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목상당의 둘째 목표는 타인과의 화해이다. 문제가 있어 나를 찾아오는 사람들의 약 20퍼센트는 부부들이다. 부부의 화해는 사목상담의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다.
부부를 화해시키는 일은 오랫동안 잡석더미 속에 묻혔던 값지고 아름다운 모자이크를 찾아내는 것에 비교 할 수 있다. 이 모자이크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추억으로 남아 있다. 문제가 있는 부부에게 이 모자이크가 아직도 남아있는지 삽으로 잡석더미를 파헤친다. 모자이크의 원형이 다치지 않게 조심해서 작업을 해야 한다. 그래서 부부상담이 어렵고 시간이 걸린다.
부부가 결혼초기의 사랑의 신비를 되찾기 위해서는 오래 쌓였던 깊은 반감·좌절감과 실망을 발산해야 한다. 그래야 마음의 오랜 상처가 치유된다. 용서는 이 작업에 있어 대단히 중요하다. 사목상담자는 동반자로서 부부와 같이 이 작업을 한다.
최근에 이런 일이 있었다. 19 년동안 결혼생활을 한 어느 부부가 마음이 맞지 않아서 나를 찾아왔다. 살기도 어렵지 않고 세 자녀를 둔 부부였다. 별로 큰 기대를 걸고 온 것은 아니지만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나를 찾아온 것이다. 얼마동안 상담을 한 후 그 부부에게 아직도 모자이크가 남아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그 동안의 부정적인 느낌들을 발산한 후 그들은 서로 신뢰하게 되었고 서로에게 관심을 갖게 되었다. 사랑의 모자이크를 다시 찾은 것이다. 이제는 그 모자이크가 빛나도록 윤을 내는 작업이 남아있다.
어떤 경우에는 이미 죽은 사람과 화해할 필요가 있다. 미국에서 공부하는 동안 실습하던 정신병원에서 나는 28 년 동안 심한 「외출공포증」에 시달려온 50대 초반의 한 부인을 상담한 일이 있었다. 3년 전에 남편과 사별했는데 집에 있어도 불안했고 집을 떠나면 더 불안했다. 수요일마다 상담이 끝나면 나의 차로 그녀를 집에 데려다 주곤 하였다. 어떤 때에는 일부러 먼 길로 빙빙 돌아서 갔다 그녀는 차츰 나를 신뢰하게 되었고 집에서 떨어져도 불안해 하지 않았다. 하루는 느닷없이 공동묘지에 데려다 달라고 했다. 가는 동안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남편의 무덤 앞에 이르자 그녀는 죽은 남편에 대한 분노를 터뜨렸다.지옥에서 영원히 고통을 받으라고 저주를 했다. 다음 상담 시간에 그녀는 남편에 대한 이야기를 나에게 들려 주었다.이렇게 분노의 느낌을 발산한 후에 그녀에게는 변화가 왔다. 남편에 대한 미움이 사라지고 외출 공포증도 없어졌다. 혼자 비행기를 타도 괜찮을 정도가 되었다.
상담 기법에 「빈 의자(empty chair)기법」이라는 것이 있다.내담자가 하나 갖다 놓고 미워하는 상대방이 그 의자에 앉아 있다고 상상하면서 나쁜 감정과 미움을 발산 하라고 하면 마음이 풀리는 것이다.
때로는 내담자를 그가 미원하는 상대방의 입장에 서게 하는것도 효과적이다.의자를 바꾸어 앉게 하는 것이다. 아버지에게 배척을 당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젊은이에게 아버지의 입장에서 말해보라고 하면 그 내용이 별 것 아닐 경우가 많다. 결국 억압된 감정에서 벗어나게 된다.
내담자가 지난 날의 마음의 상처에서 오는 감정으로부터 해방될 때 비로소 타인과의 화해가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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