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후도 우린 계속 함께 살았어요. 생활비가 없어 어느날 민수와 친구들이 절도하는데 옆에서 있다가 공범으로 함께 들어왔어요』 봄비는 무척 피곤해 보였다. 너희들 결혼할꺼니? 하고 물으니 『모르겠어요』했다.
구치소 방은 온기 없는 냉 마루바닥이다. 건강한 어른도 어려울 터인데 홀몸도 아닌 어린 아이가… 참으로 애처로운 일이다. 내가 마침 어느 자선단체모임에 갔다가 한번 만난 적이 있는 모 보건소 여자 소장님이 생각나서 찾아갔다. 자문을 받아본결과 6개월된 아이 유산은 건강한 어른의 경우도 산모와 아이 두사람의 생명이 위험한 일이라고 했다. 마침 그분이 열심한 개신교 신자여서 적극적으로 도와주시기로 하였다.
담당 판사님은 마침 그 보건소 소장님 친구인 모 지방법원 여자판사의 동기인 남자판사님이었다. 그 친구판사와 셋이서 담당 판사님을 직접 찾아갔다. 담당 판사님께 피고의 현재 딱한 사정을 상세히 말씀 드렸다.
관용을 베풀어 주신다면 제가 책임지고 아이를 순산하도록 도와주겠다고 말씀드렸다. 함께 간 두 사람이 부인들이라 판사님께 어린 산모의 어려운 입장을 설득력있게 잘 말씀드렸다. 재판날까지 며칠만 기다리기로 하고 판사님방을 나왔다.
마침내 가정법원에 송치되어 소년 심판에 의해 집행유예로 결정되었으니 데려가라는 전화가 왔다. 나는 무례하게 시외전화로 ○○보육원 원장수녀님께 어려운 사정을 말씀드렸다. 아이는 낳고 찾아가지 않는 조건으로 모든 비용과 생활비를 일체 무료로 해주시기로 하여 고마웠다.
나는 감별소에 가서 봄비를 데리고 미혼모시설에 가기 위해 전철을 탔다. 차 안에서 봄비를 앞에 세우고 내려다 보니 어린아이 머리색깔이 노랗다 못해 붉은 빛이 돌았다. 전에 제과점에서 봄비 엄마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본적이 있었다. 그 애는 삼남매중 맏딸로서 어릴적부터 유별나게 조숙하였다고한다.
머리에 물 들이고 옷도 난하고 사치한것만 걸치고 다녀서 아버지가 여러 번 찢어 버릴 정도라고 했다. 국민학교 3학년까지만 제대로 다니고 그 외엔 가게에서 남의 물건에 여러 번 손대어 물어주고 사과를 청하러 다닌적이 많았고 마침내 졸업장은 어렵게 받아 왔지만 제대로 다니지 못한태 끝마쳤다고 했다. 부모로부터 충족되지 못한 애정결핍에서 유발된 도벽심과 욕구불만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요즘 미국과 영국 등지에서는 태아도 생명이다. 불편하다는 이유만으로 죽일수 없다는 생명보호운동이 일어나고 있는 현실에 비해 우리나라 실정은 너무 암담하기만 하다. 첫째 사람의 생명을 다루고 보호할 책임과 사명을 가진 의사가 딸 같은 미성년자가 두번이나 유산시키기까지 극히 근시안적이고 상업적인 면에서 겨우 유산시키는 일로만 그쳤고 아무런 도움이 되어 주지못한점이 마음 아프고 무섭도록 냉정하며 비인도적이었다고 생각된다.
또한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육체적으로는 이미 성숙되어 있는 반면 이성에 대한 상식이 전혀없는 것이 대부분의 추세인 것 같다.
단 한번의 성관계로도 임신이 된다는 상식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이성관계에 조심성이나 겁없이 대답하게 빠른속도로 진행되어 가는 것이 보통이며 이것이 큰문제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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