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989년 6월 1일 같은 성당에 다니는 이순이라는 부인이 곗돈이 부족하다면서 5천만 원을 차용해 달라고 하여 이를 차용해 주고 남편 명의의 가옥을 담보로 가등기설정하였다.
그런데 최근에 이순이라는 부인은 이웃에 많은 빚을 지고 도망해 버리고 그녀의 남편은 자기 처가 자기의 인감을 무단 사용하여 가등기를 해 준 것이므로 무효라고 하면서 위 돈을 갚지 못하겠다고 하고 있다. 이순이는 교회의 반장으로서 교회일을 비롯하여 남편의 제반일을 대리하여 왔는데 이러한 경우 남편에게 책임을 지워 돈을 받을 수 있을까요.
▲답
사회나 교회에서 남편을 믿고 대다수의 사람들이 남편에게 확인도 하지 않고 그의 부인에게 거액을 차용해 주는 일이 허다하다. 남편이 부인의 차용행위를 인정하고 문제가 생겼을 때 이를 변제해 주면 아무런 일이 없겠으나 남편이 부인의 금전차용 행위를 인정하지 않았을 때 매우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된다.
이러한 경우를 예상하여 미리 남편에게 차용증서 등을 받아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귀하의 경우는 이러한 확인을 받아두지 아니한 것 같다. 귀하께서는 이순이라는 부인이 남편을 대리하여 제반 가사일을 처리하였기 때문에 위금액을 차용해 준 것 같다.
민법 제827조 제1항의 규정은 『부부는 일상의 가사에 관하여 서로 대리할 권한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으나、일반사회통념상 남편이 처하게 자기 소유의 부동산을 답보로 하고 금전을 차용해 오도록 필요한 대리권을 수여하는 것은 이례에 속하는 것이라 할 것이다.
처가 남편의 승락도 없이 남편 소유의 부동산에 관하여 위와 같은 행위를 한 경우에 있어서 책임을 지우려면 위행위가 민법 제126조 소정의 표견대리가 되어야 할 것이다. 표건대리가 되려면 이순이라는 부인에게 가사대리권 이외 금전차용이라든가 재산처분행위에 대한 기본적 대리권이 있고 남편이 처에게 그 대리권을 수여하였다고 상대방이 믿을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귀하의 경우 곗돈이 부족하다는 이유만으로써는 이순이가 남편의 기본적 대리권을 수여받았다고 보기 어려워 위 사정만으로는 표견대리가 성립되지 아니한다고 볼 수 있다.
귀하는 이순이를 사문서 위조、동행죄로 형사고발하여 피해를 변제받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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