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까의 회복은 기적이었습니다.
아이라서 빠른 속도로 회복되어 가고 있다며 의사선생님들께서 더 기뻐하셨습니다. 저는 속으로「정상아로 잘 자라게 해주십사」하고 기도를 해도 확신을 가질 수가 없었습니다.「공부를 못하면 어쩌나 지체부자유아는 안될런지」여러가지 생각이 저를 괴롭혔습니다. 루까는 보름만에 퇴원을 해서 집으로 왔습니다. 저희 구역 신자분들은 다시 얻은 자식이니 열심히 잘키우라고 충고와 격려를 해주셨습니다. 이때부터 루까는 밖에 나가 노는 것은 엄두도 못냈고 항상 집에서 형과 저와 셋이서만 친구가 되어 자랐습니다. 유치원에 들어가서도 내성적인 성격에 친구와 어울리지를 못하였고 병신취급만 받는것 같아 속으로 화가 나서 공부에만 주력하려고 열심히 가르쳤는데 의외로 글씨도 바르게 잘쓰고 이해는 늦어도 열심히 하려고 노력해 한글을 다 익히고 학교에 입학을 하니 성적도 항상 상위권이고 글씨는 너무 잘쓴다고 1학년 전체가 돌려가며 구경을 시킬 정도였습니다. 조금 이해가 늦는게 흠이면 흠이랄까 다른 이상은 없이 잘자라주어 주님께 감사한 마음이었고 막내에게도 고맙게 생각됐습니다. 이러한 체험을 통하여 주님은 저를 당신 가까이로 부르고 계셨습니다. 길고도 짧은 결혼생활 7년에 접어든 어느날 저에게는 또 다른 아픔이 밀려왔습니다. 남편이 갑자기 배가 아프다면서 배아랫쪽에 무엇인가 잡히는 느낌이 든다하여 우리는 병원에 갔습니다. 진찰결과 배에는 아무 이상이 없다 하며 비뇨기과에 가보라고 하길래 비뇨기과에서는 주사를 맞고 약 이틀분을 주며 일주일은 더 치료를 받으러 다녀야한다고 했습니다.
저는 아빠 얼굴을 쏘아보았습니다. 병원문을 나오면서 아빠는 얼굴을 붉히며 다시는 안그러겠노라고 빌었습니다. 돌아오는 차안에서 분한 마음을 가라 않히면서 심호흡을 해보았으나 얼굴만 더 달아올랐습니다.
『저런 사람이 신자집안에 유아영세자라니…』
내가 누구를 믿고 결혼을 했던가. 이제까지 산전수전 겪어 쌓아 올렸던 공든 탑이 순간에 무너져 내렸습니다. 아무라도 붙들고 넋두리를 했으면 마음이 풀리련만 이 말을 해가지고 그 말이 제귀에 되돌아올 때는 얼마나 큰 눈덩이가 되어 돌아올까 하는 생각에 성당 감실 앞에 가서 성체조배를 했습니다.
예수님께 남편에 대한 불만을 일어바치고 나니 속이 좀 후련해졌습니다. 이후로 저는 무슨 일이 있으면 감실앞에 와서 고자질하는 성체조배자가 되었습니다. 얼마쯤 지나서 구정 일주일 전날 밤에 어느 여자에게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나는 아무게인데 댁의 남편하고 몇해전부터 살림을 차리고 살고 있으니 와 보라는 전화였습니다. 저는 엉겁결에 밤도 늦고 아이들 교육상 좋지 않으니 내일 다시 만나자고 했습니다. 순간 아! 올것이 왔구나…. 하지만 이건 너무하지 않은가 이 밤중에 누가 누구를 오라는 호출인가. 주객이 전도되어도 유분수지 아빠는 이제야 모든 것을 다 털어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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