대학까지 졸업시켰습니다. 무슨 일이든지 열심히 하면 주님께선 그만한 은혜를 주시는 것 같아요』
지난 1월 21일 여성의 집 개설 10주년 기념행사에서 장한 어머니상을 수상한 황효분씨는 부상으로 받은 목각 성모상을 들고 그간 세월의 아픔을 삭이느라 목이 메었다.
『둘째 아들 창현이가 맹인으로 태어났을 때 눈앞이 캄캄하고 모든 것이 원망스러웠습니다. 2년후 셋째인 큰딸 인옥이도 맹인인 것을 알자 함께 죽을 결심까지 했습니다』
어딘가 의지할 곳이 있어야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 황씨는 앞못보는 둘째 아들과 아직 강보에 싸인 큰 딸을 데리고 성당을 찾았다.
이때부터 황씨의 생활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언제나 자녀들을 위해 기도하면서 생계를 위해 닥치는 대로 일했다.
이불장사ㆍ그릇장사ㆍ옷장사 등 보따리 장사를 수도 없이 했고 일거리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찾아다녔다.
바로 황씨의 어깨에는 앞못보는 자녀 2명을 비롯한 6남매와 시어머니의 생계가 걸려 있었기 때문이다.
술과 방탕한 생활을 하는 남편을 바라보기에는 황씨의 생활이 너무나 절실했고 생활비 한푼 주지 않고 바깥으로만 도는 남편에게 더이상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었다.
차남이 맹인학교에 다닐 때는 너무 가난해서 교복도 제대로 사주지 못했다는 황씨는 그 아들도 이제는 안마사ㆍ침술사로 생활의 안정을 찾고 있다고 다행스러워 한다.
황씨의 장녀 전인옥 (오틸리아ㆍ31세)씨는 단국대음대 피아노과를 나온 재원이며 엄마의 지난 세월의 아픔을 어루만져주는 희망이며 자랑이기도 하다.
『맹인이지만 좌절하지 않고 일반 대학을 졸업한 큰 딸이 자랑스럽기만 하다』고 말하는 황씨는 바로 그 장녀가 단국대에 입학하자 자신도 단국대 부근으로 파출부일을 정해 매일 학교에 데려다주고 집에 데려오곤 했다.
또한 하루도 빠지지 않고 딸의 피아노 악보를 점자 악보로 바꿔다 주는 등 열성적으로 딸의 학업을 도왔다.『하루는 교수님이 인옥이에게 왜 지팡이를 짚고 다니지 않고 그냥 다니면서 다른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느냐고 꾸중했다는 말을 듣고 너무나 가슴이 아파 밤새도록 운적도 있었다』는 황씨는 가능하다면 유학을 보내서 하고 싶어하는 음악공부를 계속시키고 싶다면서 장녀가 학교 다닐때 매월 5만원~3만원씩 도와준 독지가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황씨의 큰딸은 요즈음 개인 레슨을 하면서 유학 준비를 하고 있다.
형제들의 우애가 좋아 다행이라고 밝힌 황씨는 작은 딸도 언니때문에 단국대 작곡과를 지망했고 입학후에는 언니를 데리고 등하교를 했단다.
『파출부 일을 하면서 자녀들을 공부시키고 푼푼이 모은 돈이 조금 있습니다. 이제는 지나간 세월을 돌아보며 옛말을 하며 살렵니다』
파출부도 하나의 직업으로 생각. 긍지를 갖고 산다는 황씨는『8년째 파출부 일을 하면서 어떤 때는 피곤하고 가기 싫은 날도 있지만 내가 가지 않으면 그 만큼 일손이 모자라는 집이 생긴다고 생각하고 나간다』면서 그런 날은 일하면서 노래를 부른다고.
『이렇게 일을 할 수 있는 힘과 건강을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나의 몸을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일을 할 겁니다』궂은 일도 마다 않고 척척 소화해 내는 황씨는 이제 차남인 창현씨가 결혼해서 잘사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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