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던 어느날 남편이 쓰러졌습니다. 병원에 갔더니 당장 입원을 하고 또 정밀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저는 속으로『이제는 모든 것을 당신께 맡기오니 당신 뜻대로 하소사』라는 기도반 하소연반을 뇌까리며 원무과에 입원수속을 하러 갔습니다. 의사는 정밀검사를 한 결과 손을 댈 수 없을 정도로 암이 온몸에 퍼져서 수술도 못하겠노라 하셨습니다. 수술이란 어느 정도 가망이 있어야지 시술할 수 있지 지금 상태로는 환자에게 고통만 주는 것이니 퇴원을 해서 잘 해주라고만 하셨습니다. 저는 수술을 해달라고 애걸하며 매달렸습니다. 이 세상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주고 싶고 또 혹시나 수술을 하면 오래 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서 저는 울며 매달렸습니다. 한참 후에 박사님께서는 몇일 날 수술을 하겠으니 그 전날까지 집안어른들의 허락을 받아놓으라 하셨습니다. 내일이 수술날인데도 허락을 안해 주시어 수술날 아침 8시에 무산이 되고 말았습니다. 남편한테는 약물로 치료를 해보고 수술을 해보겠노라고 거짓말을 시키었습니다. 남편인데도 하고픈 수술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다니 시댁식구분들이 미웠습니다. 온갖 미움과 증오로 마음이 가득 찼습니다. 이런 때일수록 미워하는 마음을 버리고 용서하는 마음을 갖자. 제 마음을 내 스스로 달래고 가라앉혔습니다. 이제는 모든 것이 다 마무리 단계에 이른것 같아 저는 넌즈시 남편에게 하느님 나라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더니『그래도 나는 이 세상이 좋다』며 병원에서 나가면 무엇다하고 무엇도 해보겠노라고 큰소리를 쳤습니다. 퇴원을 앞두고 시댁에서는 수술을 하자고 말씀하셔서 할 말은 많았으나 그냥 따르기로 하였습니다. 수술전 날 박사님께서는 저를 살짝 부르시며 너무도 위험한 수술이라서 수술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고 있어야 되며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하셨습니다.
『마음의 준비라니 수술중에 우리 남편이 어떻게 된다는걸까 오늘 밤인가』저는 그날밤 남편과 같이 침대에서 자겠노라고 했더니 남편은『내일 수술한다고 불안해 하지 말고 안정을 해』라고 말하며 되레 저를 위로해 주셨습니다.
누가 누가를 달래고 안정을 시키는가 저는 그때 한편의 드라마를 보며 내가 주인공이되어 있음을 착각했습니다. 『주님 이밤이 남편과 저와의 마지막 밤이라면 유언 한마디쯤 해줄 수 있도록 저희 남편 마음에 문을 열러 주시고 입을 열어주십시오. 저도 인하여 우리 남편은 너무도 큰 죄를 지고갑니다. 길다면 일주일도 좋습니다』새벽이 되어도 잠이 오질 않아 계속 묵주알을 돌리며 성모송을 외다보니『천주의 성모 어머니시여 남편을 위하여 빌어주소서』라고 저도 모르게 기도문이 바뀌어져 있었습니다. 전날에 신부님께 전화를 걸어 병자성사를 부탁드렸더니 쾌히 승락하시고 아침 일찍 오셨습니다. 저희 남편은 너무 뜻밖이라는 얼굴로 굉장히 좋아했습니다. 실은 남편도 병자성사를 받고 수술을 했으면 하였으나 차마 당신한테 말을 못했노라고 하면서 이제 가벼운 마음으로 수술을 받겠다고 했습니다. 「성체의 힘이 이렇게 클 줄이야…」남편은 이때 큰 체험을 한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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