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대표적인 달동네 만석동 9번지.
이 지역은 방 하나 부엌 하나씩의 낡은 판자집들이 산동네의 샛길들을 따라 무질서하게 들어서 있는 곳이다.
이 지역의 골목골목에는 집전에서 널어놓은 빨래가 어지러이 걸려있고 세대별 쪽문 옆마다 수불히 쌓인 연탄재ㆍ쓰레기더미가 행인의 발길에 채인채 여기저기서 악취를 풍기고 있다.
주민들이 생활하는 2~8평짜리 집값은 수백만원에까지 달하지만 주민 대다수를 차지하는 세입자들의 방세는 월 2~3만원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곳에 인천교구 청년회원 5명이 주민들과 3년째 생활하면서 활동을 펴고 있다.
이 청년들은 자신들이 봉사활동을 펼 가장 가난한 지역을 찾다가 인천시내의 만석동 9번지를 알아내고 이곳에 장착하게 됐다.
현재 이들 청년들이 하는 활동은 탁아소격인「아가방」한곳과「공부방」두곳을 운영하는 일이다.
청년들은 이곳의 가난한 맞벌이 부부들을 위해 3~5세 어린이 10여명을 돌봐주는 한편 공부방이 없는 이지역 국민학생ㆍ중학생 50여명이 마음놓고 숙제와 예ㆍ복습 및 동화책ㆍ전기 등을 읽을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하고 있다.
현재 봉사자 6명의 도움을 얻어 어린이들을 돌봐주는 아가방 운영은 아이이들의 지능이 개발될 수 있도록 각종 장난감 도구사용법ㆍ간단한 과학실험들을 가르쳐주고 동화책 등을 읽어주며 슬라이드도 상영한다.
또 인천시내의 공원들과 바닷가 등지도 인솔、연에 대한 산교육도 시키기도 한다.
「만석동 기차길 옆 공부방」이라 불리는 공부방에서는 20여 대학생봉사자의 도움을 받아 학과목별로 개별지도도 실시、다른 중산층 자녀들보다 학업성적이 뒤지지 않도록 배려하는 한편 정서안정 및 생활지도에 힘을 쏟고 있다.
이 일을 책임맡은 청년들은 현재 천주교 도시빈민회원으로서、이들은 단지 가난한 이를 위해 일할 뿐아니라 가난한 이들 속에서 그들과 함께 생활하고 함께 보다 나은 삶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청년들은 이 지역 어린이ㆍ중학생들에게 삼촌ㆍ이모라 불리우면서 그들의 생각ㆍ집안사정ㆍ생활문제들에 대해 의견을 나누며 갖가지 방법으로 돕고 있다.
또 아이들과 함께 동네신문도 제작하고 있다.
청년들은 이 지역의 막노동하는 남편과 굴까는 일로 생계를 돕는 아내 등으로 구성된 학부모회도 결성케 해 자녀교육문제ㆍ지역내 문제에 관한 대화의 모임도 마련하고 있다.
청년들은 결국 자신들의 목표인「주민공동체 형성과 공동체적인 삶 실현」을 위한 시금석은 마련한 셈이다.
아가방 및 공부방 두곳의 운영경비는 일일찻집 수익금과 소수에 지나지않는 후원자들이 조금씩 지원해주고 있다.
청년들은 인근에 있는 공장의 폐수가 동네 안으로 거침없이 들어와 동네주변에 있는 바다를 새까맣게 물들이고、공장 굴뚝에서 뿜어져나오는 검은 연기가 동네를 뒤덮기도 하는 것을 보고도 참고 있었다. 그러나 원목을 실은 트럭이 동네앞 도로에서 과속으로 질주하다가 지난해 4월 동네아이를 치어 절명케 했을때 청년들은 시경으로 몰려가 교통규제 표시판 하나라도 설치해 달라고 까지 했으나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 것을 보고는 분노를 아직까지 삭이지 못할만큼 청순하기도 하다.
3년전부터 만석동 9번지에서 활동해온 김중미씨(아네스ㆍ27)는『자녀가 정박아라 집안에 가둬놓고 사는 부모를 비롯해 장애아의 부모 및 결손 가정에 사는 주민들이 우리가 천주교 신자인 것을 알고 도움을 호소해오나 힘이 없어 손쓰지 못할 때가 가장 답답하다』고 밝히면서 개신교를 비롯한 단체들이 인천 만석동과 같은 달동네에 공부방ㆍ아가방 등을 많이 운영하고 또 지원하는데 비해 천주교는 이같은 일에 별 관심이 없는 것 같아 섭섭하다고 일침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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