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아우그스티누스에 의하면 하느님 모상으로 지음받은 인간의 마음은 그 뿌리인 하느님 안에 뿌리박기까지는 늘 불안하고 또 허덕인다고 한다. 사실 우리는 매일같이 각종 미디어를 통하여 본 뿌리를 떠나 허덕이는、인간들의 충동성이 몰고오는 충격적인 사건들을、그 가공스러운 결과들을、그리고 급격한 어떤 새로움이 던져주는 단절들을 겪으면서 살고있다.
하여 사람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겠으나 너나 할 것 없이 정신적 상처를 입게 마련이어서 정신장애자들의 수효는 늘어가고만 있다.
선진 부국일수록 이 문제는 크게 대두되고 있고 태아진단술을 오용하여 장애자들을 조기에 살해하는 수효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이런 현실 앞에서 그저 경악하고만 있을 것인가? 어떻게 하여야 이 시대의 절망적인 병폐들을 구원의 희망으로 바꿀 수 있겠는가? 이것이 그리스도인들의 절박한 고민이다.
여기 평신도인 독신자 장 바니에(1928년생)의 저서「남자와 여자」는 이에 대한 답을 주고 있다. 이 책은 학술연구 보고서와는 거리가 멀다. 마더 데레사처럼 이 시대의 비참을 사랑으로 구제하려고 정신장애자들의 공동체를 세계도처에 창설해 나가면서 혜성처럼 떠오른 그는、철학교수직을 내던지고 정신장애자들을 받아들여 그들과 공동체를 이루어 살면서 14년간 겪은 체험들을 이 책에서 증언하고 있다.
저자는 그 자신 역시 내적 상처를 많이 지닌 자라고 자백하고 함께 사는 이 장애자들이 그 자신의 인간성을 투시하게 한 스승들이라고 말한다. 그는 이 공동체에서 남자와 여자가 성의 차이 때문에 일으키는 본질적 문제들을 직시하고 그 원일을 찾아가면서 하느님 사랑 안에서의 나눔. 인간 성숙을 통한 치유의 길만이 희망적인 문제해결의 관건임을 증언한다.
소외의 아픔、좌절、불신 등으로 비뚤어져 있는 인간들이 어떻게 조금씩 치유되어 본래의 존귀한 인간성을 회복하여 가는지를 실패도 끝나는 슬픈 예들과 더불어 보여준다. 상대의 부족을 내가 보충하고 내게 없는 것을 보충 받으면서 함께 사는 삶의 참 의미를 하느님과 그분이 가장 사랑하는 피조물인 인간과의 참된 결합 안에서 그 원형을 제시한다. 처음부터 남녀를 다르게 창조하신 주님의 의도를 윤리나 철학차원이 아닌 참된 사랑으로 조명하고 결혼、가정、자녀 등으로 인해 유발되는 문제들을 자신을 참으로 내어주는 관계 안에서 풀어나간다.
모든 얽매임에서 풀어주려고 우리와 함께 하고자 하시는 그리스도와의 깊은 일치의 삶이、장애자들에게 진정한 자유를 선물하려고 투신하는 자들의 독신 생활 또는 결혼생활의 보투임을 깨닫게 한다.「마음이 깨끗한 자」만이 전염병처럼 퍼지는、성자유가 몰고오는 인간악과의 투쟁에서 승리를 거두게 하는 불꽃이며 힘의 원천임을 확인케 한다. 정신장애자였던 남녀가 스스로 독신으로 살기로 결단을 내리게 되거나 책임성 있는 가정생활을 영위하게 될 만큼의 회복된 예들 또한 깊은 감동을 준다.
번역 또한 아주 잘된 이 책을 모든 분들에게 특히 부모 교육자、청소년들에게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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