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욱」은 열여덟 살된 소년이다. 건강하고 학업에 열정도 갖고 있다. 그런데 지금은 휴학상태다. 오늘도 아버지 상점(동대문시장)에 나가 있다. 일손이 부족해서 돕고자 나간게 아니다.
심심해서다. 욱이의 친구들은 지금 3학년이 되어서 열심히 진학준비 중이다.
일년을 쉬고 지난 3월초 새학기가 되어 복학을 했었는데 일주일만에 다시 학교측의 권유로 휴학계를 냈다. 이유는 욱이가 가방에「재크 나이프」를 숨겨 가지고 다닌 사실 때문이었다.
욱이가 중학생 때 욱이네는 시골서 상경했다. 욱이는 1남3녀중 둘째다. 처음엔 걱정했었지만 열심히 공부를 해서 고등학교에도 척 붙어 주었고 욱이네 장사도 자리가 잡혀가고 있었다. 고생한 보람이 있다고 부부가 허리를 펴고 땀을 씻는 기쁨도 잠시였다.
욱이의 손등이 너덜너덜 하도록 찢져서 돌아왔다. 아무리 물어도 한사코 입을 다물고 있다가 이사를 가야만 한다고 애원하는 것이였다. 그러지 않아도 이젠 집도 새로 장만하고 옮기려던 참이라 이래저래 지금의 집으로 이사했다.
그후 일년동안 잠잠했는데 아이가 의식을 잃은 빈사상태에서 병원으로 실려갔다.
S 대병원에서 25일만에 의식을 찾았다. 실어증이 회복되기까지 3개월간의 입원생활은 그야말로 부모의 애간장이 다 녹아나고 가슴이 찢어지는 아픔을 참기가 힘들었다. 의식을 찾고 욱이하는 말을 듣고 보니 더 기가 찼다. 욱이를 죽여야 한다며 외진 데로 끌고 간 불량배들은 중학교 때 욱이의 1년 선배들이었다.
2년전부터 욱이를 협박해서 돈을 요구했다.
자기들과 함께 어울리지 않는다고 병을 깨서 손등을 끍은 바로 그들이었다는 걸 알았다. 욱이가 쓰러지던 날 욱이는 피를 흘리며「형 나 살려줘 제발 죽이지만 말아」라고 애걸하는 욱이를 여럿이 내리치고、찌르고、밟고 했다는 것이다.
「죽어야 한다」는 그 아이들은 이렇게 재판관의 판결인듯 그랬다는 것이다.
욱이가 살아나자 그들은 제발로 찾아와서 빌고 그들의 부모도 애원해서 분했지만 참고 합의를 했다. 치료비만 받고 고발은 하지 않았다.
그런데 문제는 끝나지를 않는 것이었다. 욱이가 불안한 정신상태로부터 벗어나지를 못하는것이다. 휴학하고 나서 병원을 다녔지만 다시 그런 봉변을 당할까 두려워서 늘 초조해하는 것이다. 잠을 자다가도 그 두려움 때문에 소리를 지르기도 한다. 그런 일을 대비하자면 자신도 무기를 지녀야만 했다. 「재크나이프」가 무기였다. 동급생들은 졸업반인데 2학년에 복학을 했던 새 결심도 이젠 허사가 되고 말았다. 시골소년을 꾀어내던 일년 선배인 불량소년들은 고등학교 시험에 낙방한 좌절에 빠진 아이들이다. 그 아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란 말인가? 나는「상담일지」에 피해자도 가해자도 모두가 선도의 대상이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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