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대부분의 촌락에서는 유교사상의 영향으로 남녀관계가 수직적인데 반해 가톨릭신자들이 모여사는 촌락에서는 남녀관계가 거의 수평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사실은 금년 2월 서울대학교 대학원 인류학과를 졸업하는 오지은(아녜스·서울 사당동본당)씨가 석사학위 취득을 위해 제출한「천주교 교우촌 공동체에서의 여성의 지위에 관한 연구-전북 완주군 비봉면 천호동의 사례」논문에서 밝히고 있다. 가톨릭교우촌에서의 여성의 지위를 인류학적 현지 조사방법으로 접근、 새로운 연구분야를 개척했다는 평을 듣고있는 이 논문을 요약, 소개한다. <편집자註>
「천주교 교우촌 공동체에 있어서의 여성의 지위에 관한 연구」는 인류학적 현지 조사방법을 이용、 한 천주교 교우촌 공동체내에서의 여성의 지위문제를 규명하고 천주교의 토착화문제를 검토한 민족의(民族誌)적 사례연구이다.
총 5장으로 구성된 이 논문은 천주교가 수용、 확산되면서 여성관 및 남녀관계 변화에 미친 영향을 전주교구 고산본당 관할 천호공소를 중심으로 약 1백 20일간에 걸쳐 생활하면서 연구、 분석한 것이다.
특히 이 논문은 한국 사회문화에서의「유교이념에 의해 지배되는 수직적 위계구조」와「지연성혹은 토착적 신앙체계에 근거한 공동체적 수평구조」를 교우촌 공동체에 적용、 「친족이념」과「천주교 종교 공동체이념」을 전제로 믿음체계와 정치·경제적 이해에 관심을 갖는 여성집단의 결속에 중심으로 여성의 지위를 밝히고 있다.
이 논문은『남성중심의 문종조지과 친족집단의 일반 농촌사회는 남녀간의 영역분리가 비교적 엄격한 반면 교우촌 공동체내에서 여성의 지위는 상대적으로 높다』고 밝히고『가족내에서 남성·여성의 역할이 구분돼 있다는 점에서는 다른 농촌촌락과 유사성을 나타내지만、 남녀 역할구분이 남존여비로 연결되지 않으며 또한 남녀 역할 전도에 대한 문헌적 압력은 상대적으로 약하게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이유로는『어머니의 역할이 가사·경제활동 외에 신앙생활 영역에서 중심적이며 신앙생활은 교우총 공동체 다음 세계대에게 공동체 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심지를 박아주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과『공동체 성원들이 주요 기도대상인 성모마리아와 어머니의 역할을 연결시켜 인식하고 믿어 왔다는 점 때문』이라고 들었다.
이어 논문은『교우촌 공동체에서는 천주교 종교공동체 이념이 공동체 성원들의 세계관·인간관과 인간관계 및 사회 구조를 규정하는 중심이념이기 때문에 공동체 내에서의 여성의 지위는 일반적인 한국 촌락사회와는 다른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교우촌 공동체내에서의 의례양상이 여성의 지위 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지적한 논문은『성세상사와 경진성사를 통해 형성되는 대부모-대자녀 관계는 의례친족으로서 뿐아니라 일상 사회생활에서 농사품앗이·환갑·상장례시의 상호부조 및 상호교류 등의 자발적인 결사체를 구성、 준친족적 특성을 나타내고 있다』고 밝혔다.
이 논문은 교우촌 공동체의 형성과정에 대해『천주교는 우리나라에 수용된 초기부터 천주관·영혼관 등 종교 사상적 측면에서 당시 사회의 지배적 이념체계였던 유교와 갈등을 빚게 되면서 정치적·사회적 박해를 받게 됐다』면서『조상제사문제 8반상 문제·남녀문제 등의 윤리규범상의 문제들로 인한 천주교 박해는 천주교 신앙을 중심으로 교우촌 공동체라는 특수한 지역공동체를 형성、 천주교 신앙이 민중층으로 확산하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논눔은 또 천주교가 수용、 확산되면서 여성관 및 남녀관계 변화에 미친영향에 대해『천주가 남자와 여자를 창조、 천주앞에서는 남녀 구별없이 만민이 평등하다는 평등사상과 일부일처제·이혼금지 등 혼인의례를 비롯 미사전례와 신앙집회에서의 남녀동석 및 전교활동에 있어서 남녀차이·신부차이를 인정하지않고 있는 신앙교리』라고 주장했다.
특히『혼인성사는 교회법상 혼인의 단일성과 불가해소성의 원칙 및 종교내혼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일반 농촌촌락과 비교、 교우촌 공동체에서 상대적으로 여성의 지위를 높게 나타나게 하는 종교이념적·법적요소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교우촌은 산간지대에 입지、 외부 사회로부터의 소외와 경제적 궁핍이 평등성·형제애의 실천을 강하시키게 됐다』고 본논문은『기존 촌락사회의 사회구조·인간관계와는 달리、 천주교신앙이 이념적 차원에서 뒷받침돼 평등한 인간과계를 나타냈다』고 지적했다.
이 논문은 또한 신심단체 활동에서 여성의 역할 및 활동에 대한 분석을 통해 공동체 내부에서 여성의 지위문제를 언급、 『천주교 의례가 유교식 제사의례와 비교、 여성의 동등한 참여 및 연고·연미사·레지오 활동등에서 여성 역할의 중요성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교우촌 공동체에 있어서의 여성의 지위를 연구、 분석한 오지은씨는『천호교우촌 공동체라는 한정된 사례연구이므로、 현재 우리나라 사회전체에 산재하고 있는 천주교 교우촌 공동체의 양상으로 일반화시키는 데는 한계점이 있다』며『차후 더 많은 교우촌의 사례연구를 통해 천주교 신앙체계에 대한 연구가 더욱 필요하다』고 연구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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