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하는 사목자로서 사목자가 할 수 있고 또 해야 할 일들을 생각해 보고, 상담하는 일이 현대 사목에 있어서 교회를 맡아보는 사목자에게 얼마나 필요한지를 살펴 보자.
■ 단기 상담
단기 상담은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모든 사목자들이 실제로 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6.25동란 동안에 사제품을 받은 후 피난 다니고, 해군에 종군하고, 외국에 유학하고, 교구본부에서 일하느라고 신부가 된지 거의 20년 만에 한 본당의 주임신부가 되었다. 부임하자마자 많은 사람들이 여러가지 문제를 가지고 나를 찾아왔다.
어떤 이들은 가난해서 도와달라고 했고, 어떤 이들은 육체적 병에 시달리다가 위로를 받으러 왔다. 또 어떤 이들은 여자문제 때문에 고민하다가 찾아왔다. 어떤 이들은 사업을 하다가 실패하고 자살하기 직전에 왔다. 어떤 이들은 지나친 열심 때문인지 공연히 죄의식에 시달리다가 왔다. 어떤 이들은 인생의 보람을 느끼지 못하고 실망 중에 살다가 왔다. 어떤 이들은 고부관계 등 가정의 고민거리 때문에 왔다. 어떤 이들은 직장이나 이웃끼리의 어려운 대인관계 때문에 왔다. 어떤 부인들은 남편의 술주정과 냉담에 견디다 못해 왔다. 어떤 어머니들은 자녀들의 여러가지 문제 때문에 왔으며, 우울증이나 불안증 때문에 고민하다가 상담하러 온 이들도 많았다. 이런 사람들이 찾아올 때마다 나는, 물론 그때 당시 상담의 전문지식은 없었지만, 그들에게 일일이 상담을 해주지 않을 수 없었다.
많은 사목자들의 경우 전문적인 상담자나 신경정신과 의사처럼 장기적이고 전문적인 정신치료는 할 수 없지만, 그때 그때 단기 상담은 해주지 않을 수 없고, 또 실재로 상담해주고 있다.
사목자들이 고백소에서 신자들의 고백을 듣는 것도 사실 따지고 보면 일종의 단기 상담이다. 고백소는 이상적인 사목상담의 장(場)이다. 요즘 외국에는 고백소가 두가지로 되어 있다. 같은 방에 무릎을 꿇는 고백 틀도 있고, 탁자를 사이에 두고 서로 대화할 수 있게 두 개의 의자가 마련된 곳도 있다. 요즘에는 상담식으로 고백하기를 원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폐결핵 환자들이나 나환자들도 물질적인 도움을 받는 것 보다 자기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 주는 것, 즉 상담을 더 원하고 고맙게 여긴다.
개인 상담은 설교의 필수적인 개인적 사후관리라고 볼 수 있다. 실생활에 입각한 교리강의 후에도 개인상담을 하면 매우 효과적이다. 좋은 설교나 교리 강의를 들은 후에 사목자로 부터 개인 상담을 받으면 깊은 감명을 받을수 있다. 세례 직전에 하는 면담, 소위 「찰고」도 교리시험이나 면접시험식으로 할 것이 아니라, 신앙을 받아들이기 위한 상담으로 하면 매우 효과적일 것이다.
사목자들이 상담을 청하는 신자들의 청에 쉽게 응할 때 신자들은 대단히 기뻐한다. 나는 사목자를 개인이나 집안의 고문처럼 여기고 모든 일을 그와 상의하는 가정을 많이 보았다. 이것이 아주 훌륭한 사목상담의 한 예이다.
상담을 사랑의 관계라고 표현한 이가 있다. 서로 믿고 신회하고 좋은 일이나 궂은 일이나 다 털어 놓고 상의할 수 있는 상대가 있으면 얼마나 좋은 일인가를 나타내는 말이다. 상담 없는 사목은 있을 수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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