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놓은 용돈이 부족해서 자녀들이 더 청구하는 일이 생길 때가 있다. 이럴 때는 야단을 치거나, 무조건 거절을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내 아이가 성실하다는 믿음만으로 그 요구를 쉽게 들어 주는 것 역시 옳지 않다. 상당한 이유와 타당성이 인정될 때면 거기에 준한 일을 주어서 그 대가로 삼아 지출한다는 걸 아이들에게 인지시켜야 한다.

크게 잘못된(K군 어머니의 표현) 일로 내게 상담을 요청해 온 사건은 차근차근 정리해보면 용돈관리의 무질서였다.

K군은 용돈이 필요할때면 집의 물건을 집어냈다. 카메라 · 시계 · 도자기 등등 한달 용돈은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닌데 도 늘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가불이라는 명목으로 가져가더니 아예 청구하는 일도 생략하고 닥치는 대로 갖고 나갔다.

겨우 고등학교 1학년생인데 여학생친구가 여러명이 있었다. 함께 가출 한 것을 두번이나 찾아서 데리고 왔다.

『선생님、피는 못 속이나봐요、제 아버지를 닮은 것 같습니다』K군의 어머니는 감정을 누르기가 무척이나 힘들어 하면서 부부의 갈등을 털어 놓기도 했다. K군과 두살터울의 남동생은 K군과는 대조적이었다. 용돈을 절약해서 저금한 통장을 보고 이 어머니는 눈물을 흘렸다.

『엄마 이 통장의 돈 모두 엄마줄게. 울지마. 그리고 형 때리지 마』작은 아들 때문에 삶을 포기하지 못한다고 어머니는 또 울먹였다.

K군은 사촌형(큰아버지 아들)이 대학생이었지만 그 형의 말은 잘 듣고 어려워했다. 운동도 잘하고 포용력도 있는 사촌형과 힘을 모으기도 했다.

첫째로 용돈은 꼭 청구해서 쓰도록 할 것. 더 필요 할 때는 엄마의 뜻에 맞도록 행동하면 요구하는 액수를 준다고 약속했다.(예를 들면 주일에는 성당에 꼭 가서 미사에 참례하고、늦은 시간 쓸데없는 외출도 금한다는 것).

둘째로 용돈의 지출내용을 적는 일이었다. 그러나、K군에게 약속시키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지만 잘 지켜 주지를 않았다. 애초 우리가 계획한 구타 금지만 그의 사촌형이 철저하게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사촌형이 집에 있으면 귀가하지 않겠다는 얘기를 동생에게 전달했다.

이 어머니는 K군 동생 편에 두둑한 용돈을 또 주어야만 했다. 밖에서 필요한 건 돈이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K군 어머니、그런다고 또 용돈을 주면 안됩니다』

몇번 째 이 말을 되풀이하는 내 자신 짜증스러움이 속으로 일고 있었다.

사촌형이 학교 문 앞에서 K군을 보호(?)해서 데리고 왔다. 쉽사리 교정되지 않는 K군. 스스로도 잘못되고 있다는 걸 인정하고 형에게 의지하려 하지만 잘 되지 않았다.

어머니와 나는 K군에게 심정의 변화가 깊이、지속적으로 이루어지기를 바라고 또 믿고 있다. 희망의 싹이 트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