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늘 평화롭고 안정된 생활을 살아가려고 꿈과 이상을 펴고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고 있다. 늘 이런 안정과 따스함이 마치 몇백년이나 지속될 것처럼 살아가고 있지만 어느날 갑자기 평생 해로하리라 생각했던 배우자가 사고나 질병으로 사망하고, 배우자와의 갈등으로 별거하거나 이혼하게 되고, 소중한 가족이 사고나 질병으로 입원하게 되며, 생계를 의존하던 직장으로부터 해고, 실직, 은퇴하게 되고 경제적파산, 가족간의 심한 갈등, 친인척간의 갈등, 자녀의 가출, 폭행으로부터 피해, 중년기의 우울이나 위기, 자살, 화재나 홍수로부터의 재해 등등의 시련과 고통들이 대처할 여유도 없이 너무나 갑작스레 우리를 괴롭힌다.
이같이 갑작스레 부딪히는 사건들로 인하여 늘상 추구해 오던 중요한 삶의 목표가 좌절되거나 생활의 리듬이 파괴됨으로써 심한 정서적 혼란과 불안, 슬픔과 분노, 피로와 기진맥진하게 되고 지금까지의 적응방식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하여 심한 무력감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생활사건으로 생기는 심리적 상태를 위기(crisis)라고 부른다.
우리들 주변에 이런 위기에 처한 교우나 이웃이 있다고 한다면 이들이 주의 평화속에 안정을 찾고 새로운 성장을 통하여 주님 안에 더 가까이 돌아올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할 것이다. 교회내의 레지오 마리애 단원, 성서봉사자, M.E체험자, 각종 심신단체 회원들, 수도자, 그리고 성직자 등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위기에 처한 사람들에 관한 심리적 이해와 약간의 조력방법을 알아둔다면 보다 효율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상담자가 될수 있을것이다.
생활의 위기란 과거의 적절한 문제해결 또는 대처능력의 상실이므로 상담자의 일차적 목표는 위기에 처한 사람(내담자)이 위기에 적절히 대처하는 노력을 하도록 하고 자신이 처한 위기상황을 객관적인 감정과 입장에서 바라보게 하여 문제해결 과정에 임하도록 돕는 것이다. 따라서 상담자는 지지와 원조의 제고, 치명율의 감소적절한 조력자원들과 연결시켜주기라는 세가지 목표를 수행할수 있다.
심리적 초기조력의 구체적방법들을 다음과 같은 다섯단계에 따라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단계는 우선 위기에 처한 내담자와의 심리적 접촉을 갖는 단계이다. 위기상태에 있는 내담자는 정서적 충격으로 매우 혼란되어 있을수 있으므로 상담자는 내담자의 혼란된 정서상태에 당달아 감염되거나 또는 내담자의 분별없는 행동에 대하여 도피하고 싶은 마음을 가져서는 안된다. 우선 상담자는 내담자가 침착하고 안정된 상태가 되도록 해야 한다. 이것은 내담자의 위기조치가 급한 것이 아니라면 기도를 함으로써 가능해질 수 있다. 내담자가 몹시 울거나 감정적으로 흥분되어 있을때는『언제 남편께서 교통사고를 당하셨습니까?』『지금 아이들은 어디에 있습니까?』 등등 비교적 쉽게 답할수 있는 사실에 관한 간단한 질문을 하면 침착하게 만들수 있다. 이러한 간단한 사실적 질문을 하면서, 또 내담자에게 충분히 말할수 있는 기회를 주면서 내담자의 위기상태의 강도, 심각성, 대처의 급박성 등을 이해하는 것이다. 급박한 위기 상황에서 허우적거리는 내담자에게 어느누가 관심을 갖고 찾아와 내담자가 처한 상황과 혼란되고 답답한 마음을 진지하게 들어주고 공감해주며 이러한 상황으로부터 벗어나도록 지원해주는 일은 하느님의 사랑의 표현이다.
