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수(왼쪽)씨가 3월 31일 대전교구 신합덕본당 공동체로부터 장기근속기념패를 받은 후 김문수 주임 신부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대전교구 신합덕본당 제공
1989년 3월 25일은 김동수(아우구스티노·68)씨가 대전교구 신합덕본당 제2대 사무장으로 근무를 시작한 날이다. 당시 본당 주거래 금융기관에서 근무하던 김씨는 ‘본당 사무실에서 일해보지 않겠느냐’는 주임 신부님 권유를 며칠 동안 고민하다가 받아들였다.
성가대, 주일학교 교사 활동 등을 하며 본당 사무장이 어렵고 힘든 자리라는 것을 가까이서 지켜본 상황이었다. 보수도 많지 않고, 출퇴근 시간이 일정치 않은 일이라 주변에서도 말렸다.
“그때 어떤 이유에서 ‘해보겠다’고 말씀드렸는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어느새 30년이 흘렀습니다. 이렇게 오랫동안 본당 사무실을 지키게 될지 정말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지난 3월 31일 신합덕본당(주임 김문수 신부) 공동체는 김씨의 사무장 생활 30년을 축하하며 조촐한 기념식을 열었다. 그리고 장기근속기념패를 선물했다.
“본당 신자들이 30년을 기억해주고 축하해주셔서 큰 격려가 됐다”는 김씨. 그는 “모든 것은 신자들의 사랑과 나눔 덕분”이라고 말했다.
사무장 일을 처음 맡았던 그때는 성당 종을 치는 일에서부터 예비 신자 관리까지 맡아야 했다. 하루 24시간을 성당에서 살다시피 했다. 판공성사표 등 모든 서류가 수기로 이뤄지다 보니 신자들 이름이 저절로 외워질 정도였다.
성당 주변 200m 거리로 집을 옮기고 본당 업무를 봤던 김씨는 “어려움이라기보다는 본당 업무가 잘 이뤄질 수 있도록 ‘종’의 자세로 노력했던 기억이 많이 남는다”고 했다.
사무장 생활을 하는 동안 본당 출신 사제가 3명이나 탄생하는 모습을 지켜본 것도 기쁨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봐온 신학생들이 사제품을 받고 열심히 사제로 살아가는 것을 보면 뿌듯합니다.”
반면 노령층이 많은 지역이어서 병자성사도 많고 장례도 많이 치러진다. 가깝게 지냈던 이들이 유명을 달리하는 상황도 자주 겪었다. “잘 지내던 이들이 하늘나라로 떠나갈 때는 마음이 더 아프다”고 했다.
본당 사무장 역할에 대해 “신자들이 신앙생활을 잘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신부님과 신자들을 이어주는 다리가 되어야 한다”고 의견을 밝힌 김씨는 “이를 위해서는 말과 행동이 일치해야 하고 ‘친절’이 몸에 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14년 정년을 채우고 현재는 계약직 신분으로 사무실 업무를 보고 있다.
“시편 72장 5절 ‘세세 대대로 해처럼 달처럼 살게 하소서’라는 말씀처럼 앞으로 신앙인으로서 소명을 다하며 하느님 나라를 향한 기대가 헛되지 않도록 열심히 살아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