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일요일이 되었다. 나는 마치 큰 잔치에라도 참석하는 기분이었고 새벽에 일어나 미사에 참여 할 준비를 하였다.
제44차 서울세계성체대회에 참석하고 곧바로 평양으로 온 나는 사실 성체대회기간동안에 북한에 있는 신자들에게 나누어줄 여러가지 물건들을 갖고 왔다.
예를들면 신구약 성서·가톨릭 기도서·가톨릭성가집 등 그밖에도 우리 일행 가운데 묵주와 성모상 2개、 성체대회때 사용했던 영대와 성체대회 장엄미사중에 사용했던 유인물 등 3천불 이상의 많은 물건들을 갖고왔다.
함께 온 일행들중 열심한 신자 두 분이 내방에 와서 짐을 챙기는 일을 도와 주었고、 미사는 9시에 봉헌할 예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모두들 새벽에 일어나 들뜬 기분으로 서성거렸다.
식당에 내려가 아침식사를 하였지만 몇 숟가락 뜨는 둥 마는 둥 공연히 가슴이 방망이 질하는 듯 하였다.
드디어 우리일행은 모두들 버스를 타고 장충성당으로 향하였다.
그런데 가는 도중에 아무도 입을 여는 사람이 없었다. 나름대로 각자 기도를 바치거나 아니면 흥분과 긴장으로 가득차 미지의 새로운 곳에서 그리스도안에 한 형제 자매인 북한 신자들을 만나리라는 생각에 젖어 있었기 때문인지….
북미주에는 공식·비공식적으로 북한을 방문한 교포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을 나는 잘알고 있다.
이미 신문지상에 몇몇 사람들이 북한방문기를 발표하였고 남가주에는 북한방문을 주선하는 관광회사도 있기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천주교 신부중에 한 신부님은 몇년전 북한을 다녀와서 자주 북한에 관하여 사석과 공석에서 여러번 북한 실정을 나름대로 피력했을 뿐만 아니라 북한 기행문을 책자로 출판까지 하였다.
언젠가는 어떤 신자분이 북한을 다녀 왔는데 가족을 만나보고 너무나도 충격을 받았지만 아무런 이야기를 할 수 없다고 하였다.
왜냐하면 만일 북한의 실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한다면 다시는 가족을 만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북한에 살고 있는 가족에게도 어떤 피해가 갈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어떤분이 지난 여름「제13차 평양세계청년학생축전」에 참가하고 북한의 여러곳을 둘러본 다음에 장충성당에 들러서 그곳 성당의 총회장 박경수(바오로)라는 사람과 인터뷰를 하고 주일 공소예절 전반을 담은 비디오테이프를 가지고 왔다.
본인이 이름을 밝히기를 원하지 않기 때문에나 또한 굳이 그 사람의 신분을 밝히고 싶지 않다.
그 사람은『신부님께서 보시고 원하는 사람이 있으면 성당에서 상영하시기 바랍니다』라고 부탁하면서 비디오 테이프를 가지고 왔으며、 나는 호기심에 가득찬 마음으로 관람했다.
그 비디오에 담겨 있는 내용중 장충성당의 총회장이라는 사람이『평양에 성당이 있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하는 내용을 들으면 그 누구도 그사람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사람이 없을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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