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형택시를 몰고 서울시내 구석구석을 누비는 여자택시 운전기사 명인식(글라라·38세)씨.
올해로 운전경력 18년째 접어드는 명인식씨는 5년전부터 개인택시를 몰기 시작했다. 행복하지만 힘겨운 가정형편으로 출발한 결혼생활은 두 아이의 엄마가 되면서 더욱 어렵게 됐고 마침 운수업을 하고있던 친정인지라 선뜻 용기를 내어 시작한 택시운전기사 생활이 10년.
『가정형편이 좀 나아질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도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하나로 시작했지만 상상도 못했어요』
아침에 눈뜨면 곧바로 택시를 몰고 나갔다가 아침식사 준비를 위해 다시 돌아와 아이를 등교시킨 후 다시 집을 나서야하는 명씨에게는 출·퇴근시간이 딱히 정해져있지 않다. 유홍업소 심야영업 단속이 실시된 후부터는 아침저녁 쉴새 없이 더 뒤어야하는 명시는 새벽 2시가 훨씬 넘어야 귀가가 가능하다.
『좁은 택시공간이지만 시시각각 무섭게 변하는 사회분위기를 누구보다도 더욱 가깝고 절실하게 느낄 수 있지요』
최근 너무 빠르게 돌아가는 세태를 종잡을 수 없다는 명씨는 힘든 택시운전에다 특히 여자이기 때문에 담달리 겪어야하는 범죄로부터의 위협·두려움 때문에 항상 강도 높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래서 명씨는 가능한 남장을 한다. 짧은 커트머리에 검은 테안경을 끼고 마스크로 얼굴을 반쯤 가리고 잠바까지 걸치게 되면 영락없이 남자가 된다고 슬쩍 귀뜸한다.
『합승객을 한사람이라도 더 태우기 위해 일행이 많은 승객들을 이리저리 피해다녔다』면서 「이렇게 살면 안된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있는 신자지만 집 한칸 마련하겠다고 남들처럼 악착같이 살아왔다는 명인식씨. 그는 이제「핸들을 잡은 예수」처럼 살아가는 운전기사 사도회를 계산된 삶이 아닌, 매순간 모든 것을 하느님께 온전히 맡기는 마음 편한 택시운전기사가 됐다.
지난해 MBC와 아메리칸 익스프레스가 공동주최한 운전기사 영어콘레스트에서 금상을 수상한바 있는 명인식씨는 현재 가톨릭성연합회 국제친선부서 실시하는 영어회화반에 일주일에 두번씩 빠짐없이 참석하고 있는 맹렬 여성이다.
국민학교 4·6학년에 올라가는 두아들이 중학생이 되면 자신있게 영어공부를 시켜보고 싶어 출석하기 시작한 이 영어회화반은 18시간 일하는 그의 하루 일과중 결코 빠질 수 없는 귀중한 시간이다. 걷잡을 수 없는 피곤이 몰려올때면 영어공부가 귀찮기도 하지만 아이들에게 엄마로서 충분한 정을 주지못한 자책감에 오전 10시가 가까워지면 그는 어김없이 여성연합회사 무실로 택시머리를 돌린다.
요즘 명씨는 커가는 두아들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는 부모가 되기위해 이틀에 한번꼴 찾아오는 쉬는 날이면 틈나는 대로 KBS「부모교육 위크숍」에 참여하곤 한다. 부모와 자녀가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가장 부럽다는 명씨의 유일한 소망은 두아들이 진실한 신앙인으로 자라 자기 위치에서 평화롭게 살아가는 것. 『소위 가졌다는 사람들이 가난한 사람들이 늘어놓는 불평을 보고 마치 「게을러서 가난을 벗어나지 못한다」고 매도할때는 정말 화가 납니다』명시는 내집한칸이 소원이 소시민들의 꿈과 노동자들의 고충, 그리고 학생들의 톤높인 소리가 폭넓게 수용될수 있는 사회가 바로 민주사회가 아니냐고 반문한다.
이제는 아이들과 좀더 많은 시간을 보낼수 있고 또 운전하는 것보다 좀더 편안한 직업을 가져보고 싶다는 것이 명인식씨의 작은 소망이다. 그러나 택시들이 지나쳐가는 냉대받는 승객들을 목적지까지 태워주거나, 목숨이 위급한 환자를 병원까지 실어나르는 급박한 상황속에서 조금씩 참신앙인의 자세를 배워가는 명씨는 이제는 쉽사리 운전대를 놓을 수 없다고 속마음을 털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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