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은 신앙교리성의 라찡거 추기경은 1986년에「그리스도인이 자유와 해방에 관한 훈령」에서 사회적 가르침의 기본원리에 관하여 이렇게 썼다.『연대성의 원리와 보조성의 원리는 인간 존엄성이라는 토대에 밀접히 연결된다. 첫째, 연대성의 원리에 따라 인간은 그 형제들과 더불어 모든 차원에서 사회의 공동선에 공헌해야 할 의무가 있다. 둘재, 보조성의 원리에 따라, 어떤 국가도 결코 개인과 중간집단이 가능할 수 있는 차원에서 개인과 중간집단이 창의와 책임을 대체시킬 수 없다』(73장). 라찡거 추기경은 그 두가지 원리는 인간 존엄성의 실현을 위한 기본원리라고 말한다. 그리고 연대성 원리는 정치적 개인주의에 반대하는 것이고 보조성 원리는 정치적 집단주의에 반대하는 원리로서구체적 사회의 구조와 상황, 그리고 사회체제가 인간 존엄성을 실현하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연대성이나 보조성 원리란 말은 책이나 대화에서 흔하게 듣는 것은 아닌데 무엇을 의미하는가?
●인간의 사회적본성과 사회의 목적
연대성과 보조성 원리는 인간 존엄성이란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원리이지만, 그것은 인간이 본성적으로 사회적 존재이고 사회와 그안에 있는 모든 구조와 조직들이 개인의 완성을 그 목적을 한다는 가톨릭사회적 가르침의 인간관과 사회관에 토대를 두고 있다.
사회적 가르침은「인간은 인간에게 늑대이다」라고 말하면서 공격충동을 인간의 가장 기본적 성향으로 보았던 토마스 흡스의 인간관에 반대한다. 교회는 또한「가치없는 경쟁」이 최선의 법칙이라는 고전적 개인주의 견해에 반대한다. 그와는 달리, 교회는 인간이 자신의 완성을 위해서 본성적으로 타인을 필요로하고 공동체를 요구하는 사회적 존재라고 주장한다.「사목헌장」은 다른 회칙에서 여러번 반복된 사상을 재확인하면서 인간의 사회성을 강조했다.『하느님은 인간을 외롭게 창조하지 않으시고 그들을「남자와 여자로 창조하시었다」(창세1, 27) 인간은 깊은본성에서부터 사회적 존재요, 남과의 관계없이는 생존할 수도 없고 그 자질을 발전시킬 수도 없다』(12항).
인간은 혼자서 충족하기때문에 기분에 따라서만 가끔 타인과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여유있는 개체적 존재가 결코 아니다. 반대로 오히려 인간은 자신의 생존 뿐만 아니라 육체적 정신적 성장, 그리고 건전함을 위해서도 타인과의 관계와 공동체를 본성적으로 요구한다. 그래서 고립과 고독은 인간의 육체적 정신적 성장을 저해하고 생존의 파멸까지도 가져온다는 것이다. 따라서 인간을 혼자서 살 수 있는 존재로 나아가서는 해방된 인간이란 혼자서 충족한 인간으로 보는 견해는 절대로 진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인간은 타인과의 결합과 공동작업을 통해서만 생존을 유지하며 자신을 발전시키고 또한 문화를 건설한다는 것이 사실이다.
사회적 가르침 안에서, 인간의 사회적 본성에 관한 사상과 직결되 것이 있는데, 그것은 인간과 사회의 관계에 대한 개념이다. 그 개념은 사회란 인간을 위해서 존재한다는 사상이다. 1937년에 교황 비오 11세는 당시에 날로 팽창하던 공산주의가 개인을 사회에 예속시키려는 경향에 반대할 뿐아니라, 선임교황 레오 13세의 사상을 이어받아서「무신론적 공산주의에 관한 회칙」에 이렇게 썼다.『사회는 인간이 자기의 정해진 목적에 도달하는 데 사용할 수 있고 사용해야 하는 자연적수단이다. 사회가 인간을 위하여 존재하는 것이지 인간이 사회를 위하여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사회를 개인의 이기적 용도에 귀속시켜 버리는 자유방임적 개인주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29항) . 2차 바티깐 공의회의「사목헌장」도 같은 사상을 재확인한다.『인간은 본성적으로 사회생활을 꼭 필요로 하기에, 모든 사회제도의 근원도 주체도 목적도 인간이며 또한 인간이 아니어서는 안된다.』(25항) .
