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 전의 일이다.
필자가 자주 들리는 주교좌성당 옆에 있는 계산서원에 들러 한 권의 신간서적을 샀다.
서론을 읽고 난 뒤、본론에 들어가는데 별로 신통한 이야기도 없이 프랑스 사람들의 기다란 이름만 자꾸 나와 책을 덮고 말았다.
몇 달이 지났다. 어느 날 밤 왠지 잠이 오지 않았다. 갑자기 집어 던진 그 책이 생각이 났다. 다시 꺼내어 억지로 읽기 시작했다.
단조로운 첫 장면을 읽은 가운데 나에게 이변이 일어났다. 마치 신들린 사람처럼 밤새 읽어 나갔다. 깊은 영적 감동 속에 그 책을 덮은 것은 다음날 새벽5시쯤이었다.
1858년 프랑스에서 태어난 후꼬오 수사신부는 사관학교시대 할아버지로부터 받은 많은 유산으로 미주미식 사치와 방종에 열중한 방탕자였다.
이런 방탕아는 쾌락생활과 향락 후에 조수처럼 밀려오는 공허함、슬픔、혐오、권대감에 견딜 수가 없었다. 그는 1886년 10월 20일 자기의 영적 지도신부에게 고행성사를 하고 난 뒤 과거의 무절제한 죄악의 생활로부터 성스러운 생활로 극적 전환을 했다.
그 후 트라피스트수도원으로 들어가 청빈과 비천、그리고 고독과 침묵의 수도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 수도원의 생활도 나자렛의 예수의 생활에 비해 관대하다고 생각해 그곳을 떠나 아프리카 사막에 가서 기도와 청빈、노동과 침묵에서 나자렛의 예수처럼 가장 비천한 수도생활을 했다. 그러나 그는 1916년 12월1일 밤 자기가 그렇게 사랑했던 아프리카 토착민의 한 소년이 쏜 총알에 소리없이 쓰러져 갔다. 비극은 불과 20분만에 끝났다. 후꼬오 수사신부가 살해된 후 그 성덕을 따르고 창설된 수도회로서 33년「예수의 작은 형제회」39년「예수의 작은 자매회」가 창립되어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전 세계에 청빈과 관상과 노동상으로써 복음을 선포하고 있다.
사치가 관을 치고 과소비가 난무하면서 탐욕과 쾌락에 탐닉하는 요즈음의 세태에 비추어 후꼬오의 정신을 계승받은「작은 형제 · 자매회」가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얼마나 위안이 되고 각성체가 되고 있는지 감사하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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