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일행을 태운 버스는 약15분정도의 거리에 있는 장충성당을 향하여 출발하였다. 일요인데도 불구하고 거리는 조용하였고 길거리에 다니는 사람들도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호텔을 떠난 시간이 8시30분경이었기 때문에 그 시간이면 평양 시가지가 휴일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붐빌 것으로 생각했으나 자동차 마저도 가끔 지나갈 정도로 평일과 다름없이 거리는 무척 한산하였다.
우리 일행가운데 한사람이 6시30분경 산책을 하기위해 밖으로 나갔는데 사람들이 삽과 곡괭이를 들고 행렬을 지어 거리를 지나가고 있는 것을 보았다고 한다. 후에 지도원에게『일요일에도 일을 하느냐?』고 물었더니 다음과 같이 설명하는 것이었다. 『평양시에는 대부분의 인민들이 사무직에 종사하기 때문에 운동부족으로 인하여 건강이 약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아침운동을 합니다』라고 건강관리(?)를 위하여 삽과 곡괭이를 들고 무슨 운동을 하느냐고 묻고 싶었지만 청산유수와도 같이 둘러대는 지도원의 대답에 더 이상 기대하지 않기로 하였다.
드디어 우리일행은 장충성당이 있는 골목길로 들어섰다.성당이 있는 주변은 아파트들이 밀집하여 있고 성당은 높은 담벽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버스가 성당 마당으로 들어서니 비디오로만 보았던 박경수 총회장 과 몇몇 간부들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성당 맞은편에는 성당크기 만한 건물이 회합 장소로 사용한다고 하였고 양 건물의 중앙 끝에는 사제관 으로 사용된 2층집이 있는데 하루빨리 신부님이 오시기만을 학수고대하고 있었다.
제한된 시간 안에 움직여야 했던 우리 일행은 무엇보다도 성당 안이 무척 궁금스러웠기에 모두들 성당 안으로 들어갔다. 나도 함께 성당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였더니 총회장과 간부두명이『신부님은 이쪽으로 갑시다』하여 따라갔더니 제의방이었다.
제의방에 들어서자마자 총회장은 장익 신부님께서 갖고 오신 성구들을 보여주며 바티깐에서 북한신자들을 위하여 보내준 것이라고 하였다.
나는 총회장에게『신자들은 왜 보이지 않습니까?』하고 물었다. 왜냐하면 우리일행이 성당에 도착했을 때、한 사람의 평신도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외부에서 손님이 방문한다고 가정할 때 그것도 기약없이 어쩌다 찾아오는 신부가 주일미사를 집전하기 위하여 해외에서 찾아왔다는 통보를 하였다면 사제없이 지내고 있는 신자들이 그냥 있을리 있겠는가』하는 나름대로의 생각을 하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생각은 자본주의 사회에서나 생각하는 것이지 북조선에서는 상상조차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후에야 깨달았다.
박경수 총회장은『신자들은 이미 성당안에 모두 들어와 있습니다』하면서 나를 성당안으로 안내하였다. 과연 성당안에는 약80여명의 신자들이 모여 있었고, 모두들 나와 총회장을 무표정한 모습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총회장은 나와 우리일행을 간단히 소개한 후에 나에게 몇마디 인사말을 하라고 하였다. 말만 듣던 평양의 천주교 신자들、그리고 40여년만에 종교의 자유(?)가 허락되어 천주교 신부가 평양시에서 미사를 드릴 수 있다는 것! 과연 무슨말을 먼저 시작하여야 할것인가! 잠시동안 나는 멍하니 신자들만을 바라 고보있었다. 그리고 눈에 들어온 것은 성당 입구에 마련된 두 개의 고백실이었다.
『여러분을 뵙게되어 반갑습니다. 미사가 시작되기전에 먼저 고백 성사를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인사말은 미사중 강론시간에 하기로 하겠습니다. 고백성사를 보실분은 고백실로 차례로 오시기 바랍니다』라고 북한신자들에 대한 첫 인사말을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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