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께서 직접 설명하신 것으로 되어 있는「씨 뿌리는 자의 비유설명」은 은유(隱喩)적이어서 또 다시 해석을 필요로 한다. 이 비유의 뜻을 설명해 달라고 한 사람들은 예수의 측근인 제자들이었고 예수께서는 그들에게『너희가 이 비유를 알아듣지 못하느냐?』라고 물으셨다. 이 말씀은 책망이 아니다. 이 제자단은 복음을 쓸 때의 교회를 지칭하는 말이었고 예수님께서 가르치신 하느님 나라에 관한 말씀을 깨우치고 몸에 와 닿게 되는 것은 하느님의 특은이요 기적으로 받아들여졌던 것이다.
그것은 오들도 마찬가지이다. 세속에 묻혀있던 사람들이 신앙을 받아들이고 교회에 들어오는 것은 하나의 기적이다.『너희가 이 비유를 알아듣지 못하느냐』. 이 말씀은 하느님 나라를 받아들이는 것은 하나의 기적이다라는 뜻이다. 앞으로 말씀하게 될 여러 가지 비유도 이러한 각도에서 알아들어야 할 것이다.
하느님 나라의 신비가 심오한 만큼 비유의 설명은 쉽디쉬운 비유 이야기 그 자체보다 더 의미심장하게 전개된다. 씨 뿌리는 사람이 말씀을 심었다. 씨 뿌리는 자의 비유의 원본이라고 할 수 있는 마르꼬 복음서는 이 설명대목에서「말씀」이라는 말을 8번이나 사용하고 있다. 사도교회의 활동상을 대변하는 것으로「말씀」의 전파、즉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의 말씀을 전하는 일이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는가를 여실히 말해준다. 그리고 복음 말씀이 전해지는 상황이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실감케 하고 있다. 사탄、환난、박해、세속의 유혹、사욕편정 이러한 따위가 복음의 씨앗을 자리게 하고 키우는데 지장이 된다는 것을 용어사용에서 알 수 있다.
본 비유에서는 씨 뿌리는 사람이 중심이었던 것이 설명에서는 말씀으로 바뀌었고 씨가 뿌려진 땅이 말씀을 받아들이는 사람으로 바뀐 것도 사도시대의 교회상황에서 보면 이해 될 수 있다.
이 비유의 말씀은 초대교회에서도 새로 입교하는 신자들의 신앙교육을 위하여 전례에서 많이 사용할 것으로 6순주일(부활절 전 60일) 미사에서 봉독되기도 하였다. 다시 말하면 이 비유 해설부분은 초대교회의 사목용이었다고 할 수 있다.
마르꼬가 그저 간단하게 말씀이라고 한 것을 마태오가 하늘나라에 관한 말씀으로 설명하였고 이 말씀은 예수께서(씨 뿌리는 사람) 선포하신 복음의 말씀이다. 말씀은 네가지 종류의 사람들에게 전해진다.
그 첫째는 길바닥 사람들이다. 길바닥에 떨어진 씨는 새들이 와서 쪼아 먹어 버렸다고 하였는데 마르꼬는 이것을 말씀이 심어진 길바닥의 사람들이라고 하였고 마태오는 하늘나라의 말씀을 듣기는 하였지만 깨닫지 못한 사람들이라고 해석을 달았다. 이런 사람들에게 전해진 복음의 말씀은 사탄(새)에게 빼앗겨버리고 말았다. 그들에게는 하느님 나라가 터무니없게 들렸고 따라서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둘째는 돌밭의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은 말씀을 듣고 기뻐하였지만 말씀으로 인하여 환난을 당하고 박해를 당하게 되면(=태양열) 슬그머니 꽁무니를 빼버리고 만다. 그들은 세속적으로 복음말씀을 받아들였을 뿐 믿음의 뿌리가 깊지 않았기 때문이다.
셋째 부류는 가시덤불의 사람들이다. 이들은 말씀을 받아들이고 어느 정도 믿음의 뿌리를 내리기는 하였지만 그 말씀이 세상의 말씀이 아니고 하늘나라에 관한 말씀이다 보니 세상사에 관한 관심과 재물의 유혹、사욕편정 등이 가시덤불처럼 세력을 뻗쳐 하늘나라에 관한 관심은 없어져버리고 믿음은 말라버리고 만 사람들이다.
그러니 말씀의 씨앗에서 자란 곡식은 영양을 받지 못하고 노랗게 퇴색된 가냘픈 풀처럼 되었다. 따라서 낱알을 맺을 리가 없다.
마지막으로 좋은 땅의 사람들이다. 좋은 땅에 떨어진 씨앗은 풍성한 수확을 올릴 것은 뻔 한 이치이다. 여기서 좋은 땅은 노력없이 주어진 좋은 땅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좋은 땅에 떨어진 씨앗들도 30배、60배、100배 이렇게 결실의 차이가 있다.
이것은 복음의 씨앗을 받아들인 사람들의 신앙생활 노력을 전제로 한다. 그 노력은 위에서 실패한 세가지 부류의 사람들의 실패요인을 극복한 신앙생활이다. 사탄과 싸우고 세속위주의 생활태도를 복음정신으로 바꾸어 참 기쁨으로 삼고(말씀을 깨달은 사람)、온갖 외적인 환난과 박해를 견디어낼 뿐 아니라 내적인 반신앙적인 요인들、즉 재물、명예、욕심따위의 걸림돌들을 용케 넘어선 사람들이다.
이 비유해설에서 우리는 여러가지 교훈을 얻는다. 첫째、하느님나라(교회)는 온갖 방해요인이 있어도 힘차게 전진한다는 것이다.
둘째、복음말씀을 듣고 믿기만 함으로써 결실되는 것이 아니다. 그 믿음에는 장애물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이 붙어야 한다는 윤리적인 교훈이다.
씨앗(말씀)이 떨어지는(받아들이는) 네 종류의 땅 중 실패한 세가지는 더 나쁜데서 덜 나쁜 순서로 되어있지 않다. 그 순서는 말씀을 받아들이는 사람의 마음가짐의 순서로 되어있다는 것을 유의해야 한다.
땅의 조건은 변하지 않고 어떤 땅에 씨앗이 떨어지는 것은 운명이다. 말씀을 받아들이는 것을 운명으로 볼 수는 없다.
마르꼬가 수확량을 30、60、100의 수로 열거한 것은 자연스럽다. 마태오는 100、60、30의 역순을 밟았다. 그것은 신앙생활의 강(약도를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교부들은 100배를 순교자、60배를 동정자. 30배를 선량한 일반 신자로 해석하기도 하였다. 우리는 인고(忍苦)、봉사、의무수행의 순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