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그리스도에 대해 이야기할 때 현존이라는 용어를 자주 사용한다. 유럽교회도 오랫동안 real presence、presentia realis(실제로 존재한다)라는 표현을 써왔다.
그냥 계시다고 하면 될텐데 이런 특별한 용어를 선택한 것을 보면 보통으로 계시는 것이 아니라 특별한 방법으로 존재하신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당신을 받아들이든 그렇지 않든 상관없이 모두를 사랑하시고 그 사랑을 끝까지 완성시키려 노력하셨다.
특히 당신을 미워하고 배척하는 사라들 속에 자신을 내 맡기시고 그들의 주먹과 창 채찍의 표적이 되셨으며 그들을 용서하시고 하느님께 죄사함을 청하실 정도로 철두철미하게 사랑하셨다.
십자가에서 완성된 그 생명을 건 사랑을 예수께서는 의도적으로 미리 빵과 포도주라는 물건에 담아 제자들에게 유물로 남겨 주셨다.
인간의 눈에는 전혀 변화가 없는 단순한 빵과 포도주이지만 그리스도를 따르는 공동체가 예수의 이름안에 한자리에 모여 최후만찬때 행하신 것처럼 주님의 이름으로 현대화하고 되풀이할 때 주님의 생명, 인격, 사랑이 가득차게 된다.
예수께서는 빠스카만찬을 맞이 하실 때 결정적인 시기가 온것처럼『내가 너희와 함께 이 만찬을 함께 하길 얼마나 고대했는지 모른다』고 말씀하셨다.
이 만찬에서 당신의 일생을 총정리하듯『내가 너희를 사랑했듯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벗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나는 너희들 위해 내 목숨을 바친다』『너희는 이 빵을 받아 먹어라 이는 바로 너희를 위하여 바치는 내 몸이다』라고 유언하였다.
이렇듯 예수님은 의도적으로 빵과 포도주안에 당신이 사랑, 생명, 인격 전체를 담아 주셨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부활하신후 엠마우스의 제자들이 빵을 쪼개는 순간 당신의 모습을 그들에게 보여 주심으로써 그 사실을 거듭확인시켜 주셨다.
그래서 제자들은 모일때마다 주님께서 친히 행하신 것을 기념하며 빵을 나누어 먹었고 부활하시고 살아계신 예수를 만나게 됐다.
오늘도 사제가 축성기도를 바치면 빵과 포도주에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그분의 사랑, 인격이 가득차고 주님이 우리와 함께 계시게 된다.
이 것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현존인 것이다. 빵과 포도주를 통해 예수님은 우리와 같은 인격적인 통교를 이루면서 당신의 사랑과 생명과 자비를 아낌없이 내어주며 우리들을 충만케 하신다.
예수께서는 부활이라는 사건을 통해 시간과 공간의 존재양상의 한계르 초월、원하시는때, 장소에서 자유롭게 제자들앞에 나타나셨다.
이 현존은 물리적인 차원에서 다룰 수 없는 인격적 차원인 것이다. 즉 나의 인격과 예수 그리스도의 인격이 서로 만나 이루어 지는 하나의 사건이다.
그렇다고 해서 미사성제가 봉헌되는 곳마다 자동적, 기계적으로 실현되는 것이 아니다.
부활하신 예수께서 당시 예루살렘의 모든 시민들에게 나타나신 것이 아니라 당신을 믿고 따르며 깊은 인격적 통교를 이루었던 이들에게 나타나신 것처럼 그분의 모범을 따를 때 그분을 만날 수 있다.
우리 이웃의 잘못을 용서해 주고 우리자신을 나누고 실천할 때 그리스도와 같은 마음、사도들이 느낀 그리스도의 참모습을 느낄 수 있다.
이때 비로소 온전히 우리몸에 현존하고 계신다고 말할 수 있으며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애뜻이 여기는 마음 그자체를 느낄수 있을 것이다.
예수님과 같이 사랑, 용서, 나눔을 실천하려는 응답자세가 충분히 될 때 우리안에 살아계시고 참으로 현존하시는 주님을 만나게 된다.
그러므로 예수그리스도의 현존은 우리가 함께 만들어 내는 하나의 사건이며 먼저 예수께 아낌없이 내어 놓고 그분을 전적으로 깊숙히 받아들일 때 완성되는 것이다. 이러한 완성은 초대교회 신자들이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좌절하지 않았던것 처럼 기쁨, 용기, 희망을 주시고 우리의 인격을 변화시키신다.
물론 이런 완성된 예수 그리스도와의 만남은 어느날 하루 아침에 일어나는 변화가 아니라 서서히 무르익어 완성돼 가는 것이다.
아직 예수의 현존 체험을 하지 못했어도 우리들은 예수께서 친히 부르셨기에 용기와 희망을 지니고 살아 갈 수 있다. 바로 성체성사를 통해 당신의 현존을 우리들이 완성시킬 수 있도록 항상 초대하고 계시며 당신께로 가까이 다가오도록 우리들을 이끄시기 때문이다.
우리들은 이러한 초대에 적극 응답할 수 있는 마음의 문을 확짝 열고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맞이해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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