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가쁘게 돌아가는 사회현실 속에서 한가롭게 책이나 펼쳐들고 있을 처지에 놓여있지도 못한 내가 이같은 글을 쓴다는 것이 어쩐지 어색하기만 하다. 특히 일간신문이나 월간잡지를 읽는 것이 고작인 내가 종교에 관한 책을 읽고 「감명깊었다」라고 쓴다는 것은 어쩌면 어불성설같기도 하다.
이야기 줄거리에 앞서 우리들은 흔히 성직자하면 미사나 집전하고 신자들의 고백성사와 이 밖에 필요한 사람들에게 위안의 말이나 영적 지혜를 들려주는 역할을 맡고있는 분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곁으로 내보여주는 즉 외적인 측면일 뿐 그들의 내면세계는 남다른 번뇌와 고통을 극복해 나가야 한다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예수회 소속「월터 J. 휘제크」신부는 어쩌면 앞서의 외적인면과 내적인 측면을 동시에 체험한 사제가 아닌가 생각된다.
그는 복음에 굶주린 사람들을 위해 동토로 일켠는 소련땅에 뛰어들어 온갖 고초를 겪으면서도 오직 하나 복음전파라고 하는 목표아래 스스로를 불태운 사제였기에 남다른 면을 보여주고 있다.
「월터 J. 취제크」신부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러시아에서 그분과 함께」라는 책을 통해 소개되바 있지만 이 책에서는 취제크 신부가 소련의 비밀경찰(NKVD)에 체포돼 무려 5년동안이나 취조를 받으면서 혹독한 고문끝에 간첩이란 누명을 쓰고 20년형을 받고 악명높은 모스키바의 루비안카형무소와 시베리아 강제노동수용소 등으로 끌려다면서 겪었던 처절한 상황을 이는 마치 악령의 드라마와도 같다.
나는 여기에서 문득 예수님이 올리브 동산에서의 고통과 죽음을 앞두고 아버지의 뜻에 자신을 맡기셨고 그러면서도 제뜻대로 마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하소서라고 기도하신 것을 생각하면서 취제크 신부 역시 예수님과 같이 자신을 아버지의 뜻에 떠맡기셨던 분이 아닌가라고 감히 적어본다.
<인천 평협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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