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혈을 잘못받아 현대의 과학으로는 아직은 치료가 불가능한、그래서 죽을 날만 기다려야하는 어떤 부인의 얘기는 수술을 앞둔 모든 사람들을 불안하게 한다. 간염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전염성 질환이 많은 나라에 속한다. 에이즈 감염공포나 간염에 대한 두려움은 현실에 바탕을 둔 감염 공포지만 어떤 사람은 노이로제의 환증세로 감염공포에 시달리는 사람도 있다. 문화적으로 다소 차이는 있지만 인간은 어느정도씩 강박적인 결백증과 병원균에 대한 공포심을 갖고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은 세균의 감염이 두려워 남과 악수도 못하고 버스에 탔을 때 손잡이를 잡지 않으려고 하기도 한다. 우편배달부가 그 많은 우편물을 만졌고 또 하루종일 손씻을 틈도 없을 테니까 그가 배달한 우편물이 응접실 테이블위에 놓여 있으면 당연히 그 테이블이 세균에 감염됐다고 생각하여 몇번이고 알코올로 닦지 않으면 도저히 못견디는 사람도 있다. 이같이 결백증이 심하면 하루에도 손을 수십번 닦아야하고 또 닦을 때마다쓰는 수건도 새 것이라야 하니까 그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자연히 사람과의 접촉도 피하게 되고 하루에 몇번 목욕도 해야하며 손의 피부는 너무 씻어 손상될 정도로 보기 딱한 지경에 이른다. 미국에서 이름난 부자였던 하워드 휴스라는 사람은 결백증이 심해서 결국 멸균상태로 자기 거처를 만들고 완전히 외부와 격리되어 살았다는 비참한 실례도 있다. 이와 같이 병원균에 대한 공포가 가져다 주는 문제를 강박장애라고 한다. 이 장애중의 하나가 감염공포인데 이 증상의 강박성은 도저히 거역할 수 없는 심한 것이다.
이 같은 공포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자신도 그가 갖고있는 공포가 너무 지나치다는 사실도 알고있다. 세상에 균이 없을 수 없고 균중에는 인체에 필요한 균도 있으며 균이 들어와야 우리몸에 면역성이 생긴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우리가 흔히 시중에서 사먹게 되는 냉면 같은 음식중에도 균이 있게 마련이다. 일정한 허용치를 넘었을 때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균이 묻었다고 생각하고 손을 씻는 도중에 혹 비누나 수건에 균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비합리적인 사고라는 사실도 또한 알고 있다. 그러나 그 강박성 때문에 감염의 가능성을 제거하지 않으면 찜찜하고 불안해 한다. 그러니까 자기는 원치 않으나 감염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반복해서 씻게되니까 당사자 자신도 괴로울 따름이다. 감염공포가 강박증의 하나이고 이것이 불안과 연결돼 있다고 해서 심리적 갈등을 분석하고 정신치료를 받거나 불안을 제거해 주는 신경안정제 등을 사용하는 수가 많은데 이런 치료들은 아무 효과도 없고 공연히 시간과 돈만을 낭비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이 같은 강박증상이 뇌의 어떤 기질적 변화에 기인한다는 유력한 설이 나오고 있는데 실제로 강박증이 있는 환자의 미상핵(뇌에 있는 정신핵구조의 하나)이 정상인보다 크다는 증거도 제시돼 있다. 약물요법에서는 종전에 쓰였던 신경안정제 계통의 약들은 전혀 효과가 없으나 최근에는「클로미푸라민」이라는 약이 개발돼 유럽에서 특수하게 강박증에 효과를 나타낸다는 사례가 계속 나와 정신과의사 간에 화제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에 이약이 개발돼 전문가들 사이에 사용되고 있으며 큰 효과를 보는 사람들도 상당 수 있다. 행동요법에 의해 사고제기 반응 예방 등의 기법들이 확립되어 극적인 효과를 나타내는 경우도 종종 있다.
시내 음식점에 들어가보면 어떤 음식점의 경우는 주인이나 요리사가 약간의 감염공포를 가졌으면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더러 있다. 인체에서 가장 병원균이 생식하기 쉬운 곳이 머리와 손이다. 손은 자주 씻을 수 있지만 머리는 손과 같이 자주 씻을 수가 없다. 이 머리털을 만진 손으로 음식물을 만진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소리다. 모자를 모양으로 쓰는 것도 아니고 요리사라는 상징으로 만들어 쓰는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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