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국내에서 가장 큰 신심단체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으면 신자들은 별주저함없이『레지오 마리애』라고 말하곤한다.
이는 시중의 「코카 콜라」만큼이나 레지오 마리애가 신자들에게 잘 홍보되어 있고, 신자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이 단체에 가입하도록 권유 받아 보았기 때문이다.
사실 레지오 마리애는 전국 어느 본당에나 조직되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며, 성인신자 10명중 2~3명은 레지오 마리애의 행동단원이거나 협조단원일 정도로 뿌리가 깊다.
금전적 봉사 배격
1953년 국내에 들어온 레지오 마리에는 급속한 양적 성장을 계속, 연8%이상의 회원증가와 더불어 지역과 연령을 초월한 조직확대를 이루어 왔다.
한국 레지오 마리에는 현재(90년 9월기준) 광주와 서울지구 2개의 세나뚜스와 8개 레지아, 90개 꼬미시움, 9백42개 꾸리아 등의 관리기관을 보유하고 1만7천8백여개의 쁘레시디움을 통해 19만5천8백58명의 행동단원과 17만4천5백35명의 협조대원을 이끄는 대군단(大軍團)으로 성장했다.
이처럼 레지오 마리애가 휘청거림 없이 탄탄대로를 달리는 비결은 변칙을 철저히 배격한 교본 중심주의적 운영으로 혼선을 미연에 막고, 이론적인 측면보다는 실천적인 면을 강조해 신앙과 실천을 연력짓고자 하는 신자들의 욕구에 잘 부합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교본에 명시된대로 금전적인 봉사(예=돈ㆍ옷가지 등)를 철저히 금지시키고 기도와 노력봉사만을 허용한 점도 금전 관계로 인한 잡음과 의견대립에서 단원들을 보호하는데 큰 몫을 한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한국 레지오 마리애가 명실상부한 신심단체로서 자리잡는데 있어 전혀 문제점이나 개선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기형성장 문제도
첫째, 레지오 마리애의 급속한 양적 팽창에도 불구하고 이를 뒷받침할만한 질적 성숙이 이루어지지 않아 기형적인 성장을 했다는 비판이다.
무엇보다 레지오 마리애의 내실을 기하기 위해서는 정식단원이 되기전 초년생 단원들에 대한 「도제제도」(徒弟制度)가 철저히 준수되어야 함에도 불구, 스승격인 간부들의 안이한 자세로 이 제도가 「속빈 강정」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도제제도는 신입단원이 3~6개월(수련기간)정도 간부와 2인1조가 되어 견습공처럼 레지오 마리애의 생활을 몸으로 익히는 과정으로서 작은 접촉과 팀웍이 필수적인데도 간부들이 종종 전화나 자동차 등을 통한 「시간 절약, 에너절약」을 추구해 도제제도의 의미를 흐리게 하고 있다는 점이다.
냉담자 설득과 노력봉사 등은 말이나 생각보다는 발이 더 바쁜 작업으로, 2인1조가 쉬지 않고 골목골목을 누벼야 겨우 결실을 맺는 힘든 일이지만 요즘 몇몇 단원들은 활동보고라는 형식을 지키기 위해 전화로 대충대충하는 습성에 젖어 있다고 관계자들은 우려하고 있다.
현재 레지오 마리애의 신입단원의 상당수가 기존의 신자보다는 6개월간의 교리교육만을 마친 신영세자들임을 감안할 때, 의무조항인 3개월간의 수련기조차 흐지부지 넘어간다면 영성없는 형식적인 단원으로 변하거나 조만간 이탈할 확률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신심위주 치우쳐
둘째, 교본 해석과 훈화를 해줄 영적 지도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현재 국내에는 1만6천여개의 쁘레시디움(지단)이 있고, 연 평균 7~8%이상 증가를 가져 오고 있지만 이들을 이끌 본당신부나 수녀들의 수는 한정적으로 제한되어 있어 심도있는 훈화를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개인 성향에 따라, 레지오 마리애에 별 관심이 없고 교본에 정통한 지식을 갖지 않은 사제들이 규칙을 무시하고 임의적으로 레지오 마리애를 운영하려고 하는 자세도 적지 않은 마찰을 빚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레지오 마리애는 여타 단체와 달리 교본 원칙주의로 운영되며, 변칙적인 운영이나 의문사항이 있을 경우에는 상급단체에 의뢰, 적법여부를 가려 시정을 촉구하거나 허락을 받게 되어 있다.
셋째 레지오 마리애가 교회내 거대한 신심단체로 자리잡고 있으나 신심위주로만 너무 치우쳐 사회복음화의 영역을 상실했다는 비판이다.
