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몇년 전에 학술 발굴팀이 인디언들을 짐나르는데 고용했다. 처음 4일간은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이 되었다. 한데 5일째가 되자 인디언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위협도 해보고、짐삯을 올려주겠다고 달래보기도 했으나 막무가내였다. 장비와 짐을 나를 수 없었기 때문에 학술발굴팀의 일정에는 엄청난 차질이 생겨나게 되었다. 그런데 묘하게도 꼼짝도 않던 인디언들이 2일 후에는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발적으로 일어나서 짐을 나르기 시작했다. 하도 이상해서 나중에 그 영문을 물었더니 인디언이 설명하기를『처음에 너무 빨리 일을 서둘렀다. 그래서 우리들의 혼이 뒤따를 때까지 기다려야만 했다』그제서야 미국인들은 인디언들이 이틀동안 꼼짝도 않고 있었던 그 이유를 알게된 것이다.
이 이야기는「모모」라는 작품을 쓴 작가 미하일 엔데가 전하는 이야기이다. 늘 바쁘고 일에 시달리고 쫓기면서 자기 자신을 들여다 볼 여유가 없는 현대인들에게 무언가 생각케 해주는 의미있는 이야기이다. 우리는 너무 서둘러 달리는 동안에 왜 이처럼 달려야 했는지를 잊어버렸다. 그리고 그 사이에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잃어버렸고 생각조차 하지 못하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우리 시대가 속속들이 병들어 있다는 사실조차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
우리는 이 시대의 한가운데 서서 잠시 멈추어 우리 자신을 생각해보아야 한다. 교통법규에 가장 중요한 것은「우선 멈춤」이다. 이것을 지키지 않거나 또 자주 어길 때 언젠가는 큰 사고가 나게 마련이다. 어떤 사람이 밤에 피곤한 몸으로 자동차를 몰고 퇴근하다가 횡단보도에서 우선 멈춤을 무시하고 가다가 자전거를 타고가는 어린 소년을 치었다.
뒤늦게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그 소년은 이미 생명을 건질 가망이 없게 되었다. 목격자의 진술에 따라 경찰이 어느 골목에서 사고를 낸 차를 찾아냈다. 사고 운전자를 구속한 경찰은 생명을 잃은 부모를 수소문했다. 불행히도 그 소년의 아버지가 바로 사고를 낸 그 운전자였다.
참으로 이 세상은 멈출줄 모르는 시대、자기를 뒤돌아보지 않는 시대、어디로 가야할지 모르는 시대가 되어 버렸다. 희망찬 미래가 아니라 불안과 공포공해와 오염의 미래만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내일에 대한 방향을 잃어버린 우리 모두는 그동안 우리가 자랑삼아 쌓아놓은 문명의 업적 앞에서 이제 어떻게 해야할지 두렵고 불안하기만 하다. 이 시대는 지금의 이 자리에서 좌ㆍ우를 살피고「우선 멈춤의 회개」를 해야한다. 이 시대가 회개하지 않는다면 자기 손으로 아들을 죽인것 이상으로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게 될 것이다.
부모들이 돈의 노예가 되어있는 동안에 그 자녀들은 그늘진 곳에서 소외되고 공허감에 시달려 마약과 대마초에 자신을 맡기고、흔들리는 정신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모른체하지 말아야 한다. 너무 많은 재물을 어떻게 해야할지 주체를 못하는 미련한 우리의 지나친 소비문화가 우리의 정신을 병들게 하고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국민학교 어린이들까지 음란비디오와 폭력성의 비디오에 익숙해져서、사람이 피를 흘리며 죽는 장면을 보아도 아무런 느낌이 없다는 무서운 현실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이렇게 어린이가 어린이답지 못하고 영악해지고、청소년이 청소년답지 못하고 폭력을 자랑삼는다면 도대체 이 시대의 내일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또 다른 면에서 산업발전의 결과로 온갖 오염과 공해에 시달리면서 살아가고 있고、화학비료와 농약에 중독되어 땅도 죽고 농민들도 죽어가고 있는 이 현실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당장 나와 상관이 없다고 하여、눈감고 아웅하는 식으로 산다면 결국 우리는 이 세상의 고통을 외면하고、이 세상의 죄에 가담하는 공범자가 되는 것이다.
이 세상이 회개하도록、「우선 멈춤」하도록 하기위해 이 사회의 고통스러운 면과 비인간화된 모든 것에 관심을 가져야한다. 눈을 들어 세상을 바라보고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가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사람들의 눈에서 삶이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는 것을 어디로 가야할지 방황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새해에는 무엇보다도 인디언의 지혜를 배우고「우선 멈춤의 용기」를 가져야한다. 왜냐하면 이 시대가 더 이상 아들을 죽이는 어리석은 부모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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