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법의 원리
자연법의 계명이 몇가지가 되는지 셀 수는 없다. 다만 자연법의 모든 계명의 근본이 되는 것은『선은 행해져야 하고 악은 피해져야 한다』는 원리이다. 이것은 설명이나 증명이 필요없는 자명한 원리이다.이 원리는 어떤 상황이나 조건 아래서도 누구나 받아들이는 계명이다.
어떤 행위가 선행인지의 여부에 관하여는 여러가지 이론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어떠한 선이라도 무릇 선은 행하여야 하고 어떤 악이라도 악은 피해야 한다는 원리를 부인할 자는 없다.
『인간생명은 보존되어야 한다』는 자연법의 원리는『선은 행하고 악을 피하라』는 계명보다는 덜 수용되는 계명이다. 여기에는『더 큰 악이 뒤따르지 않는 경우』라는 조건이 붙어야 하는 까닭이다.
『각자는 응당 자기의 것을 받아야 한다』는 원리는 정의의 기초가 되는 계명이다. 그런데 살인자에에 그의 총을 되돌려주면 또다른 살인이 저질러질 수 있다. 그러한 경우 이 정의의 계명은『인간 생명은 보존되어야 한다』는 계명과 상충된다. 이처럼 윤리원칙들이 특정한 상황에서 상충되는 어려움을 풀기 위하여 자연법의 근본원리를 기초로 한 제2차적인 원리들이 도출된다. 이처럼 자연법의 근본원리에서 차차 멀어진 결론들이 인간의 실정법의 영역으로 퇴색되어 간다. 그러므로 자연법과 인간의 실정법 사이의 경계선은 분명치 않다.
실정법의 기초
자연법은 모든 종류의 실정법의 기초이다. 자연법의 계명없이는 어느 법도 속박력을 가질수 없는 까닭이다. 바꾸어 말하면 어떤 실정법이라도 자연법을 어기면 무효다. 따라서 유효한 모든 실정법은 자연법에 맞는 것이다.
그런데 자연법의 근원은 하느님이다. 그러므로 모든 법의 근원은 반드시 하느님으로부터 도출되어야 한다. 영원법과 자연법과 실정법은 각각 다르지만 일련의 계열을 형성한다 (그림、참조). 비유로 말하면 영원법은 지하에 감추인 나무의 뿌리이고 (1)자연법은 그 나무의 중심줄기이고(2) 여러 계통의 실정법들은 그 나무의 가지들이다.(3)
인간의 법체계는 그 법률의 성격에 따라 자연법 원리와 실정법의 규범에 내포된 비율한 다를뿐 어느 법체계든지 이 두가지가 다 내포되어 있다.
실정법에 내포되는 자연법 원리는 인간 귄위에 의하여 제정되는 것이 아니요 선언되는 것일 뿐이므로 폐지될 수 없다. 결국 실정법은 사회생활의 환경과 조건의 변화에 따라 이에 맞추어 변경되어야 하는 자연법의 시행령에 불과하다.
하느님이 실정법
자연적 이성만으로도 인식될 수 있는 자연법외에 하느님은 인류가 지켜야할 법도를 따로 계시해주셨다. 이것을 하느님의 실정법이라고 일컫는다.
하느님의 실정법의 내용은 성경에 기록되어 있는데 다음과 같이 네가지로 구분된다.
첫째、하느님이 인류의 원조 아담과 하와에게 낙원에서와 타락 후에 주신 원초의 법(창세기2?3장 참조).
둘째、하느님이 모세와 선지자들을 통하여 계시하신 구약의 법、즉 모세의 율법.
셋째、그리스도를 통하여 계시된 신약의 법.
넷째、신약성서에 기록되어 있는 그 밖의 하느님의 법.
구약의 법중에 의식에 관한 계명들과 사법에 의한 계명들은 그리스도의 죽음 또는 성신강림때 새로운 법이 장엄하게 선포됨으로써 폐지되었다. 그러나 구약의 법중에 윤리에 관한 계명들은 그리스도의 법안에서 재확인되고 새롭게 선포되었다.
하느님의 실정법과 자연법의 관계
십계명 중의 처음 세 계명들은 하느님의 실정법에 속한다. 인간이 그 계명들에 대한 이성의 공명을 지각할 수 있으려면 하느님의 계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나머지 일곱 계명들은 자연 법에 속한다. 그 계명들에 대하여 이성이 공명하고 있고 또 이러한 이성의 공명을 인간이 지각하기 위하여 계시가 따로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십계명중의 아래 일곱 계명들은 자연법의 근본원리에서 도출된 가장 가까운 결론들이다.『부모에게 효도하라』는 계명은 『선을 행하라』는 원리를 구체화한 결론이다. 그 나머지 여섯 계명들은『악을 피하라』는 원리를 구체화한 결론들이다. 구약의 그밖의 계명들도 자연법에 속한다. 예를 들면『노인을 공경하라』는 계명은 자연법의 근본원리에서 도출된 조금 먼 결론이다. 자연법의 근본원리에서 가장 직접적으로 도출될 수 있는 계명이 『정성을 다 바쳐 하느님을 사랑하라』(신명6、5) 그리고『네 이웃을 네몸같이 사랑하라』(레위19、18)는 계명이다. 이 두 계명이 구약의 모든 율법과 예언서의 골자이다(마태22、34~40:마르12、28~34:루가10、25~28)
구약의 법중에 의식에 관한 계명들은 인간이 하느님께 지향할 자연법의 결정들이다. 그리고 사법에 관한 계명들은 인간이 자기 이웃에게 지향할 자연법의 결정들이다. 자연법에서 도출된 결론들은 자연법에 속하지만、자연법에서 도출된 결정들은 실정법에 속한다. 『악행자는 처벌되어야 한다』는 것은 자연법의 근본원리에서 도출된 결론이다. 『어떤 종류의 악행자는 어떤 종류의 처벌을 받아야 한다』(예:출애21、37)는 것은 자연법의 원리에서 도출된 결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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