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원은 세상의 심장부」라는 말이 있다. 밀도 있는 삶의 차원에서 수도성소를 지적한 말이다. 세상의 심장부인 수도원을 숨쉬게 하고 살아 있게 하는 곳은 수도원 수련소이다. 성소주일을 맞아 민족의 복음화를 사명으로 말씀을 선포하는 「영원한 도움의 성모수녀회」수련소의 생활을 소개한다. 여기 실린 단면(斷面)들이 부르심에 응답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용기가 되기를 소망하면서….
<편집자 註>
「스승이여, 어데 거하시나이까」「와서 보라」는 말씀으로 창설된 한국 최초의 한국인수도회인 영원한 도움의 성모수녀회는 본당사목ㆍ자선봉사ㆍ교직봉사ㆍ의료봉사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영원한 도움의 성모수녀회의 「성서모임」은 성서연구와 말씀보급이 미약한 한국교회에 「말씀선포」의 큰 획을 긋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수련소의 수련과정에서도 성서공부 및 연구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하루의 생활-일ㆍ기도ㆍ공부 등이 복음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새벽 5시 기상부터 하루를 마감하는 대침묵까지 그날의 복음묵상ㆍ아침미사ㆍ작업전 기도ㆍ성서봉독ㆍ말씀의 나눔으로 이어지는 하루일과는 말씀을 일상안에서 어떻게 만나고 키우느냐는 것으로 집약된다.
선교수녀로서 갖추어야 할 모든 것들을 준비하는 수련소는 가장 보편적인, 그리고 현실적인 감각으로 호흡하는 곳이다.
현재 영원한 도움의 성모수녀회 수련소에는 지난 3월 5일 입회한 지원자 21명을 비롯, 청원자 15명ㆍ수련자 35명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
『수도 성소를 갈망하면서도 일을 너무 많이하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과 자유스럽게 살아 온 내가 수도원의 엄격한 규칙들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많았다』고 말한 한 지원자는 『입회하고 몇일이 지난후 이곳에 부자유라고는 없음을 알았다』고 설명했다.
『우리들은 중세의 서구수도원에 사는 사람들이 아니라 현대의 한국방인수도원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규칙은 생활을 위한 최소한의 규제입니다』 한 수련 수녀의 귀띔이다.
『수도원에 입회후 가장 놀랐던 것은 에어로빅과 레크레이션 시간이었다』는 한지원자는 『점심식사를 마치고 모두 한 자리에 모여 에어로빅으로 몸을 푸는 것이 정말 놀라웠다』고 덧붙였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수녀회 수련소에서 즐겨하는 운동은 등산과 탁구.
정릉뒤 북한산 등반을 통해 수련소의 공동체는 영글어가고 자연을 창조하신 하느님을 만난다.
또한 수련소의 공휴일(?)은 어느때보다 생동감이 넘친다. 세상의 국정 공휴일과는 달리 수련소의 공휴일들은 크고 작은 축일들이다.
지난 성모영보대축일에는 수련소가 들썩거리는 운동회가 열렸었다. 탁구대회를 중심으로 진행된 이 운동회에는 참신함과 말씀이 어우러진 시간들이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축제는 부활성야에 갖는 「알렐루야 파티」. 입회후 처음으로 부활을 맞는 지원자들은 『이렇게 즐겁게 기쁜 부활인 줄 몰랐다』고 입을 모았다.
수련소의 일상들은 밖의 세계와 거의 다르지 않다. 그런데 분명하게 다르게 느껴지는 것, 무언가 다르게 보이는 그들의 모습에는 「말씀」이 함께 함이 짙게 엿보인다.
기도를 드릴 때의 진지한 모습과는 달리 밝고 환하게 공부하고 일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기쁨이 반영된 하느님을 느끼게 된다.
『수도생활은 혼자 사는 것이 아니예요. 기도 중에 사랑하는 이들을 모두 만나거든요』
낮기도 마다 부모를 위한 기도를 바치며 최대의 효와 사랑을 드리는 그들.
부활기념 놀이에서 상품을 탄 청원자는 『우리 공동체 모두의 부모님을 위해 성모성월동안 매일 묵주기도 한단씩 바치겠어요』라는 한마디를 잊지 않는다.
수련소의 생활중 두드려진 특징은 성소를 발아(發芽)시키며 세상을 위해 공동체를 꾸려나가는 일이다.
「민족선교」의 꿈을 가지는 그들의 기도에는 통일에 대한 희망이 묻어나며 작은 희생으로 이웃과의 나눔을 실현한다.
수련자들은 사순절기간 단식한 쌀을 모아 만든 떡을 가지고 부활의 기쁜소식을 전하는 전령으로 정릉의 지붕낮은 이웃들을 찾아갔다.
『작은 희생이 큰 나눔과 기쁨으로 변화하는 것이 바로 예수님의 기적인것 같아요』라고 말하는 그들의 표정은 수채화처럼 맑다.
한편 「말씀에서 생명」으로 키워내는 작업으로 『직접 씨앗을 뿌리고 생명이 움틈을 통해 부활의 기쁨을 느꼈다』는 것이 공통된 이야기다.
일상에서 매일의 부활을 길어내는 수련소는 사회의 부활을 지향하며 24시간을 봉헌한다.
「누룩제거」는 부활을 맞는 수련소의 큰 행사로 구석구석을 닦아내는 노동안에서 나와 이웃과 사회의 누룩이 제거되기를 갈망한다. 가정 어렵고 궂은 일은 보통 빠르지 않으면 차례가 오지 않고「아차」잠시 머뭇거리면 몰래 와서 누군가 후딱 해치워놓는 온통 거꾸로 된 세상.
이 곳에서 말씀은 사람이 되고 세상이 되며 「민족선교」는 조금씩 조금씩 밝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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