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 명동주교좌본당(주임ㆍ조순창 신부)은 사순절을 맞아 「그리스도인의 성찬적 삶」을 주제로 사순절 특별강론을 실시한다. 본보는 3월 3일부터 4월 7일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5시에 명동대성당에서 실시하는 사순절 특별강론을 지상중계하고자 한다. 다음은 3월 3일 김수환 추기경이 강론한 「그리스도인의 성찬적 삶」을 요약한것이다.<편집자註>
성찬의 삶은 성체성사의 신비에서 드러나는 예수님의 한없는 사랑을 나누는 것이다. 이것은 곧 예수님이 우리를 사랑하신 그 사랑으로 서로 사랑하는 삶이다.
예수님은 본래 하느님과 본질을 같이 하는 분이셨는데、우리를 위해 당신을 낮추셨을 뿐 아니라 우리 모두의 죄를 대신 지시고 십자가에서 죽으셨다. 또 성체성사에서는 당신 자신을 우리 생명의 양식인 밥으로까지 주셨다.
주님은 이렇게 당신 자신을 우리의 밥으로 내어놓으시면서까지 우리를 사랑하신 것이다.
따라서 성찬의 삶은 바로 이 예수님의 삶이요、또 우리 그리스도인이라면 누구나가 반드시 본받고 살아야 할 사랑의 삶인것이다.
우리는 지난 서울 세계성체대회를 준비하면서 이 사랑의 삶을 살기 위해 한마음 합동운동을 시작、헌혈ㆍ장기기증ㆍ입양결연 등 여러분야에서 큰 성과를 거두었다. 이 운동은 지금도 진행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심화시켜나가야 한다. 오늘날 우리나라 사회현실을 돌이켜보면 인심이 너무 흉한데 놀라게 된다.
작년 한해동안 인신매매 마약문제가 신문지상을 꽉 메우더니 금년들어서는 방화ㆍ강도ㆍ강간ㆍ살인 등 흉악한 범죄들이 예사로 저질러지고 있다. 여기에 또 가진 사람들의 부동산투기가 가세、도시빈민들에게 생활고까지 가중시키고 있다.
더우기 남북이 분단된 상태에서 지역간ㆍ계층간의 위화감이 날로 깊어져가고 있고 노사간 갈등해소 문제도 큰 숙제로 남아있다.
이러한 갈등ㆍ미움ㆍ분열을 일으키게 하는 것은 정치적 불안정ㆍ경제혼란 등 여러 요인이 있지만 그중에서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각자가 자신들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집단적ㆍ개인적 이기주의」때문이다.
우리를 이 미움과 대립、갈등과 분열에서 구해내는 것은 자기보다는 먼저 남을 생각하는「사랑」이다.
『내가 너희를 사랑하는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참으로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면 우리사회는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전체인구중 1/4이 훨씬 넘는 그리스도교 신자들이 진실로 예수님 말씀을 진지하게 듣고、그 말씀대로 산다면 우리가 안고 있는 산더미처럼 쌓인 문제들을 모두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왜 그리스도인으로서 그리스도인다운 삶을 살지 못하고 있는가?
그것은 우리가 성당에서 주님께 기도할때 대부분 자신에게 필요한 축복을 얻기 위해서만 기도하기 때문이다. 주님을 보다 더 깊이 알고 、주님을 사랑하고 、주님의 말씀을 따라 생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그리스도를 잘 모르는 것같다. 그리스도께서 하신『나를 따르려는 사람은 누구든지 자기 자신을 버리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따르라』는 말씀을 가슴에 새기지 않고있다.
우리는 그리스도가 얼마나 우리를 사랑하시는지를 잘 모른다. 예수가 얼마나 우리를 사랑하시는지 알고 서로를 사랑하며 자신을 버릴 수 있다면 우리도 예수를 사랑할 수 있다.
성찬의 삶은 곧 예수님의 삶이다. 구체적으로 예수님의 삶은 어떠했는가?
예수는 수많은 기적을 행하시면서도 그 시대의 가장 낮은 분、가장 비천한 분으로 모든 것을 감추신 온유하고 겸손하신 분이다.
예수님께서 인간을 모든 죄악에서 구원해주신 것은 기적의 힘이 아닌 사랑의 힘이다.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에 못박혀 죽으시면서까지 하느님께 순명하셨으며、인간에게뿐만 아니라 하느님에게도 버림받는 절망의 고통속에서도 하느님께 인간을 용서해달라고 기도하셨다.
그리스도교는 결코 고통을 없애주거나 고통을 덜어주는 진통제 역할을 하는 종교가 아니라 그리스도의 고통의 의미를 알려주는 종교이다.
우리는 고통을 겪으면서 십자가의 의미를 더욱 깊이 깨닫고 고통을 통해서 주님을 닮도록 노력해야 한다.
오늘날 우리사회는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물질적으로 가난한 자와는 물질을 나누고 정신적 고통을 받고있는 자들과는 서로의 고통을 나눌줄 알아야 한다.
『너희가 여기있는 형제 중에 가장 보잘 것 없는 사람 하나에게 해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준 것』(마태25、40)이라는 예수님 말씀처럼 굶주린 사람、옥에 갇힌 사람을 사랑할 때 예수님을 사랑하는 것이다.
보잘것 없는 형제는 다른 어떤 사람이 아닌 바로 내가 매일 대하면서도 받아들이지 않는 나의 부모ㆍ형제ㆍ동료일 수 있다.
내가 가장 뿌리치고 싶어하는 사람은 바로 내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과 화해할 때 성찬의 삶은 시작된다.
성찬의 삶은 바로 나 자신과 우리 이웃을 구원하는 삶이며 나를 아는 사람들이 나를 통해 주님을 만나는 삶이다.
주님의 사랑을 우리 생활주변에서 실천하면서 그리스도의 성찬적 삶을 살아가도록 하자.
<서울대교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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