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화야, 너 오늘 정말 밝은 모습이다. 이런 얼굴은 처음 보는 것 같은데 오늘은 우리 집에 가서 우리 부모님을 만나보자. 이렇게 예쁜 경화를 보시면 부모님도 좋아 하실거야. 사실은 오래전 부터 너를 한번 만나보고 싶어 하셨거든』난 잠시 마음속으로 망설였습니다. 그러나 내 마음은 이미 결정되어 있었고 나의 과거는 언제라도 얘기 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모 중학교 교감으로 계시다는 그의 부친과 목소리가 차분한 모친을 만난 것은 오후였습니다. 그날은 마침 그의 여동생이 함을 받는 날이었고 퍽 분주한 가운데도 그의 모친은 내게 많은 신경을 써 주셨습니다. 『얘기는 많이 들었어요. 정말 참하게 생겼네요. 오늘 같이 경사 있는 날에 만나보게 되어 더욱 반가와요. 집안이 좀 어수선해도 부담없이 놀다가요』
나한테는 오히려 그 편이 훨씬 마음이 편했습니다. 그의 부모님을 정식으로 만났다면 난 아무 말도 못하고 진땀만 뺐을 테니까요. 드디어 기다리던 누이 동생의 함이 도착하고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바람에 나도 점점 흥겨운 마음이 되어갔습니다.
그이와의 결혼에 관한 상상은 퍽 나를 즐겁게 했고 나도 한사람의 어엿한 아내로서 현모양처가 될수 있으리라는 행복감과 자신감도 생겼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오랜만에 돌아가신 엄마가 뼈에 사무치게 그립고 아쉬웠습니다. 양부모님 살아계신 그이가 무척 행복해 보였습니다.
상담시간은 상대방의 말을 잘 들어 줌으로 우선 고통을 나누어 받고 상대방이 신뢰하며 터 놓고 말하면서 자기 스스로가 결론을 얻게 되며 자연적으로 치유가 되는가 보다. 교도소사목은 마태오 복음 25장의 하느님 말씀을 그대로 실천하는 삶이다. 이런 의미에서 크리스찬이면 누구나 교도소 사목에 관심을 가져야한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경원시하고 감히 바라보기조차 꺼리는 일명의 큰 집, 15척의 높은 담장안의 그 건물, 그 안에 살고 있는 형제 자매들은 가족이나 연고자가 있어도 가장 소외된채 많은 상처와 복잡한 문제들을 안고 아파하는 그 귀한 영혼들…
나는 구태여 그들만을 죄수라고 생각지 않는다. 그러기에 세상에서 죄수라는 단어를 제일 싫어한다. 물론 그런 단어는 분명 있다. 하지만 적어도 크리스찬들은 그런 말을 사용해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누구나 죄인이다. 물론 죄의 경중의 차이는 있겠으나 죄 없는 사람이 세상에 있을까. 고로 남을 죄인이라 말하는 것은 단죄 행위라고 생각한다. 교도소 직원들도 죄인, 죄수란 말은 쓰지 않고 재소자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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