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1달만에 퇴원을 해 집에서 통원치료를 받으러 다녔습니다. 퇴원하는 날 박사님께서는 『지금 상태는 일시적 회복이기 때문에 길어야 석달』이라시며『그 동안도 힘들었지만 더 잘해주라』고 하셨습니다. 남편의 암은 동양사람으로는 드문 암이라 방사선 치료도 힘들고 항암제도 효과가 없다고 하셨습니다. 첫번째 수술과는 달리 회복도 늦고 두달이 지나도록 차도가 없자 남편은 신경이 날카로와져 시장에 갔다 조금만 늦어도 어디 갔다왔냐면서 의심까지 하며 아이들을 때리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아이들을 때리면 화를 내던 남편이 저럴수가….하루는 두 아이를 야구방망이로 때려 초죽움을 만들었습니다.『죽을 때가 되면 자식과 정을 떼려고 무섭게 한다더니 저게 바로 그 짓이구나……』
매일매일 하는 행동을 눈뜨고 볼 수가 없었습니다. 아이들은 아빠를 피해 자기 방에서 나오질 않았습니다.특히 남편은 막내를 더 미워하고 더 많이 때렸습니다.루까는 혼자 무서움을 달래기위해 인형을 항상 데리고 다니면서 혼자 말을 주고 받았습니다. 인형을 친구이자 수호신처럼 의지하고、학교에 갔다오면 먼저 인형을 붙들고 말을 불이며 껴안아 주고 잠잘 때에도 꼭 데리고 잤습니다. 저는 중간에서 남편 마음을 달래고 아이들이 크게 상처를 받을까봐 두려워 이해를 시키려 애를 써도 아이들이 어린 탓에 엄마의 마음을 받아 들이지 못하고 학교 성적은 점점 떨어지고 공부도 하기 싫어했습니다. 저는 혼자 간호하랴 아이들 공부도 봐주랴 정말 눈코 뜰 새 없는 시간을 보내던 중 새 아파트로 이사를 가게되었습니다. 친정에서는 짧은 시간이나마 행복하게 살아 보라시며 가구류 전기제품 등을 거의 새 것으로 다시 사주셨고 얼마만큼의 돈도 주셨습니다. 친정에서는 제가 너무도 불쌍해서 저희한테 베풀 수 있는 최대한의 것은 다 해주셨습니다.
제가 딸셋중의 막내이고 보니 부모님인들 얼마나 마음이 아프셨겠습니까. 지금도 저는 부모님께 불효만하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며칠동안은 남편도 좋았던지 아이들한테도 잘해주었고 아픈 것도 덜 아프다고 하셨습니다. 이것도 잠시 뿐 또 신경이 날카로와졌고 구박도 여간 심하지 않았습니다. 매맞는 애들이 불쌍하고 때리는 남편 역시 불쌍했습니다. 얼마있으면 갈 사람이 자식한테 사랑을 베풀고 가야할 진데…. 회사에서 병가와 휴직 기간이 끝나 이제는 퇴직을 해야 된다며 퇴직서를 받으러왔습니다. 십여년 넘게 다니던 곳이 이제는 다닐 수 없는 곳이 되어 마지막 도장을 찍을 때에는 남편의 손이 떨리고 있었습니다. 회사 배지ㆍ의료보험카드 등을 챙기는 저도 오늘로써 남편이 회사인으로써는 마지막이구나 하는 생각에 눈물이 앞을 가렸습니다. 날이면 날마다 무엇이 그리 먹고 싶은지 사다주고 만들어 주고 얻어다주면 남편은 한번만 맛보고 다시는 입에 대지도 않았습니다. 열흘만 있으면 석달이 되는 날 힘이 들어도 참고 후회없는 간호를 하겠노라고 마음을 굳게 먹고 내 자신을 위로했습니다. 남편의 아픔과 고통을 내가 아니면 누가 알고 덜어주겠는가. 석달이 지나가고 여섯달이 지나도 차도는 커녕 이번에는 복수까지 차기 시작했습니다. 좋다는 약 용하다는 한약방 기도원 등등 죽음 앞에서 삶의 애착이 왜 이리도 강한지 걷기 힘들고 차타기 힘든 불편한 몸을 이끌고 좋다는 곳은 다 다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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