이러한 사랑의 표현은 내담자로 하여금 안정되고, 감정에 의해 소모되던 에너지가 상황에 대한 문제 해결능력으로 전환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여기에서 주의할 것은 문제를 덮어주고 기분을 좋게 만들려고 하거나 문제가 심각하지 않다고 안심시키거나 방관자적 표징을 하는 것은 책임있는 사랑의 표현이 아니다.
두번째 단계는 위기로부터의 극복을 위한 문제상황을 여러 모로 검토해 보는 것이다. 내담자가 당면한 위기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지금당장 내담자에게 필요한 것과 차츰 시간을 두고 필요한 것들로 구분해서 순서를 정하여 합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돕는것이다. 이때 고려해할 점은 내담자가 겪는 위기 상황의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이며 현재 무엇이 가장 혼란시키고 있으며, 우선 무엇에 관한 조치를 강구해야 할것인가, 역시 내담자는 이런 위기 상황을 기본적으로 대처해 갈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없으면 내담자의 어떤 성격이나 능력때문인가, 그렇다면 이 내담자를 당장 조력할수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또한 어떤 물질적 도움이 필요한가, 그리고 이대로 가면 앞으로 어떤 어려움을 겪을 것인가 등등을 고려하고 강구해야할 대책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것이다.
셋째 단계는 가능한 해결책들을 탐색하는 것이다. 위기 극복을 위해 즉각적으로 필요한 것 그리고, 나중에 필요한 것 모두에 대한 대안적인 해결책들을 탐색하고 조사해 본다. 우선 상담자는 내담자가 자신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이미 스스로 어떤 방법들을 사용해 보았으며 그것이 실패했을 때 어떠한 대안적 해결책들이 있는지 알아본다. 그 다음 그런 각 대안들에 따른 이득과 손실을 따져본뒤 급한 순서대로 단계적으로 해결책을 마련한다. 만약 내담자가 심한 무기력에 빠져 있거나 구체적 대안을 갖고 있지 못할경우 가능한 해결책이 존재한다는 사실부터 인식시켜 줄 필요가 있다.
『주위에서 이 문제를 해결해낼만한 사람들을 떠올려보세요. (사려깊은 친구, 존경하는 신부님 등등)그 사람이라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을 것 같아요?』등의 질문을 던져 합리적 대안들을 내담자 스스로 찾게 한다. 또한 상담자는 내담자가 어떤 특정 대안을 이행하는데 장애가 될만한 사항들을 사전에 파악해 두고 대안을 실행하는데 방해가 될수 있는 조건들을 개선하는 방법을 고려해 두어야 한다.
넷째 단계는 위기 극복을 위해 구체적으로 실행하는 것이다. 위기에 처한 내담자는 모든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지 못하여 심한 혼란에 빠진다. 지금 당장 해야할 일부터 하나씩 해결해 갈수 있는 구체적 행동을 실행해 가야 한다. 만일 내담자가 자살 또는 누군가를 살해할 가능성(치명률)이 있거나 가출과 같이 직접 도움이 필요할 때는 지시적인 방법으로 조치를 해야하고 그렇지 않을 때는 적극적으로 들어주기에서부터 충고ㆍ조언해주기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조력할수 있다. 예를 들어『당신은 자신이 미쳐버리거나 정신적 결함이 생길거라고 느끼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요』또는『당신은 그처럼 엄청난 경험을 겪고서도 이렇게 혼란스런 느낌을 갖지 않는다면 그런 놀랄일일거여요. 내가 보기에는 당신은 오히려 정상적이예요』『만일 당신이 이처럼 강하게 대처하고 있지 않다면 난 당신이 더 걱정스러울 거예요』등의 말은 내담자가 위기를 극복하는데 매우 결정적인 요소가 된다.
마지막 단계는 후속적 과정으로 일단 일차적 조력이 끝난후 직접 만나거나 전화를 통하여 내담자가 잘 적응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조력해주는 일이다. 만일 예후가 좋다면 일단 안심하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앞의 두번째 단계부터 다시 조치를 강구하고 조력해 준다. 이러한 상담자의 일차적 조력과정은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고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다른 전문가 또는 전문기관 및 더 도움이될 사람들을 연결시켜주어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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