교본은 교리는 물론 호교론ㆍ성서ㆍ사회과학ㆍ전례학ㆍ교회사ㆍ윤리신학 등을 연구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사실상 단원들은 신심적인 것이 외에 사회과학이나 사회와 접목된 윤리신학 등의 연구는 거의 하지 않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최근 가톨릭정의평화위연구소「가톨릭 사회론의 기본정신에 비추어 본 교회의 당면과제」와 광주대교구가 발표한「천주교 신자의 종교의식과 신앙생활」이라는 조사보고서에서 가장 바람직한 전교방법으로 「모법적인 신앙실천」과「직접적인 권면보다는 사회비판과 봉사활동」이 대두된점을 고려할 때, 사회의 흐름을 무시하고 지엽적인 봉사에만 고착하는 것은 재고되어야 한다는 이론도 적적지 않다.
용어이질감 많아
넷째, 현재 상용되고 있는 단체명이 거의 대부분 라틴어로 되어 있고, 단원들이 이 용어를 사용하는 것을 선호해 일반신자뿐만아니라 예비자가 레지오 마리애의 조직을 이해하는데 상당한 어려움과 이질감을 느끼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금까지 레지오 마리애는 이 단체가 세계적인 조직체로서 일치감을 강화한다는 뜻으로 꼰칠리움(Concilium)ㆍ세나뚜스(Senatus)ㆍ레지아(Legia)ㆍ꼬미시움(Comitium)ㆍ꾸리아(Curia)ㆍ쁘레시디움(Praesidium)ㆍ알로로꾸시오ㆍ까떼나 등의 용어를 주보에 게재하거나 단원간에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신자들 사이에서는 레지오 공인교본에 번영된대로 「평의회」개념을 도입, 국내에서는 이해하기 쉬운 용어를 쓰고 세계적인 행사나 회합에 참여할 경우만 라틴어 공식용어를 쓰야한다는 지적이 대두되고 있다.
즉 레지오 마리애의 가장 기초단위인 쁘레시디움은「지단」꾸리아는「지역평의회」꼬미시움은「지구평의회」레지아는「관구평의회」세나뚜스는「국제평의회」꼰칠리움 레지오니스는「세계평의회」알로꾸시오는「훈화」등의 용어로 바꾸어 상용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단원들의 영성화(女性化)와 활동 영역의 협소화 현상을 극복하는 것도 레지오 마리애의 간과할 수 없는 과제로 남아 있다.
현재 서울 세나뚜스 산하 단원만 하더라도 총 10만1천여명중 남자가 고작2만3천8백여명(24%)인데 반해 여자는 7만7천1백여명(76%)으로「남자단원 빈곤 현상」이 뚜렷이 드러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직장생활로 시간과 장소의 제약을 받고 있는 남자들을 흡수하기 위해 직장 쁘레시디움을 폭넓게 조직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안으로 받아들여 지고 있다.
한편 교본(제37장)에 따르면 레지오단원들의 활동영역이 다양하면서도 구체적으로 제시되어 있으나 지역과 연령층에 상관없이 거의 비슷한 일, 즉 병원방문과 냉담자회두 그리고 본당 협조에 치중하고 있어 새로운 활동영역을 개발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있다.
타단체의 견인역
그러나 이런 모든 지적에도 불구하고 레지오 마리애는 국내 여타 신심단체의 견인차 역을 담당했을 뿐만 아니라, 학생에서부터 노인들에게까지 골고루 확산돼 신심을 돋구고 사회봉사를 이끌어 냈다는 점에서높이 평가 받고 있다.
특히 입교 권유와 냉담자 회두 등 교세확장은 레지오 마리애의 고유한 몫이라 할수 있을 정도로 타의 추종을 불허한 영역으로 신자들간에 인식되어왔다.
1986년「90년 3백만신자화」5개년계획을 수립민족복음화에 박차를 가했으나 2백60만 돌파라는 아쉬움을 맛본 한국 레지오 마리애는 앞으로「복음화2천년 운동」과 합세해 지속적인 교세확장을 위한 고삐를 늦추지 않을 방침이다.
또한 레지오 마리애는 단원들의 질적 성장과 교회와의 조직적인 유대를 위해 간부들의 인식전환이 가장 시급하다고 판단, 기사교육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교육내용도 단순한 교본연구를 넘어 신구약 성서에 대한 개괄적인 이해와 타종교 교리 연구, 제2차바티깐공의회 문헌에 나타난 평신도사도직 교령에 대한 이해 등으로 이루어져 있어 전체교회안에서 레지오 마리애의 향방을 모색하도록 유도하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이와함께 한국 세나뚜스협의회는 지난 88년 8월부터 월간회보「레지오 마리애」(91년 현재 2만3천8백부)발간, 국내 레지오의 현황과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수익금은 사간벽지에 무료로 월보를 보내는데 재투자하고 있다.
또한 조만간 저학력이나 노령으로 교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해설서」발간 작업과 꾸리아(지역평의회) 중심주의적 레지오 운영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91년 9월 7일 레지오 마리애 창설 70주년을 계기로 한국 레지오 마리애가 외형적 성장뿐만 아니라 자체 평가를 통한 질적 성숙을 이루어 신심단체의 견인차 역할과 한국사회의 복음화에 앞장서 주는 것이 한국교회 모든 신자들의 한결 같은 소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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