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란에서 심리검사의 임상적이고 전문적인 내용을 다룰 지면도 부족하고 또 그렇게 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된다. 다만 심리검사에 대해서 사목상담자가 기본적으로 알아두어야 할 일들을 생각해 보기로 한다.
사목상담자가 알아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심리검사가 한 인간을 심리적으로 시험해 보는 거이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성장하도록 돕는 수단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목상담자는 내담자를 자로 재듯이 몇가지 그림을 그리게 하거나 켬퓨터에 의한 검사만 할 것이 아니라、일단 심리검사를 한 후에 그결과에 따라 대화와 상담을 통해서 둘이 같이 결론을 내려야 한다.
이러허게 함으로써 내담자뿐 아니라 상담자 자신도 인간으로서 성장할 수 있다는 사실이 매우 중요하다.
요즘 우리나라의 경우를 보면、심리검사를 한다는 사람들이 심리검사를 한 인간을 심리적으로 검사 또는 시험해보는 수단으로 알고 있고、또 신학생이나 수도지망생들에게 주님의 성소(聖召)가 있나 없나를 판단하는 수단으로 남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것은 매우 경솔하고 위험한 행위이다.
내가 미국에서 심리검사 공부를 하고 절실히 느낀 것은 심리검사가 한 인간을 성장하도록 돕는 수단이고、또한 심리검사를 통해서 내담자 뿐 아니라 상담자 자신도 한 인간으로서 성장하고 자기 스스로 이해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한 인간을 여러가지 방법으로 심리검사만 하고 내담자의 의견을 들어보지도 않고 검사자가 단독으로 판단을 내리는 것이 얼마나 경솔하고 위험한 일인지 내가 지기접 체험한 바가 있다.
미국에서 심리검사를 공부하면서 MMPI검사(미네소타 다면적 인성검사)를 받은 적이 있었다. 이 검사는 환자가 무슨 정신 질환을 어느정도 앓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26개의 검사항목에 걸쳐 5백50개의 질문을 하는 것이다.이 검사결과 나는 거짓말(L)점수가 대단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내가 나의 심리작용에 대해서 사실대로 대답하지 않거나 또는 상식에 어긋나는 대답을 했기 때문에 심리검사를 제대로 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이 검사의 결과에 따라 검사자가 나의 의견이나 변명을 들어보지도 않고 판단을 내렸다면 나는 분명히 형편없는 거짓말장이로 낙인찍혔을 것이다. 그러나 교수는 검사의 결과를 놓고 나와 길고 진지한 대화를 했다.
나는 교수에게 나의 심리작용이 상식과 다른 것은 한국 천주교2백주년을 계기로 내가 회개했고 따라서 나의 사고 방식에 큰 변화가 왔기 때문이라는 경위를 설명했다.
교수는 나의 설명을 잘 이해했고、결국MMPI검사가 인간을 기계로 재는 격이기 때문에 인간을 이해하는데 결함이 많다는 것이 여러 학자들의 의견이라고 말했다.
요즘 신학생이나 수도 지망생들이 주님의 성소(聖召)가 있나 없나 또는 사제나 수도자가 될 자격이 있나 없나를 알아보기 위해 성소 담당자들이 심리 검사자들에게 부탁을 하고、심리검사자들은 의론받는 젊은이들에게 몇가지 그림을 그리게 하거나 검사를 한 후에 당사자들과 이야기도 해보지 않고 성급하게 판단을 내리는 경솔한 일이 중지돼야 한다고 나는 강조하고 싶다.
심리검사를 공부하면서 이 체험이 나를 심리학도로서 뿐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성장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나는 확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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