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이 어떤 병을 앓고 있다는 것도 진단하기가 쉬운 것은 아니지만 어떤 사람이 정상이라는 진단을 내리기는 극히 어려운 일이 된다. 왜냐하면 정신상태가 정상이라는 말은 키와 가슴둘레、몸무게 그리고 혈액소견이 정상이라는 말과는 비교가 안되게 여러가지 복잡한 의미를 가지고 있고 그 범위가 훨씬 넓고 다양하기 때문이다.「이 사람이 정상」이라는 진단보다는 「이 사람은 불구 폐질자 · 농자 · 맹자 · 아자 · 정신병자가 아니다」는 건강진단서가 차라리 타당할지 모른다.
어떤 사람이 정신적으로 정상이라는 진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우선 문진을 통해서 그 사람의 과거생활사·성격·가족환경 그리고 진단을 받게 된 동기 등을 알아본다.
기본적인 진찰을 한 다음 여러가지 검사를 한다. 우선 뇌기능의 장애가 없는가를 다 각도에서 검사하고 다음에는 심리상태를 알아보기 위한 심리검사를 실시해야 한다. 그리고 사람의 행동을 직접 관찰하기 위해서 병원에 어느 일정기간 동안 입원이 필요할 수도 있다. 한 사람의 정신상태도 이상 유무를 알기 위해서 숱한 사람의 노력이 필요한데 그렇게 해도 정상이라는 말은 쓰기가 어려우며 이상이 발견되지 않는다는 말을 쓸 수 있을 뿐이다.
왜냐하면 아무리 이상한 사람일지라도 어딘가에 건강한 정신을 보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정신이상자라 해도 24시간 내내 이상한 것은 아니며 정상과 이상이 공존하는 것이다. 정상과 이상에 대한 논란은 그칠 줄 모르지만 이것은 절대적인 개념은 못된다. 시대와 문화에 따라 다르고 또한 나라와 개인의 가치관에 무수한 자동차와 사람들이 오가는 로터리에서 열렬하게 사랑을 나누는 서양의 남녀를 서울의 광화문 네거리에 옮겨 놓아보라. 아직은 그들을 보고 『별 미친놈 다 본다』고 할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서울 무교동의 술꾼들을 미국의 술집이나 어느 거리에 옮겨 놓는다면 아마 경찰이 와서 데려갈 것이고 병원에서는 중등도의 알콜을 중독자로 진단하고 금주령을 적용할 것이다.
한 나라에서는 아무런 저항없이 받아들여지는 풍습도 다른 문화권에서는 심한 저항을 불러 일으키고 이상한 것으로 취급 될 수도 있다. 이것은 다만 어떤 나라와 나라、어떤 문화와 다른 문화에서 많이 아니고 어느 개인과 개인、가풍과 가풍간에도 있을 수 있다. 그러므로 정상이란 어떤 완전무결한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정신의학에서 「병식」이라고 하는 것、즉 자기의 어떤 점이 그릇된 것인가를 깨닫는 능력이 있는가 없는가 그것이 얼마만큼 있는가 하는 것에 정상인의 절대적 기준이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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