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울고 있었습니다. 진정 참회하는 뜨거운 눈물이었습니다. 저는 주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렸습니다. 『남편의 영혼을 구해주셔서 너무도 감사합니다. 이제는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습니다. 당신 뜻대로 하소서』저역시 회개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남편과 저는 마음과 마음으로 용서를 주고 받았습니다. 9시에 수술실로 들어가는 남편을 보고 눈물을 안보이려 했으나 주책없이 눈물은 왜그리 흐르는지…. 남편은 걱정말라는 말을 남기고 수술실로 들어갔습니다.
『저 혼자서는 아이들하고 살아갈 힘이 없어요』
피눈물나는 통곡이었습니다. 배운 것도 없는 저는 「이 험한 세상을 어떻게 살아나가야 하나」하는 생각에 무섭기도하고 앞날이 캄캄하여 내 설움에 복받쳐 울고 또 울었습니다. 수술실로 들어간지 4시간이 지나도록 아무 소식이 없어 진행이 순조롭게 잘 되는가 싶더니 오후 3시쯤에 박사님께서 나오셔서 고개를 저으시며 가망이 없다고 하셨습니다. 배를 열고 보니 혹이 너무 엄청나 우선 떼어낼 수 있는 혹만 3.2kg을 제거하고 수술을 끝마쳤는데 지금껏 지혈이 안되어서 계속 수혈을 하고 있는데 오늘까지 지혈이 안되면 내일을 넘기기 어려우니 만반의 준비를 하라셨습니다. 의사선생은 아이들과 제걱정까지 해주시며 정성을 쏟아 주셨지만 제 귀에는 아무말도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밤 10시쯤 병실로 들어온 남편 몸에는 여섯개씩이나 되는 약병이 꽂혀 있었습니다. 차마 눈으로 볼 수가 없어 밖으로 나와 입을 막고 통곡하며 울었습니다. 설움과 한이 맺힌 끝도 한도 없는 눈물이었습니다. 『그만 울자』 『난 바보가 아니야』 『난 강한 두 아이의 엄마가 아닌가. 내가 약해지면 우리 애들은 어떻게하나』 『주님 저의 눈물을 걷어 주십시요』 『우리 아빠 깨어 나면 웃는 얼굴로 대하게 해주십시요』 『이번에는 제가 남편하테 후회없이 잘해드릴 수 있도록 마지막 짧은 시간만이라도 허락해 주십시요. 미우나 고우나 저희는 당신께서 맺어 주신 부부였고 창조에 은총으로 두 아들까지 주셨습니다. 또 얼마 있으면 저희는 새 아파트로 이사도 갑니다. 새 집에 가서 저희 네 식구가 행복한 가정을 꾸밀 수 있는 시간을 좀 주십시요. 당신은 자비로우신 분이시거늘 어찌 이 불쌍한 저의 기도를 아니 들어 주시겠습니까. 믿습니다 주님』.
비몽사몽 꿈인지 생각인지도 모르고 있을 때 빨리 들어오라는 소리가 들려 얼른 눈물을 닦고 남편곁으로 달려 가니 남편은 눈을뜨고 나의 손을 잡으며 『여보、 미안해. 내가 너무 당신 속만 썩히고 고생만 시키고…』더 이상 말을 들을 수가 없어 남편 입을 막았습니다. 순간 희미해지는가 싶더니 남편은 정신을 잃었습니다. 저는 새벽녘에 친정에 전화를 걸어 우리 애들을 빨리 데리고 오라고 하였습니다. 애들을 보고 마지막으로 아빠곁으로 가라고 했더니 아버님께서 아이들한테 보이지 말라시며 못오게 하셨습니다. 꼬박 밤을 새우고 아침 일찍 박사님께서 오시더니 지혈이 되고 있으니 지켜 보자고 하셨습니다. 꿈인가 생시인가 지혈이 되다니. 『주님 감사합니다』 『불쌍한 저의 기도를 들어 주셨군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오전11시쯤 남편은 정신을 차리고 병실을 한번 훑어 보더니 당신이 살아있다는 안도감에서 눈을 감고 말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알부민 5병、 혈액 35병을 마지막으로 지혈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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