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믿음은 석양빛으로 왔다.
은근히 그리고 뜨겁게
불의 노을로 온 세상에 퍼지면서
드디어 우리의 가슴속에
불을 당겼다
태양이 더 지글지글 끓고
땅의 나무는 더 푸르게
하늘 빛을 닮아
세상의 자연은 거대한 은총으로
빛을 발했다
오 예순 세해의 아침을 맞는
그대여
평화의 길로 인도하는
문자(文字)로 깨끗한 정신으로
태어났던 하나의 뜻
아니 하나의 구원
아니 하나의 채찍질
아니 하나의 희망
아니 하나의 위로가 되었다
그렇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들으며
사랑을 익히는 연습으로
깊은 마음안에 바다를 부르고
거기 돛을 올렸다
오 예순 세해의 역사는
그렇게 가히 눈부시고 찬란했다
그러나 가슴깊히 스며드는
공허감 허탈감 아니 당혹감
잘 키운 새의 알을
잃은듯한 허전함
…이 외로움
다시 기억하라
언젠가 순교하던 그 시절
영광으로 목숨을 내어 놓던 그 시절
불멸의 영혼은
고통을 기쁨으로 받아
보는이의 굴욕적 슬픔까지
위로 했느니
죽으며 승리한
그 두려운 사랑을 잊지 말아라
그래 잊지 말아라
우리 모두 쌓아올린
거대한 형태와 높은 목소리
그 안은 왜소하고 초라하고
너무나 죄송한 것을
느끼게 하라
그리고 빈 공동(空洞)을 채울
흙을 생명의 목소리를
상처를 인내하며
저 먼 박토(薄土)에서 짐지고 오라
거룩한 행사도 우리에겐 있었다
교황의 목소리가 이땅을 울리는
여의도 광장
이웃이 하나 세계가 하나되고
공동체의 기도는
주(主)앞에 다다랐으리
그래서 우리는 뜨거운 전율속에
신앙의 피는 환희로 가득차고
무엇인가 빛으로 가득차 오르는
숭고한 존재를
분명 우리는 느꼈었다
그 믿음 다시 석양빛으로 오라
시든 풀꽃도 다시 생기를 찾는
바다도 산도 숲도
활기를 찾는
자연의 부활속에
힘차게 걸어오는 우리들의 각성
분수처럼 맑은 깨우침으로
솟아 올라라
거대한 둥우리를 틀고
하늘로 솟아 올라라
다시 눈을 뜨자
귀를 기울이자
대회는 끝났지만
행동의 막은 내리지 않았다
지금은 마음으로 믿고
정으로 통하고 사상으로 뭉치는
사랑의 집을 세울때다
그런 봄이다
예순 세해 아침을 맞는
그대의 다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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