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를 할때면 즐겁습니다. 지휘를 하면 신이 납니다』
서울 고덕동본당(주임·홍문택 신부) 성가대를 지휘하고 있는 승선희(가타리나·33세)씨는 타고난 지휘자인 것 같다. 성가를 부르며 연습을 할때면 모든 시름을 잊을 수 있다는 승선희씨는 하반신 불구인 남편과 79년 결혼한 후 한결같은 마음으로 살아오고 있다.
그녀는 매 주일 휠체어를 밀고 미사에 참례한다.
『성당은 계단이 많아서 무척 힘들어요. 특히 대부분 성당의 성가대석은 2~3층에 자리잡고 있어 안타까울 때가 많아요.』
신축중인 고덕동본당에 장애자용 엘리베이터가 설치되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뛸듯이 기뻤다는 승씨는 이제는 어떤 곳에서든지 휠체어 운전에는 자신이 있다고 한다.
승씨의 남편 박철홍(요한)씨는 가요「모모」를 작곡한 작곡가이기도 하다.
고 3때 교통사고로 한반신이 마비된 박씨를 알게 된것은 76년 지방에서 작곡발표를 할때였다.
음악활동을 같이 하면서 두사람의 사랑은 싹텄고 그들의 만남은 처음부터 벽에 부딪힐 수 밖에 없었다. 결혼할때까지 승씨집안의 반대는 대단했다.
결혼후에도 어려움은 마찬가지였다. 작곡은 많이했지만 몸이 불편한 관계로 남편의 활동폭은 넓지 않았고 작곡한 곡의 판로 개척도 무척 힘들었다.
다행히「모모」가 히트해 생활이 조금 나아기진 했으나 가계에 큰 도움은 없었다고.
지난 88년 3월「모모 컴퓨터학원」을 개설한 후 남편은 기꺼이 그일에 전념하고 있어 승씨는 무척 다행스러워 한다.
성가대는 다른 어느 단체보다 시간을 많이 뺏기는 단체라 할 수 있다.
매주 수·토요일에 정기적인 연습이 있고 일요일에도 대미사전 30분간 연습을 한다. 부활과 성탄 등 대축일을 앞두고는 거의 한달간 매일 연습에 매달려야 한다.
이처럼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성가대 활동에 더욱 보람을 느낀다는 승씨는 뒤에서 조용히 자신의 활동을 도우는 남편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했다.
『여자들이 지휘를 하는 경우 섬세하기 때문에 남자들을 리드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종종 있다』는 승씨는 다행히 자신은 지휘의 폭이 커서 어느정도 커버된다면서『성가대 지휘자로서 욕심을 낸다면 남자 단원들을 잘 리드해서 훌륭한 혼성 4부 합창을 이뤄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학교때 부터 고적대악장으로 지휘를 해 중·고등학교 때는 물론 성인이 된 후에도 지휘를 해야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승씨의 삶의 폭은 제한이 없어 보일만큼 넓어보인다.
또한 승씨는 지난해 9월부터 반포3동 주부대학의「노래부르기」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승씨의 열심하고도 성실한 삶은 주변에서의 동정의 여지를 말끔히 씻어내고야 말았다.
『처음 결혼할 당시에는 재산을 보고 한다고 의심하는 이들이 많았죠. 그러나 위낙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많은 이들이 우리의 삶을 이해해줍니다』
실제 승씨와 박씨 두사람의 생활은 신앙이 중심이된 이해와 사랑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하루하루 감사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컴퓨터학원이 자리잡기까지 본당 신자들의 도움이 컸습니다. 그이가 원래 좋아하는 음악을 계속할수 있다면 더한 바람이 없겠어요』
성격이 원만해서 살아가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는 승씨는 자녀에 대한 욕심을 버리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고 한다.
『입양문제도 생각했지만 나중에 그 아이가 아버지의 모습에서 행여 상처 받을까 두려워 할 수가 없어요』
모든것을 주님의 뜻에 맡기고 살아간다는 승씨의 얼굴에서 한조각의 그늘도 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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