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녀님, 도저히 추스릴수 없을 정도로 빗나가기만 하던 내가 처음으로 정신이 번쩍 든 것은 두번째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때부터 였어요. 나때문에 물로 세월을 보내던 엄마가 결국 화병으로 돌아거신예요. 』
말하는 경화의 음성이 약간 떨리고 있었다. 분명 마음속으로 그는 울고 있었다. 『수녀님 엄마 없는 이세상, 하늘이 노랗고 나는 서리 맞은 꽃처럼 와전히 풀이 팍 죽어 있었습니다. 더욱 더 세상 사람들이 싫어졌고 나는 몸둘곳이 없을 정도로 고독의 도가니속으로 빠져 들어만 갔습니다. 나는 엄마가 흘렸을 눈물 보다 더 많은 눈물을 흘렸습니다. 결코 엄마를 아프게 해드리려는게 아니었는데, 한번도 진심으로 엄마를 원망하거나 미워해 본적은 없었거든요. 다만 엄마를 보는 순간 응석받이로 화가 난것 뿐인데···』
한참 동안 침묵이 흘렀다. 그는 다시 입을 열어말하기 시작했다.「나는 이제야 지난 날을 뼈아프게 후회하기 시작했고 비로소 내가 보냈던 과거 많은 방탕한 시간들이 되돌아와 내가슴을 치기시작했습니다. 후회의 고통속에서 한달을 보낸후 나의 결론은 서울을 떠나자는 것이었습니다. 저주스러웠던 나의 어린 시절, 그리고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은 나의 모든 과거의 생활들, 또 엄마의 죽음의 흔적이 생생하게 남아있는 서울을 우선 멀리떠나고 싶었던 거예요.
누구의 안내도 없이 흘가분하게 떠나온 초행길, ○○시로 가는 야간 열차에 몸을 실은 나는 차창에 비친 또 하나의 나를 향해 모든 과거를 던져 버렸습니다. 다시는 떠오르지 않고 결코 기억되지 않도록 모두 깨끗이 박박 지워 버리기 시작했습니다.
새벽 빛이 어슴푸레하게 밝아올 무렵, 차창에서 내얼굴이 사라지고 낯선곳의 풍경이 보이기 시작할 무렵, 내 마음은 차분히 가라 앉아 있었습니다. ○○시에는 먼 친척 뻘 되는 아저씨가 조그마한 문구사를 경영하고 계셨고 나는 가게일을 보며 지냈습니다. 공기맑고 조용하고 소박한 도시, 나는 아저씨댁의 따뜻한 배려와 그리고 문구사를 찾는 단골 꼬마들속에서 점점 명랑함을 되찾고 있었습니다』.
상담을 시작하면서 말문이 열린 경화는 만나는 횟수가 잦아질수록 얼굴이 밝아지고 웃기도 하면 보통 사람들과 꼭 같이 하루하루 명랑해져갔다.
나는 평소 청소년뿐 아니라 다방면의 많은 성인들도 상담하면서 그분들이 울지 않을때도 마음속으로 혼자 우는 때가 가끔 있다는 것을 경험했다. 보통으로 사건이 나면 그 본인만을 나무라고 지탄하게 되는 것이 일반적으로 상식화 되어 있는데 실상 그들을 만나 보면 본인은 모르고 있지만 공동책임 내지 태아에서부터 문제의 원인이 있음을 알게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윗글에서 본 경화의 경우 그가 세상에 태어나 성장과정에서 유년기부터 힙겹게 어쩔수 없이 겪어야만 했던 부모로부터의 애정결핍, 배다른 형제들 틈에서 겪는 갈등과 열등의식, 소외감, 형제들간의 우애결핍, 고독과 혼혈아로서 친구들 세계에서 느끼는 소외감 등은 신앙의 기초적인 바탕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모든 이가 다 그렇게 되는것은 아니겠지만 여간해선 탈선하지 않을수 없을것 같다.
이런 관점에서 볼때 그가 탈선하지 않도록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도와주지 못한 가족 구성원과 이웃과 사회는 적어도 모두 공범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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