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러가지 착잡한 느낌으로 제단에 올랐다.
그리고『성부와 성자와 성신의 이름으로…』미사를 시작하였다.
가능한한 분심 잡념을 없애기 위하여 눈을 감고 조용히 주님께 정성을 다하여 기도를 드렸다.
『주님、이 북녘땅에 복음의 씨앗이 뿌려진 이래 얼마나 많은 당신의 자녀들이 당신의 이름을 부르면서 당신 곁으로 올라갔습니까?이제 굳게 닫혔던 이 북녘땅에 다시금 당신의 이름을 부르며 당신을 찬미·찬양하기 위하여 신비스러운 섭리로 당신 자녀들을 불러 주시고 계시오니 어리석은 인간의 마음에 성령의 지혜를 내려주시어 진정 당신의 위대한 영광이 드러날 수 있고 모든 사람이 한 마음으로 당신을 참 아버지로 모실 수 있도록 축복하여 주옵소서…』
복음 독서를 낭독하고 나서 나는 두 가지 내용으로 강론을 하였다. 첫째는 신앙에 관해서였고 둘째는 성체대회때에 느꼈던 것을 종합하여 신앙안에 서로 하나로 일치하기 위하여 어떠한 마음가짐을 지니고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 강론했다.
나는 강론을 시작하면서 어떠한 내용으로 신앙에 관하여 말할 것인가를 망설였으나 인간이라면 누구나 예외없이 우선 신뢰심 믿음 의탁하는 마음을 지니고 있기에 중국에서 보고 느낀 만리장성의 예를 들어 설명하였다.
진시황이 시작한 만리장성의 거대한 작업은 몇백년을 거쳐 진행됐지만 진시황 자신이나그 이후의 황제들이 과연 얼마나 많은 혜택을 받았는가?
그들은 결국 우리와 같이 세상에 태어나한 생애를 살다가 죽어간 인간 존재의 범위를 한치도 벗어날 수 없었다는 것을 이야기하면서 결국 우리 모두는 무엇인가에、어디엔가에、누구엔가에 우리의 마음을 의탁하고자 하는 믿음의 본성을 뿌리칠 수 없다. 그 대상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서 믿음의 가치가 영원할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또한 2백여년전에 진리의 말씀을 받아들이고 하느님의 자녀가 되었던 많은 천주교 신자들이 심한 박해속에서도 순교 할수 있었던 것은 바로 영원한 생명을 약속하신 하느님의 진실로 믿고 받아들였기에 가능했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우리는 이 짧은 생애를 살아가는 동안과연 어떠한 것에 믿음을 두고 가치있는 살을 살아가야할 것인가를 깊이 생각하고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리고「나는 굳게 믿나이다」라는 성가 가사를 끝으로 신앙안에 하나로 일치하기 위해 서로 어떠한 마음을 지녀야 할것인가를 이야기 했다.
성체성사를 이루기위해 사용되는 밀떡과 포도주는 수백 수천의 밀알이 바수어지고 자신을 잃어버릴 수 있을 때 밀떡을 만들 수 있고 수백수천의 포도알 역시 같은 과정을 겪지 않으면 결코 포도주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이야기 하면서 우리가 믿는 예수 그리스도는 바로 그러한 과정을 보여주시기 위하여 자기자신을 낮추셔서 이 세상에 오셨고 마침내 십자가에 못박혀 비참한 죽음을 당하혔다는 내용의 강론을 했다.
강론시간이 의외로 길었지만 모두들 열심히 경청하는 듯하였고 나는 시간에 구애 받지 않고 가능하면 믿음과 일치에 관하여 내가 알고、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미사후에는 서울에서 갖고 간 여러가지 성물을 전달하였고 헌금이 전혀 없었기에 함께 갖던 신자들이 1천불을 그 자리에서 거두어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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