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께 대한 느낌을 발산하는 것도 하느님과의 화해를 위한 상담에 필요하다
어머니를 잃고 슬퍼하는 19세의 한 젊은이가 나를 찾아온 적이 있었다. 그는 하느님께 대단히 분노하고 원망하고 있었다.
돌아가신 어머니는 군인인 아버지와 떨어져 생활한 시간이 많았고 따라서 고생도 많이 했다. 어머니는 열심한 신자였고 마음씨도 착했는데 죽게 하다니 말도 안된다고 넔두리가 대단했다.
몇 달 전에 심장마비로 쓰러졌다가 다소 회복된 어머니가 회복 기간 동안에 언덕길을 걸어 성당에 열심히 다녔는데 갑자기 죽었다는 것이었다. 어머니가 죽은 것이 미사에 열심히 다닌 죄냐고 그 젊은이는 원망이 대단했다.
창밖에 보이는 성당의 십자가를 바라보며 그는 땅이 꺼질 듯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다가 내 방 벽에 걸린 십자고상을 쳐다보았다. 그순간 그의 눈과 내눈이 마주 쳤다. 우리는 무언가 깊은 공감을 느꼈다.
나는 그에게『뭐든지 마음대로 하게』라고 속삭였다. 그 젊은이는 벽에서 십자고상을 떼어내어 방바닥에 여러 번 태질쳤다. 그러자 그 십자고상은 박살났다. 그리고나서 그는 소파에 얼굴을 파묻고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긴 침묵의 시간이 흘렸다. 그는 기진맥진해 있었다.
얼마 후 우리 둘은 부서진 십자고상의 조작들을 주어 모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그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 후 그 젊은이는 마음의 안정을 되찾았다. 그리고 다시 성당에 다니기 시작했다. 나는 사제로 무한한 보람을 느꼈다.
하느님께 대해서도 느낌을 발산하는 것은 정신의 건강을 위해 그리고 하느님과의 화해를 위해 필요할 때가 있다.
하느님께 대한 분노에는 종교적인 의심이 뒤따른다. 하느님이 사람의 고통에 무관심해 보이니까 하느님이 존재하시지 않는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30대 초반의 한 아름다운 부인이 나를 찾아와서『만일 하느님이 계시다면 내 아기를 죽게 하실 리가 있나요!』하고 분노를 터뜨렸다. 2년 전에 첫아기가 출생하자 마자 죽었고、1년전에 그의 친정아버지가 자살한 후 슬픔에 잠겨있던 그녀는 나를 찾아온것이다. 나는 그녀를 1주간에 한시간씩 상담하기로 했다. 그녀는 자기도 죽고 싶다고 말했다. 얼마 전에 낳은 딸도 고생스런 이세상에서 사는 것보다는 차리리 죽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나에게『하느님은 높은 자리에 앉아서 죄없는 사람들을 짓밟는 분』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하느님께서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당신은 발로 짓밟지 못하실 겁니다. 왜냐하면 당신이 그분을 발로 짓밟고 있으니까요』라고 했다. 그녀는 공감하는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만일 하느님이 계시다면…』이라고 말할 때마다 우리는 하느님을 발로 짓밟는 행위를 하는것이라고 서로 이야기했다.
하느님께 대한 그녀의 분노는 사라졌다. 그리고 그녀는 깊은 내적 평화를 느꼈다. 하느님의 뜻을 완전히 파악한 것은 아니지만、그분에게 반항하지 말아야 하겠다고 느끼는 것 같았다. 하느님과 화해한 그날、상담이 끝난 후에 우리들은 벅찬 마음으로 기도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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