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음터는 일자체가 단순합니다. 그 단순한 일을 계속하다 보면 잡념이 없어지고 차츰 묵상하게 되고 결국 기도로 이어집니다』
16~25세 정신지체 장애여성들의 생활교육 및 재활을 위한 훈련을 하고 있는 맑음터의 책임자 권원란(안젤리카ㆍ37세)씨는 자신의 삶을 한마디로 「끼」로 표현한다.
바로 장애자들을 위한 「끼」가 그대로 자신의 생활로 이어지고 있다.
『느낌으로 일하지만 프로그램을 계발해 아이들과 함께 작품을 만들면 대부분 좋은 반응을 얻는다』는 권씨는 정신연령은 낮지만 순박하고 천진한 이들의 모습에서 어른들이 배울 것이 많다고 한다. 어디를 가든 맑음터 아이들은 자유롭게 뛰놀며 설쳐대어 주위에선 권씨를 닮아 그렇다고 한다는데 사실 그녀는 뒷전에 있는 것을 훨씬 좋아한다.
권씨가 장애자들과 연관을 맺게 된 것은 지난 82년부터 우연히 사설 장애자 복지시설에서 재정난으로 교사채용을 못한다는 소식을 듣고 자원봉사자가 될 것을 결심했다.
『그때 처음 정신지체장애자들을 만났습니다. 그들과 생활하면서 차츰 인간의 기교나 의지로 그들을 변화시킬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마음과 마음이 통해서 비로소 그들은 변화합니다』
이때로부터 권씨의 삶이 봉사자로서의 삶으로 이어지기 시작했다.
그 후 서울 가톨릭 사회복지화와 연결됐고 85년 성인정신지체장애자를 위해 「늘 푸른 나무」를 개설, 목공예를 통해 그들의 자활을 돕기 시작했다.
88년 4월9일 지금의 맑음터를 개원, 생활교육ㆍ작업교육ㆍ학습교육 등 3단계로 교육시키고 있다.
『아이들이 자신의 생활영역에 대해서는 완강합니다. 한번 가르치면 언제나 원칙을 고수하기 때문에 때로는 세뇌교육을 시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오해를 받기도 했지요』. 「안제리카 선생님이 뭐라고 했어요」「선생님은 이렇게 하라고 했어요」등등 아이들이 언제나 안젤리카 선생임 타령을 하기 때문이다.
2남2녀 중 셋째인 권씨는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때 가족들의 반대에 부딪혀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지금도 완전히 이해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제는 가족들이 포기한 상태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는 권씨는 『아직도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가족들을 이해라기 힘들다』면서 농담을 하기도 한다.
권씨는 인생은 물과 같다면서 『우리 집에 오는 아이들은 나와 같은 그릇에 담기기 때문에 맑음터 물로 살아가는 것』이라면서 항상 맑은 물로 채우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한다.
『대화로는 통하지 않지만 인간적인 신뢰가 있기 때문에 서로 사랑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내가 먹고 싶기에, 입고 싶기에, 가지고 싶은 것들을 아이들에게도 해주고 싶어요』
현재 맑음터 집에는 봉사요원 4명과 8명의 지체장애자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
뛰는 전세 값으로 인해 맑음터 생활터전인 이 집도 사정을 해서 5백만원만 올려주고 더 살기로 했다.
권씨는 『교육장으로 쓰고 있는 마리스타 교육관을 8월말까지 비우라는데 아무대책도 없다』고 걱정한다.
그러나 이 같은 걱정도 해야 할 산더미같은 일 앞에서는 오래 가지 못한다.
『자신이 맡고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고 만족할 때 공동체는 더욱 아름다워질 것』이라는 권씨는 함께 생활하는 생활 요원들과 8명의 정신지체자들에게 사랑의 마음을 표했다.
질서 안에서 자유로워야 주일에 한번씩 공동체 모임을 통해 서로의 어려움을 나누며 생활의 활력소를 찾고 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