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께서 살아계시던 시대의 정신문화는 그리스인들의 철학적인 사고와 유대아인들의 종교적인 사고로 나뉘어져 있었다. 그리스인들은 자연적인 이치의 등불을 켜들고 진리를 찾았고 유대아인들은 율법서와 예언서를 해석하면서 진리를 찾아 헤맸다. 그리스인들은 자연사물에서 사리(事理)를 발견하여 논증함으로써 무엇인가를 납득하였고 유대아인들은 율법서와 예언서에서 하느님의 뜻을 찾아내어 승복하였다.
예수의 교설은 하느님 나라를 주제로 하여 그것을 복음 즉 기쁜 소식이라고 전하는 데 있었고 그 일은 난감한 일이었다. 세상나라에 사는 사람들에게 하늘 나라를 위하여 살라고 외치는 것은 얼른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돈과 명예 그리고 안락과 지위를 쫓아 사는 사람들에게 가난한 사람이 행복하고, 우는 사람이 행복하고 옳은 일을 하면서 박해 받는 사람이 행복하며 용서하는 원수까지도 사랑하라는 하느님나라의 양상은 납득하기가 힘들다. 그러나 이런 일들은 이치로 납득시키는 것이 아니고 마음을 열고 이를 받아들이는 신앙체험이 필요하다는 것을 예수께서는 잘 알고계셨다. 그리고 이 신앙을 늘 요구하셨다.
하느님 나라 사정은 이치에 밝고 똑똑한 사람만이 알아들을 성질의 것이 아니며 율법서에 정통한 사람만이 들어가는 그런 나라가 아니라 하느님 나라를 받아들이는 자격은 단순하고 소박한 거짓이 없는 마음가짐의 사람이면 족하다.
하느님 나라를 주제로 하는 예수의 교설은 대체로 하느님 나라의 성격、주님을 따르는 제자론、하느님 나라의 설명、이렇게 세 대목으로 나눌 수 있다. 하느님 나라의 성격은 산상설교에서 피력되었고 제자론은 앞으로 나올 것이다. 오늘의 대목은 하느님 나라의 설명이다. 이 설명을 산상설교와 빗대어 수상설교라고 한다. 그리고 이 설명은 비유의 방법으로 하였다.
예수께서 집에서 나와(아마도 베드로의 집 일 것 이라고 한다) 호숫가에 가셨다가 모여 드는 큰 군중에게 강론하시려고 배에 오르셨다. 때는 가을이었고 사람들에게 하느님 나라를 여러 가지 비유로써 말씀하셨다. 하느님 나라는 세상 나라를 무시하지 않는다. 오히려 세상 나라를 전제로 하고 그 잘못된 방향을 바로 잡아 하늘나라와 연결시킨다. 그래서 땅에서도 하느님 나라가 이루어지기를 비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신앙생활은 인생(人生)을 신생(新生)으로 승화시키는데 그 목적을 둔다. 이 도리를 깨닫는 자는 이치의 따짐이나 율법서 해석이 도움을 주지 못한다. 예수께서는 당신을 믿어주기를 요구하셨다. 이것은 신앙의 체험이다. 그래서 예수께서는 하느님 나라를 설명하는데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예로 들어 비유로써 말씀하셨다. 하느님 나라는 생명체의 신비이기 때문이다.
구약성서에도 비유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 비유는 윤리교육적 목적의 격언의 형식을 띠었다.『개미는 지도자 없이도 여름에 양식을 장만하고 추수 때에 낟알을 거두어들인다.』(잠은6、7~8)
예수 당시의 유명한 랍비들、힐렐샴마이、가말리엘 같은 사람들도 성서를 해석하는데 비유를 썼다. 그들의 비유는 성서의 자질구레한 문제들을 설명하느라고 재주를 부리고 교묘한 논법을 사용하였다.
예를 들면『하늘과 땅을 창조하셨다』는 대목에서 하늘을 먼저 창조하셨느냐 땅을 먼저 창조하셨느냐 하는 문제, 누가 십계명판에 계명을 새겼느냐 하는 문제、왜 바빌론이 유배의 장소로 선택되었느냐 하는 문제들을 그럴듯하게 설명하였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모든 사람이 구원을 얻을 신앙의 신비를 설명해야만 했다. 그 신앙의 신비는 물질적인 세계와 영신적인 세계가 다르면서도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체험시키는데 있었다. 그래서 하느님 나라를 자라나는 씨앗에 비기고、기쁨의 잔치에 비기고 사람들이 찾는 보화에 비기며 생명의 곡식에 비겼다. 초대교회의 신참신자들이 이 교리를 깨닫고 믿음을 가지는데 그리 어렵지 않는 설명법이다.
신약성서에 비유라는 말은 마태오 복음서에 17번、마르꼬 복음서에13번、루가복음 서에 18번 그리고 히브리서에 두 번. 모두 50번이나 사용하고 있다. 하느님 나라의 복음서로 일컬어지는 마태오 복음서는 하느님 나라의 신비를 설명하는 비유 7개를 묶어서(13장) 전체28장중 가운데 부분에 놓고 초대교회의 교훈서 역할을 한 것을 엿 볼 수 있다. 이밖에도 3복음서에는 모두 42개의 하느님 나라에 관한 비유(마태복음16、마르꼬복음4、루가복음22)들이 있다.
이러한 비유들을 보면 한결같이 하느님 나라는 거대한 왕국에 비기지 않고, 보잘 것 없는 씨앗、겨자씨 등 자연계의 불멸의 생명력에 비김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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