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낳은 정도 깊지만 기른 정도 그에 못지않습니다. 아기들의 눈망울을 들여야 보고 있으면 행복해요』.
입양아들이 입양 될 때까지 가정에 데려다 키우는 위탁모 정병현(모니까ㆍ43ㆍ서울 등촌동본당)씨. 주위에서는 그녀를 「아기박사」라고 부른다.
85년 5월 홀트 아동복지회를 통해 처음 위탁모를 시작한 이래 5년간 25명의 아기를 기르며 사랑을 쏟았다.
정씨의 품에 처음 안긴 아기는 생후 8개월 된 남아였다. 이 아기는 보름만에 친엄마에게 돌아갔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정이 들었는데 서운했어요. 그러나 친엄마의 품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하니 아주 기뻤습니다. 아기는 친부모품에서 커가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잖아요』.
이별의 아픔과 그리움을 뒤로한 채 또다시 새 아기를 돌보며 사랑을 쏟는 정씨는 분명 입양아의 대모인 것 같다.
『정상아보다 미숙아를 키우는 것이 더 보람되고 즐겁다』는 정씨는 그동안 키운 아이 중 2명밖에 없었으며 현재 기르는 아이도 정상아가 아니다.
생후 5개월 된 미희는 검사결과 뇌성마비의 증상이 나타내고 있다.
장기치료를 요한다는 진단을 받고 매월 1~2회연세대 의대에 가서 물리치료를 시키고 있다. 그 덕분인지 항상 고개를 떨구고 있던 미희가 고개를 제대로 가눌 수 있게 됐다고 정씨는 기뻐한다.
『미숙아들이 한가지씩 터득할 때마다 더욱 기쁩니다. 정상아들이 한 달이면 나타내는 반응도 그들에겐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요. 인내와 사랑으로 지켜보는 마음이 중요합니다』.
아기들의 정기 검진과 양육지도를 받기 위해 한달에 한번씩 홀트 아동복지회에 가야 한다는 정씨는 아기들의 앨범도 예쁘게 정리해 입양간 아이들이 보고 싶을 때마다 사진을 보며 그들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기도한다.
정씨는『식구들이 모두 아기를 좋아해야 위탁모를 할 수 있다』면서 『말 못하고 의사 표현을 분명히 하지 못하는 어린 아기이지만 모든 것을 알아듣는다고 생각해 항상 웃는 낯으로, 대화의 시간을 자주 갖는다』고.
정씨 가족은 유난히 아기를 좋아한다. 그녀의 남편은 아기를 기르는 것을 본 후 아예 집을 팔아 탁아소를 차리자고 할 만큼 적극적이다.
사진 촬영이 취미인 남편은 따라 주말여행을 자주 해온 정씨였지만 아기를 기른 후로는 단 한번도 남편과 함께 여행할 수 없었다.
오히려 정씨 자신은 여행보다는 집에서 아기와 함께 보내는 것이 더욱 즐겁다면서 이를 개의치 않는다.
『이제는 집안에 아기소리가 나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하다』는 정씨는 『키우면 키울수록 조심스러운 마음이 생긴다』고.
정씨는 위탁모를 하기 전 6년동안 레지오마리애 활동으로 병자방문ㆍ장례봉사 등에 앞장선 활동파이기도 하다.
『그때 레지오 활동을 통해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나에게 많은 것을 주신 주님께 감사드리면서 버려진 아이들에게 작지만 우리가족의 사랑을 나누기 위해 위탁모를 시작했지요』
슬하에 1남1녀의 자녀를 둔 정씨는 동네에서도 금슬이 좋은 부부로 소문이나 있다.
자신의 마음이 불편하면 자연 아기에게도 언짢게 대할 것 같아 항상 즐겁게 생활한다는 정씨, 자신에게 맡겨진 일은 언제나 기쁜 마음으로 하고 있는 정씨의 얼굴에서 어린아이 같은 천진함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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