여기에는 두가지 중요한 생각이 들어있다. 첫째, 사회는 인간들의 실제적관계이지만, 개인을 떠나서 존재하는 독립된 실체가 아니다. 사회구조가 고착되고 화석화되는 경향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결정론적 힘의 산물이 아니고 인간의 산물이고 인간에게 그것을 개조할 책임이 있다. 둘째, 사회는 인간의 발전을 지향한다. 집단이나 국가가 인간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지 그 반대가 절대로 아니다. 인간을 해치고 인간의 발전을 저해하는 사회구조가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것은 자신의 목적에서 빗나간 것이다. 사회는 인간에게 봉사해야하고 인간 발전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인간의 존엄성과 인권을 무시하는 사회는 정당하지 못하다. 사회가 목적에 부합하는지를 가늠하는 척도는 인간이다.
●연대성 원리
연대성은 모든 인간들이 같은 인간성을 나누어 갖고서 자신의 생존과 발전을 위해서 타인과의 발전을 위해서 타인과의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인간의 사회적 본성에서 나오는 원리이다. 연대성이란 모든 개인들이 사회전체의 행복과 불행에 대하여 책임을 지면서 인간적 세계를 건설할 책임과 의무를 말한다. 그래서 사회 전체의 업적에 대하여도 모든 사람들이 공적을 인정받아야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회적 불행에 대하여도 책임을 져야할 것이다. 적어도 사회문제와 악을 방지하기 위해서 경고하거나 반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연대성의 원리는 이웃에 대한 사랑이나 동정심과는 다른것이다. 연대성은 결코 윤리적 원칙만은 아니다. 연대의 원리는 인간의 사회적 본성에서 나오는 존재의 원리이다. 연대의 책임은 공동체적 관계의 필연성에 토대를 둔다. 그러므로 그 원리에 대한 거부는 인간의 사회적 본성을 부정하는 것이다.
「사목헌장」은 연대성의 거부를 의미하는 지나치게 안일한 생활이나 고립은 인간을 빈곤하게 만드는 반면에, 연대성의 수행은 부유하게 만든다고 주장한다.『인간의 자유는 지나치게 안일한 생활을 계속하며 고립속에 가두어 둘때에 그 가치를 상실한다…그 반대로 피치 못할 사회생활의 속박과 인간의 연대성에서 오는 여러가지 요구를 책임지고 수락하며 인간 공동체에 봉사할 때에 인간의 자유는 더욱 강해진다』(31항) .
연대성의 원리는 개인 이기주의는 물론이고 집단 이기주의에 반대한다. 이러한 이기주의는 개인이나 집단이 자신의 이해관계를 전체의 이익에 앞세워서 연대적 의무를 거부하는데 있기 때문이다.「사목헌장」은 이기주의에 젖어서 사기와 기만을 일삼고 세금도 내지 않으며 보건위생법이나 운전법규와 같은 사회규정을 무시하는 이들이 많다고 개탄하면서 연대성 원리를 강조한다.『각 사람이 자신의 능력과 타인의 필요에 따라 공동선에 기여하고 사적 혹은 공적 제도를 추진하고 원조하여 생활조건 개선에 이바지해야 한다…그러므로 사회적 연대책임을 현대인의 중요한 의무로 여기기를 바란다』(30항). 현대에는 수많은 이익집단들이 공동선보다는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하기 때문에, 연대성 원리에 위배되는 행동을 자행하는 경우가 많다고 경고한다. 요한 바오로2세 교황은「노동하는 인간」에서 노동조합의 요구가 체제의『결함에 대한 시정을-사회전체의 공동선이라는 관점에서-목표로 할수 있으나, 노동조합이 일종의 이기주의 집단 내지 계층으로 전락될 수는 없다』(20항) 고 경고한다.
이렇게 보면, 연대성의 원리는 개인의 이익이나 소속 집단의 이익에 앞서서 공동선(共同善)을 위하여 노력할 인간의 책임을 말한다. 공동선이란 개념은 사회적 가르침 안에서 빈번하게 발견되는 것이고 매우 중요한 개념이다. 그리고「사목헌장」에 보면, 공동선은『집단이나 구성원 개개인으로 하여금 보다 완전하고 보다 용이하게 자기 완성을 달성할 수 있게 하는 사회생활상 여러가지 조건들의 총체』(26항) 이다. 공동선에 포함되는 사회적 조건들이 어떤것인지는 회칙「지상의 평화」의 55-59항과「사목헌장」의 26-31항이 비교적 상세하게 설명한다. 그것은 영혼과 육체를 가진 인간의 완성을 위해서 필요한 모든 조건을 말하는 것이고 국가적 공동선과, 세계적 공동선을 모두 포함한다. 공동선이 개인의 이익을 앞선다고 하지만 개인의 기본권보다 더 중요한것은 아니다. 인간의 기본권은 공동선의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연대성(solidarity)의 원리는 공동선을 위해서 노력할 책임이 국가나 공권력자 뿐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에 주목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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