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북한의 실정을 헐뜯거나 비방하기 위해 이 글을 쓴 것이 아니라 내가 보고 느낀 것을 사실 그대로 알려주기 위해 생각나는 대로 적어 보았다.
그리고 하느님은 인간의 지혜나 계획、 더구나 정치적인 목적으로 사용될 수 없다는 상식적인 원칙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은 마음 뿐이다.
북한 천주교에 관하여 지금까지 언급하였듯이 여러가지 상황으로 보아 북한 선교라는 것은 현시점에서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자신있게 말할 수 있으며 동시에 이러한 상황을 파악한 교회의 장상들이 북한 선교에 관하여 심사숙고하는 가운데 올바른 판단을 내렸으리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것이다.
외부에서 온 사람이 일반가정집을 방문했을때는 즉시 보고하도록 되어 있고 당의 방침에 어긋나는 일이란 결코 허용될 수 없는 것이 북한의 실정이기에 나는 우리 일행을 안내한 지도원들은 물론 평양의 장충성당에 나오는 간부진들과 일반 인민들까지도 강력한 체제의 울타리안에서 한 발자국도 벗어날 수 없는 그들이 너무나도 애처롭고 가슴 아픈 일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다.
비록 그들이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하여도、 비록 그들이 진실을 밝히고 싶다고 하여도 그것은 바로 자신의 생명과 바꾸는 행동이기에 그들은 오늘도 묵묵히 당의 방침과 지시와 결정에 무조건 따르면서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나는 평양을 방문하러 돌아오는 길에 비록 정치적인 목적에서 북조선지도자들이 성당을 세우고 당에 충실할 수 있는 소위 북한 신자들을 모았을지라도 진리의 소리가 외쳐질 수 있도록 허락된 것 만도 퍽 다행스러운 일이며 크나큰 희망을 지닐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나의 글이 공개되면 틀림없이 이 글이 북조선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그들이 이 글을 읽을때 천주교는 결코 정치적인 도구로 이용될 수도、 이용되어서도 안된다는 사실을 깨닫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리고 북녘땅에 진정한 신앙의 자유가 주어지고 온 백성이 한 마음으로 주님을 찬양할 그 날이 하루 속히 찾아오기를 염원하는 마음 간절하다.
이제 이 글을 마무리 지으면서 독자들에게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이 글의 내용을 나 나름대로 적어보았기에 각자의 의견이나 판단은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가능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북한을 왕래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짐으로써 서로가 서로를 올바로 판단하고 한민족의 통일을 위하여 사심없는 진지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기가 하루빨리 도래하기를 바라 마지 않는다.
동시에 북쪽에서도 이제 어떠한 형태로든-그것이 비록 정치적인 목적으로 출발하였을 지라도-외부로 부터 종교인들이 왕래할 수 있는 문을 열어주었고 비록 한정된 장소와 극소수의 사람들일지라도 하느님의 말씀을 읽고 들을 수 있도록 허용이 되었으니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모른다.
이러한 하느님의 특별하신 섭리에 감사드리면서 우리의 힘으로는 불가능한 조국의 통일이 하느님의 특별한 도우심으로 이루어지기를 열심히 기도하면서 북녘땅에서도 진정한 하느님의 자녀들이 두손을 모아 함께 신앙의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간절히 기도하면서 이 글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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