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교구 사목심리상담연구원(원장ㆍ조옥진 신부)은 여름 프로그램의 일환으로「크리스찬적 영성생활과 정신건강을 위한 심성개발지도와 심리치료」공개강좌를 8월 4일~25일 매주 실시하고있다.
본보는 강좌내용을 주제별로 4회에 걸쳐 소개한다. <편집자>
근래에 우리 사회에서 청소년 문제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게 된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러한 관심이 지나치게 청소년의 문제행동이나 비행에 집중되어 청소년이 마치 문제집단인 것 같은 잘못된 선입견을 불어넣어 주는 계기가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기도 한다.
이러한 떠들썩한 관심의 소용돌이에서 한발짝 물러서서 참으로 냉정하게 우리가 우리의 청소년들에 대해서 진실로 무엇을 얼마나 알고 있는가를 자문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우리의 청소년들은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느끼며, 무엇을 원하고, 무엇에 대해 고뇌하고 있을까?
이 물음에 대해 자신있게 그들의 내면의 모습과 의식을 이해하고 있다고 말할수 있는 사람이 우리들 중에서 크게 많지 않을 것으로 여겨진다.
청소년의 내적 세계의 이해가 어려운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먼저 생각해볼 것은 우리성인들이 청소년들에 대해 갖고 있는 관심의 성격의 문제이다. 부모나 교사 또는 사회의 한 성원으로서 청소년을 기르고 지도하는 우리들은 우리 나름대로의 교육목표, 방향, 가치 또는 기대를 갖고 있으며, 청소년들의 일상의 행동이 이러한 우리의 기대에 부합되는가의 여부에 크게 신경을 쓰고 있는 것 같다.
우리의 아이가 열심히 공부하는가, 좋은 성적을 얻는가, 예의 바르게 행동하는가, 친구들과 잘 사귀는가,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하는가를 걱정하는 것은 청소년 교육을 위한 주요과제의 하나임에는 틀림없겠으나, 이러한 외현적 행동에 지나치게 집착하다 보면 그들의 내면적인 정신세계나 의식을 깊이 있게 드려다보고 이해할 여유를 갖기 어렵게 될 것이다.
일단 우리 성인들이 우리의 가치와 기대를 접어두고 그들의 내면에 귀를 기울일 때, 우리는 청소년들로부터 어떤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것인가? 일견해서 그들의 이야기는 매우 어리고 어리석어 보여 크게 귀담아 들을 가치가 없어 보일지도 모른다. 「우리 부모는 왜 나보다 형을 더 좋아하는가」「왜 내가 그렇게나 좋아하는 선생님은 나만 좋아해 주시지 않는 걸까」「내가 마음에 두고 있는 남학생은 다른 여학생에 비해 나를 얼마나 좋아하고 인정해주는가」와 같은 참으로 소년소녀적인 관심에 불과한 이야기들이 대분이다. 그러나 이러한 평범한 관심의 저변에는 우리의 삶에서 큰 의미를 갖는 인간관계를 통해 자신이 얼마나 수용되고 인정받을 수 있으며 얼마나 가치로운 존재인가에 대한 그들 나름대로의 처절한 고뇌와 가치탐색이 깔려져 있는 것이다. 이러한 탐색의 과정에서 자신의 존재 가치에 절망하는 청소년들을 우리주변에서 찾기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자신의 능력과 성취에 대한 관심과 불안 또한 청소년의 주된 고뇌와 자기탐색의 영역을 이룬다. 자신의 성적이 낮음을 비관해서 자살하는 청소년의 비극은 슬프게도 이미 우리에게 친숙한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비극을 낳게한 입시위주의 교육제도에 대한 비난을 퍼부었지만, 그 입시제도는 여전히 지속되어 지금도 많은 청소년들을 불안속에서 생활하게 하고 있다.
참으로 왜 청소년들이 성적을 비관해서 자살하는것일까? 우리는 그들의 저 깊은 내면의 이유를 얼마나 알고 있으며, 알고자 노력해왔던가? 오늘날 많은 청소년들은 자신의 능력에 대한 자기탐색을 대학입시라는 좁은 영역에서 시도하고 있으며, 또한 그렇게 하게끔 우리 성인들이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 만일 누군가가 대학입시가 자신의 지적가치를 시험하는 중대한 하나의 과업임에는 틀림없으나 그것이 유일한 과업이 아니며, 앞으로 펼쳐져 있는 수십년이라는 긴세월에 걸쳐 학업성적과는 별개의 무수한 대안적 능력의 탐색이 가능함을 이들에게 일깨워 주고 확신시켜 줄수 있었다면 그들의 성급한 죽음은 아마도 막아질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지금 우리 주변에는 고통스러운 자기탐색의 길목에서 지치고 두려워서 자칫 자신을 포기하고 싶은 수많은 청소년들이 배회하고 있다. 이들 중의 어떤 청소년은 자신의 능력에 대해서, 또 어떤 청소년은 인간관계에 있어서 자신에게 절망하고 있을것이다. 또 어떤 청소년은 자신이 몸담고 있는 사회의 불합리성에 대해서 마음속 깊이 분노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또 어떤 청소년은 자신이 왜 태어났으며 왜 이처럼 힘든 삶을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근원적인 회의를 느끼고 있을 수도 있다. 또 어떤 청소년은 능력의 우열과 빈부의 격차와 심지어는 외모의 미추의 차이에 대해 이러한 불평등을 낳게한 신의 섭리가 무엇이냐고 묻고 있을지도 모른다.
흔히 자폐적이라 불리우기까지 하는 청소년기의 특성은 우리 성인들이 쉽게 그들의 내면 세계에 접근하는 것을 어렵게 하고 있다. 우리가 참으로 그들의 의식에 닿게 위해서는 우리는 성인으로서의 우리의 경직된 권위를 버리고 어깨를 낮추고 가슴을 열어 그들을 받아들일수 있어야 할것이다.
그럼으로써 그들의 내면의 고뇌와 방항을 읽을수있어야 할것이다. 이것이 청소년의 영성지도를 담당하는 우리 교회가 지녀야할 자세가 아닌가 싶기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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