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가 4월1일자로 창간 제63주년을 맞게 되었습니다. 먼저 오늘이 있기까지 물심양면으로 뜨거운 성원과 격려를 보내주신 국내외 모든 애독자 제위께 머리 숙여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매년 창간호를 발행할 때마다 저희는 안타까움과 아쉬움과 송구스러움을 떨쳐버리지 못합니다. 그것은 애독자 여러분의 기대와 요구에 맞갖은 신문을 제작하지 못한채 지령(紙齡)만 자꾸 더 해가는 느낌을 씻어 버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금년에도 많은 분들이 창간 63주년을 축하해주시고 격려와 고언의 말씀을 보내주셨습니다. 저희는 이 말씀들을 기쁘게、진정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여 앞으로 또 1년간 보다 향상되고 발전된 신문을 제작하는데 열과 성을 다 기울일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
창간 63주년에 보내주신 애독자 여러분의 기대와 요망사항을 간추려보면 ▲기성 신자 재교육과 특히 80년대에 양산된 신자들의 재무장을 위해 실천적 측면의 토막 상식교리 게재 ▲진정한 나눔을 인식하고 실천을 유도하는 계속적인 노력 ▲사실보도, 진실보도 및 다양한 여론 수렴 ▲국민으로서 또한 신자로서 가져야 할 올바른 정치적 시각 제시 ▲정치, 경제, 사회, 문화등 사회 각 방면의 세상사를 가톨릭 측면에서 분석、해설▲신속성과 다양성의 겸비 등으로 요약해 볼 수 있습니다.
저희는 먼저 애독자 여러분의 이 같은 기대와 요망사항이 한결같이 정당하고 특히 한국천주교회 구성원의 일원이며 교회언론의 구독자의 입장에서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문제는 저희들 편에 있습니다.
비록 지령이 63세가 되었다고는 하지만 나이답게 내실 있고 알차게 성장해오지 못했던 지난 날의 숙명과도 같은 어려움들의 악순환이 지금도 이어져오고 있습니다. 이것은 어쩌면 소수의 한정된 독자 수를 가진 특수 종교지로서 본지가 앞으로도 계속 짊어지고 가지 않으면 안되는 무거운 짐일런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저희는 저희의 어려운 형편이나 여의치 못한 사정 때문에 애독자 여러분의 요구나 기대를 계속 외면하거나 등한시할 수는 결코 없습니다. 저희로서는 내적으로 모자라고 부족하고 텅 빈 부분들을 점차 조금씩 채우고 메꾸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으면서 가능한 한 애독자 여러분의 충고와 고언을 실천에 옮기려 애쓰겠습니다. 금년에 저희는 신자 재교육과 새 영세자 들의 신앙성숙에 필요한 기획을 새로이 시도해 볼 계획입니다. 뿐만 아니라 저희는 예비신자들과 일반인들에게 가톨릭교회를 널리 알리고 보다 쉽게 교회를 찾을 수 있도록 하는데도 노력을 기울일 예정입니다. 바로 이 신자교육과 신앙심의 앙양 및 교회홍보는 교회언론 매체들의 제일차적이고 으뜸가는 존재목적이라고 말 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저희는 우리 사회의 구석지고 햇빛이 잘 들지 않는 소외되고 그늘진 곳들을 더 많이 찾아가 그리스도의 참된 나눔을 더 많은 사람들이 실천할 수 있는 장 (場)을 계속 마련해나갈 것입니다.
본지 63년을 되돌아 보면 이 나눔 곧 사랑실천의 모습들이 가장 많은 지면을 차지하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그동안 본지를 통해 국내외적으로 개인이나 단체 복지시설 그외 교회공동체들이 나눔의 혜택을 주고 받은 실례는 그 수를 정확히 헤아 릴수 없을 만큼 많고도 크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이 나눔 실천의 촉매역할은 본지의 최대 사명 중 하나가 아닐까하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다음으로는 본지가 그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실천하는 데는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것이 두가지 있습니다.
그 한가지는 금년에도 애독자 여러분 가운데 지적해주신 사실보도 및 다양한 여론수렴문제입니다. 언론매체의 기능 중 사실보도는 중요한 요소중의 하나입니다. 저희 신문도 교회내의 사실을 있는 그대로, 평면보도 하는 데는 가급적 충실하려 합니다만 그 사실이 사실대로 알려졌을 경우 교회 내외에 미칠수 있는 득(得)과 실(失)을 냉철히 따져 「득」보다 「실」이 많다고 여겨질 때는 그 사실을 보도하지 않거나 간략히 축소 보도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본지의 보도 태도에 대해 불만이나 심한 비판을 가하는 애독자들이 없지 않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지난해 문규현 신부 파북 이후 주교회의의 성명과 정의구현사제단의 추인 내용 그리고 주교회의의 성명을 지지하는 한국평협의 성명 등을 본지에 보도했을 때 이에 대한 비판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비판의 내용은 본지가『주교회의, 사제단, 평협간의 불화와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또는 본지가『교회내의 분열과 불일치를 마치 선동하듯 다루고 있다』는 식이었습니다. 또 어떤 애독자는『가톨릭신문이 보도하지 않았으면 조용히 넘어갈 사건이 공연히 확대되는 느낌』이라는 지적도 했습니다.
또 요즈음 각 언론들이 앞다투어 다루고 있는 교황대사 이반 디아스 대주교에 대한 비판이나 교황 성하께「배려」를 요청한 서한을 보냈다는 내용 등도 본지로서는 사실보도하기가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라고 봅니다. 저희로서는 이 문제의 사실 보도가 한국교회와 절대 다수의 신자들 그리고 교황청에 대해「득」보다는 「실」이 더욱 많다고 보기 때문에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저희는 교회가 세속집단과는 근본적으로 그 성격과 본질을 달리하고 있어 어떤 문제의 해결을「여론수렴」을 통해、다수의 의견으로 처리하려는 세속적 사고방식을 염격히 배격하지 않을수 없습니다. 만일 어떤 주교의 실언(失言) 한마디가 교회 안에서、 그것도 그 주교를 장상으로 모시고 있는 사제들로부터 관용되고 보호받지 못하다면 그 공동체는 누구의 잘 잘못을 따지기에 앞서 문제성이 있고 참으로 교회다운 공동체인가를 되묻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바로 이러한 일로 교회 내에 분열과 불일치가 있어도 안되 겠지만、더욱이 이런 모습이 사회에 비쳐져서도 곤란하다는 것이 본지의 입장입니다.
또 다른 하나의 어떤 애독자께서 지적하신 것 처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사회각방면의 세상 돌아가는 일을 가톨릭 측면에서 분석하고 해석하는 문제입니다.
이 문제는 오늘날 우리사회처럼 교회의 역할이나 투신이 절실한 상황에서 꼭 필요하고 마땅히 해나가야 할 것으로 여깁니다. 물론 지금까지 이런 방면의 시도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보다 다양하고 심도 있게 해나가기 위한 노력을 배가 할 계획입니다.
저희가 계획하고 시도하려는 일들은 항상 애독자 여러분의 끊임없는 성원과 격려가 뒷받침될 때 가속화 될수 있다는 점에서 다시 한번 여러분의 협력과 이끄심을 부탁 드리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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