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가톨릭 신자수가 급증하는 반면 사제수 부족으로 질적인 성장이 다소 뒤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높이 일고 있다. 이에 본보는 김창석 신부(서울대교구 가정사목책임)가 엮는 「지상사목상담」란을 마련、 신자들의 내적인 성숙을 돕고자 한다.
<편집자註>
내가 늙어서 공부를 하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나의 아버지 신부(나를 신학교에 보내준 신부)가 이 세상을 떠났을 때였다. 그는 60세 때 은퇴하고 80세 때 이 세상을 떠났는데 20년 동안 은퇴생활을 하면서 텔레비전을 보는 일로 세월을 보냈다. 평소에 감정이 없어 보였던 그 노인 신부가 텔레비전의 연속극을 보면서 웃기도 하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고 나도 늙어서 저렇게 되면 어떻게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늙어서 세월을 보람있게 보낼 수 있는 소일거리를 만들어야 하겠다고 생각해서 뒤늦게 공부를 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내가 미국에 가서 사목상담을 공부하기로 마음먹은 이유는 앞으로 사목상담이 교회의 사목활동에 필요하리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한국의 교회는 물량면에서는 크게 발전했지만 질적으로는 부족한 점이 많다는 평을 자주 듣고 있다. 신자 수가 2만명에 육박하는 본당도 늘어나고 있다. 교회의 이런 현상은 「공장의 대량생산」에 비교할 수 있고 「수퍼마켓」에 비교할 수도 있다. 한국의 교회는 겉으로는 거창하고 막강해 보이지만 내면을 볼때 신자 개개인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존중하는데 있어서는 자랑할 것이 별로 없다고 생각된다. 인간을 하나하나 소중히 다루고 돌보는 것이 아쉽다고 느껴진다.
미국을 여행해 보면 미국은 「망해가는 나라」라는 인상을 준다. 미국에는 심지어 국민학생들까지 마약에 중독돼 있는 실정이다. 20만명에 달하는 세게의 AIDS환자 중 10만명이 미국에 있다. 대도시에서는 매일 2명 내지 3명의 사람들이 피살되고 있다. 미국의 대도시에는 길거리에서 자는 실업자·마약중독자들이 즐비하다.
미국에 비하면 한국은 「흥하는 나라」라는 인상을 준다. 2백주년과 성체대회의 큰 행사를 성대하게 성공리에 치룬 한국교회의 저력은 세계가 놀라는 바이다. 그래서 한국은 정신적 또는 종교적 강국이라는 인상을 준다.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루어낸 우리나라의 저력은 동유럽의 변화에도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된다. 국제종교회의에 나가보면 일본을 제치고 한국에 관한 외국인들의 관심이 대단히 큰 것을 느낀다.
그러나 과연 그런가? 내가 재작년에 미국에서 공부하는 동안 어느 미국인 부부에게 저녁초대를 받은 적이 있었다. 한국에서 입양해 간 남자 아이에게 고국의 신부를 만나는 기쁨을 주기 위해 나를 초청한 것인데、 그 아이를 보고 나는 깜짝 놀랐다. 그 아이는 한국말도 제대로 못하는 정신박약아였다. 미국인 양부모는 자기들이 낳은 자녀들이 셋이나 있는데도 정신박약 어린이를 양자로 삼은 것이다. 부모가 되어 주기 위해서 입양해 갔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 부부의 모습에서 지난날 미국을 빛냈던 기독교정신을 볼 수 있었다.
한국사람들 중 몇이나 그미국인 부부처럼 자기 자식이 있으면서 동족인 정신박야아를 입양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아마 아무도 없을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인간을 존중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인간 하나 하나를 소중히 다루고 돌보는 사목상담이 이 나라에 꼭 필요하고、 앞으로 사목활동에 없어서는 안될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다된 나이에(?) 나는 사목상담을 공부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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